현대건축콜렉션(11) 다시 태어난 명품건축, ‘선벽원’
현대건축콜렉션(11) 다시 태어난 명품건축, ‘선벽원’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4.02.1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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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상에 빛나는 서울시립대 경농관ㆍ박물관ㆍ자작마루 리모델링
▲ 박물관 전경

현대건축콜렉션(11) 서울시립대학교 선벽원 : 경농관, 박물관, 자작마루 리노베이션 / 이충기

80년 된 재료의 솔직함 되살려… 우수한 근대건축으로 복원
진행 중인 성능개선공사 수정, 기존 목조트러스와 벽돌 노출

■현재를 빛내는 과거의 도시
건축은 도시를 구성하는 그 어떤 요소보다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오래 유지된다. 그것은 건축이 말이나 글이 아닌 시공간의 흔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과거는 보잘 것 없는 현재에 한층 영광스러운 배경을 마련해 준다”는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의 말이 아니더라도 지난 시대의 건축에 기억된 역사와 문화는 현재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서울시립대학교의 경농관, 박물관, 자작마루는 집단기억의 시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건물들에서 8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의 흔적을 짐작케 하는, 깊고 풍부한 표정을 읽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일제강점기 유산의 사료적 가치

▲ 경농관 메인홀

현재의경경농관(전시공간ㆍ서울학연구소ㆍ수장고), 박물관, 자작마루(다목적강당)는 서울시립대학교의 전신인 경성공립농업학교 시기인 1937년에 건립된 것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멸되고 이 세 개의 건물만 보전, 유지돼 왔다.
건립 당시 경농관은 대학본관, 박물관은 교실, 자작마루는 대강당으로 사용됐으며 우리나라 전체에서 얼마 남아있지 않은 일제 강점기의 학교 건물이다. 근대건축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적지 않은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빛바랜 몇 장의 사진과 국가기록원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자작마루 도면 한 장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은 건물 외형은 건립 당시의 형태대로 비교적 잘 유지돼 왔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내부는 벽체와 마감재료 등 대부분 변형됐고 특히 천장 부분은 자체 무게 뿐만 아니라 냉난방 및 조명설비, 전시용 가설물 등의 과다한 설치로 목조트러스의 구조안전과 화재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태였다.

■오래된 현재, 시간의 흔적
필자가 이 프로젝트에 개입할 당시(2012년 7월), 세 개 건물의 구조안전 및 소화, 방재를 위한 성능개선 공사를 위해 가격입찰로 설계사가 선정돼 설계를 완료한 상태였으며, 이미 초기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초 설계는 세 건물 모두 지붕은 철재단열패널로, 천정은 석고보드와 전시와 행사를 위한 와이어매쉬 틀로, 벽체는 안쪽으로 내단열을 해 석고보드에 페인트 마감을 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벽돌과 목재로 대표되는 재료의 솔직함을 건립시기의 작업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을 기본 목표이자 원칙으로 삼았다.
건물에 쌓인 시간의 흔적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제안이 건축주에게 반영됐고, 진행 중이던 디자인을 변경해 모든 공간구조와 마감재료 등을 복원에 가까울 정도로 보수ㆍ보강공사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은 기존의 천장재를 모두 철거하고 목재트러스를 노출시켜 시공간의 속살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경농관 및 자작마루는 안정성이 확보됐고, 공간 볼륨이 높게 그리고 크게 확장됨으로써 어디서든 전시, 음악, 연극,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이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1937년부터 감추어져 있던 목재트러스와 적벽돌의 속살이 드러난 순간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좋은 음악이나 명화를 통해 느끼는 감동과 같은,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었다.

■Tri-bricks, 시공간의 재생
선벽원 프로젝트를 통해 필자는 접혀있고 잠재해 있던 세 건물의 시간과 공간이 펼쳐지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그 시절의 공간적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벽돌을 나르고 쌓아서 이 건물을 짓던 사람들의 흔적을 만나고, 아직도 그 공간을 떠도는 못질과 망치의 소리를 듣고,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 해 지붕틀을 짜고 창문을 만들어 끼우던 그들의 숨결과 손짓을 드러내려 했다.
그래서 긁히고 조각나고 잘린 시간의 편린들까지 살려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벽돌과 나무가 이 시대의 우리에게 그들의 표정이나 몸짓으로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전하려 한 것이다.
글 / 이충기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건축개요
위치-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 내 / 연면적-(경농관)1,260㎡, (박물관)535㎡, (자작마루)453㎡ / 주구조-지상1층, 조적조(목조트러스) / 설계기간-’12.3~’12.6 / 시공기간-’12.7.18~’13.2.19 / 설계-이충기+송준환(명원종합건축) / 시공-(건축)구진산업개발, (전기)해성ENG, (소방)강서건영, (통신/음향)바비젼 / 건축사진-신경섭.

■디자인총괄

 

이충기 교수<사진>는 1987년부터 실무를 시작해 1995년 한메건축을 창립했으며, 2008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전임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2013년 한국건축베스트7,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한국리모델링 우수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한 ‘서울시립대 선벽원’을 비롯해, 경주실내체육관(1999), 가나안교회(2001), 인삼랜드휴게소(2001), 옥계휴게소(2005), 제주전문건설회관(2006), 진광교회(2006) 등의 대표작을 내었다. 서울시 도시건축심의위원, 농림부 삶의질 평가위원, 서울시지명 특별경관설계자, 문광부 문화역사마을가꾸기, 대구동성로 공공디자인 추진위원으로, 새건축사협의회 활동과 함께 마을가꾸기, 공공디자인, 건축관련 법제도 등 사회ㆍ공공 분야에서 다양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박물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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