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②> 데이비드 하비 ‘Big Change, Small Action’ 촉구
<건설인문학②> 데이비드 하비 ‘Big Change, Small Action’ 촉구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7.1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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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4보) 신자유주의 도시개발을 향한 인문사회학적 성찰 -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창간특별기획 <건설인문학②>: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심포지엄’
“도시의 정치경제학,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하비의 제언”

서울연구원-한국공간환경학회 공동주최, 출간준비 중간발표
인문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교수와 박원순 시장 공개 대담

▲ 지난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심포지엄’의 특별 세션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데이비드 하비 교수의 공개 대담이 있었다. <사진_서울시>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본지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건설인문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조어를 제시하고 두 달에 걸친 시리즈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지난 호에서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정소익 사무국장의 목소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앞에서 오히려 ‘제조업 부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시사하며, “시장(market)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운 ‘사회 공동의 이익’, 사회의 안정과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보았다.

이번 호부터는 지난달 열린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담론들을 소개하며, 오늘날 우리 모두의 공통과제인 저성장 시대 앞에서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해법은 과연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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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4부, 12개 주제발표와 4개의 주제토론을 마친 후 참석한 전문가들이 최종 종합평가토론을 하고 있다.
▲ 이번 심포지엄의 총 기획자 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는 기조발표와 함께 ‘도시인의 소외와 정의로운 도시’라는 주제로 1부 주제발표를 했다.

지난달 종로구 소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초청됐다. ‘도시의 정치경제학’이란 혁신적인 주제를 현대사회에 전파시킨 세계 지리학계의 거물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인류학과 교수, 그와 선언적인 주제를 논하고자 했던 박원순 시장이 공개 대담을 위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최병두, 강내희, 조명래 등 비평적인 담론