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콜렉션(5) 보성 툇마루 주택
현대건축콜렉션(5) 보성 툇마루 주택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08.29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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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건축가의 동네 살리기 프로젝트

현대건축콜렉션(5) | 김창균
동네 건축가의 동네 살리기 프로젝트, '보성 툇마루 주택'

“부모님이 사시던 그 동네, 그 터에 새 집 지어드린 건축주 아드님…
마을 고유의 분위기에 맞춰 차분한 전벽돌 사용, 툇마루 두고 담장은 없애”

건축가와 함께 집짓기 붐이 한창인 즈음에 최근 출간된 <집짓기바이블>(조남호 외 6인 공저, 마티)이 세간의 화제다.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은 모든 것’이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축가의 그림 한 장으로서의 작품이 아닌 실제 내 집 짓기에 필요한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모기도 입을 다문다는 처서를 지날 무렵, 이 책의 공저자 김창균 건축가를 만났다. 그는 최근 보성에 새로운 주택을 준공했다.
동네건축가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그에게 물었다. 동네건축가라는 애칭을 쓰는 선배들이 이미 많지 않느냐고,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말하는 동네는 어느 한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를 두고 동네건축가라 함은 곧 이것이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것은 동네를 살려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 소속감을 느끼고 자부할 수 있는 것, 고치면서 살아가는 우리 동네 말입니다.”
지난해 젊은 건축가상 수상 후 포천 피노키오 하우스 등 뛰어난 감각의 차기작을 발표하고 있는 김창균. 보성에서 그가 만들어가는 동네건축 이야기를 들어본다. 

 

“부모님이 사시던 그 동네, 그 터에 새 집 지어드린 건축주 아드님…
마을 고유의 분위기에 맞춰 차분한 전벽돌 사용, 툇마루 두고 담장은 없애”

▲ 언덕에서 내려본 보성주택과 마을(사진_황효철)

보성주택의 건축주는 먼저 진행하고 있던 양평주택 건축주가 소개를 해주셨다. 건축가와 작업을 하고 싶은데 워낙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현장이다 보니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신 모양이었다. 작업해보고 싶다고 흔쾌히 말씀드렸고 건축주의 꿈과 집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미팅을 진행한 후 계약과 함께 본격적인 작업을 하게 됐다.

이 부지는 전체 25가구 정도로 보성군에서도 매우 작은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 마을 입구의 정자에서 쉬고 계신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마을 대부분 주택에 툇마루가 있었다. 툇마루는 작지만 지붕 처마로 햇빛을 조절하고 주변으로 열린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는 특징적인 공간이었다. 건축주에게 우리 집도 당연히 툇마루를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설계 초기 평지붕일 때부터 변하지 않고 반영됐다.

이 프로젝트는 일층 주택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계가 수평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거실에 세 개의 축이 교차하도록 해 중심공간으로 설정했다.

첫 번째 축은 메인 현관에서 부출입구로 횡단하는 축이며 기능적인 통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두 번째 축은 앞마당에서 툇마루, 그리고 뒷마당 데크까지 연속되는 축이다. 마지막은 경사 지붕으로 들어 올려진 천장과 지붕 속 다락방 공간을 연결하는 수직축으로 semi-public한 거실 공간을 완성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환기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한 공간이다.

건물은 멈춰있는 인공물이지만 이 공간을 통해 거주자는 외부 변화를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주변과 소통하게 된다.

처음에 건축주는 시골의 노부모님을 위한 일층의 평지붕 슬래브 건물을 원했다. 시골 마을에서 튀고 싶지 않았고, 옥상 데크에서 동네를 내려다보면서 삼겹살 파티 등을 하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설계 미팅을 진행하면서 단열과 겨울철 적설량, 그리고 주변 산세와 동네 골목길 풍경과의 조화를 이유로 경사지붕을 추천했고 자연스럽게 철근콘크리트조에서 경골목구조로 변경됐다.

경골목구조이지만 외벽재료는 전벽돌을 사용했다. 최근 지어지는 목조주택은 대부분 합판위 스터코나 시멘트 사이딩, 징크가 주로 사용되지만,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골목길 풍경과의 조화를 고려하고, 무엇보다 10년, 20년 뒤 자연스레 나이를 먹는 건물을 생각했을 때 벽돌이 가장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지붕은 내구성과 방수 등을 고려해 리얼징크로 마감이 됐고 목조주택에서 누수에 가장 취약하다는 지붕 속 옥상 데크 부분은 담수실험을 겸한 3중방수로 처리를 했다. 다락방과 연결되는 옥상 데크는 건축주가 초기에 희망한대로 원경을 담는 공간이 됐고, 다락방 천장을 통해서는 구름과 별을 감상할 수 있다.

▲ 거실과 다락(사진_황효철)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일단 보성주택은 보성군 최초의 경골목구조 주택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현지의 많은 분들께서 “이게 집이 되겠어?”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특히 단열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 골조를 마치고 단열재 공사를 안팎으로 이중 시공한걸 보고는 “이래서 문제없다고 장담을 하셨구만” 하셨다.

골조공사 이후는 외벽 마감재인 전벽돌이 화두였다. 목조주택 하면 보통 목재 혹은 시멘트 사이딩을 상상하고 계셨는데 전벽돌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하셨다.

현재는 목조주택이 아니라 벽돌집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완공이 된 지금은 목주주택도 벽돌주택도 아닌 서울사람이 설계한 주택이다.
노부모님을 위해 서울에 계신 건축주 아드님께서 집을 지어주신 것도 화제이고 서울에 젊은 건축가가 설계한 것도 이야깃거리가 됐다.

보성군 최초의 경골목구조 주택에서
벽돌집, 다시 서울사람이 설계한 집으로
■보성주택의 공사비와 설계비
보성주택의 설계비와 감리비는 마당과 담장을 포함한 전체 시공예산의 10% 정도인 2천500만원이다. 공사비는 순수 건축물만 평당 약 460만원 정도다.

보통의 경골목구조 주택보다 조금 비싼 이유는 전벽돌과 리얼징크로 마감한 외장과 필로브 알루미늄 창호를 설치한 까닭이다.

물론 건축주와는 설계단계에서 시공비 비교를 통해 재료를 선택했다. 높게 설치돼있던 골목 담장을 허물고 낮게 변경하고, 농가주택임을 감안한 창고동, 그리고 현무암 판석으로 마감한 주차장 바닥과 장독대, 잔디 조경으로 인해 총 공사비는 조금 더 올라갔다.

집을 지을 때 평당 공사비 산출을 많이 하는데 순수 건축비가 아닌 조경이나 담장 등의 공사비를 포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보성 툇마루 주택에서 다락면적을 빼고 툇마루 면적으로 계산한 건축면적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면 391만원/평이다. <글 / 김창균>
 

보성군 최초의 경골목구조 주택에서
벽돌집, 다시 서울사람이 설계한 집으로
 

▲ 툇마루와 마당. 보성의 이 작은 마을은 25가구가 있는데 대부분 툇마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새 집도 이를 물려받아 툇마루를 두고 한 마을 식구가 됐다.(사진_황효철)
▲ 시골마을도 좀도둑은 무섭다. 때문에 담장을 낮추기까지 진지한 설득이 필요했다고 한다.(사진_황효철)

▲ 거실과 기존주택 상량. 이 집은 귀농을 위해 새로 구입한 땅에 지은 새 집이 아니다. 전부터 부모님이 사시던 그 집터에 지었다. 해서 보성주택 안에는 원래 살던 집의 상량이 공존한다.(사진제공_유타건축)

▲ 우유빛이 감도는 아늑하고 환한 분위기의 내부 복도.(사진_황효철)

▲ 평지붕에서 박공 주택으로 변경되면서 가능해진 다락 공간.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창이 있고, 초기부터 건축주가 바랬던 원경을 담은 아늑한 다락이 만들어졌다.(사진_황효철)

▲ 배면 툇마루에서 마당으로 통하는 축. 자칫 밋밋할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에 숨겨진 일상의 스펙타클이다. 건축가는 횡으로 종으로 수직으로, 보이지 않은 세 개의 축을 두어 바람이 흐르듯 공간이 소통할 수 있게 했다.(사진_황효철)
 

■ 사진으로 본 시공 과정

건축주의 부모님이 사시던 주택은 흔히 볼 수 있는 시골의 작은 집이었다. 지난 여름, 보성주택을 짓는 동안 부모님은 다른 데 가지 않으시고 마당에 비닐하우스로 임시 주거공간을 만들고 지내셨다고 한다. 현장을 지키시면서. 또 하나, 보성주택은 30평대의 아담한 집이지만 대지는 240평이 넘어 마당이 널찍하다.
 

▲ 기존주택(by utaa).
▲ 골조공사 중(by utaa).
▲ 골조공사 후 외장합판 공사중(by utaa).
▲ 전벽돌 치장쌓기(by utaa).
▲ 지붕공사 완료(by utaa).
▲ 잔디깔기 (by utaa).

 

■ 김창균 / 유타건축사사무소

 
1971년생으로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해병대사령부 건축설계실, 에이텍건축 등에서 건축설계뿐 아니라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실무경험을 쌓았고, 2006년 (주)리슈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를 거쳐 2009년 (주)유타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활동 중이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이며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올해의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 서울시립대학교 미디어센터와 정문, 삼청동 가압장, 크리스탈카운티 C.C 클럽하우스, 서교동 BNB 리모델링, 완주주택, 국립과천과학관 감각놀이터,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 등이 있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며 양평, 원주, 철원, 이태원 등에 주택 프로젝트와 서울시 임대아파트, 문화로 행복한 학교만들기 등을 진행 중이다.
 

▲ 보성 툇마루 주택 모형(사진제공_유타건축)
■개 요 | 프로젝트명-보성 툇마루 주택 / 위치-전남 보성군 보성읍 원봉리 / 대지면적-797㎡ㆍ연면적-121.6㎡(36.8평)/ 건폐율-20.28%ㆍ용적률-15.38% / 규모-지상1층,다락ㆍ높이 5.0m / 구조-경골목구조 / 설계ㆍ공사기간-2011.12~2012.04ㆍ2012.05~2012.07 / 마감-전벽돌, 리얼징크, 루나우드 데크

■크레딧 | 설계-(주)유타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김창균, 최병용, 장근용, 편혜숙 / 시공-하우징플러스 / 감리-유타건축사사무소(김창균) / 협력사-코담기술단 / 건축사진-황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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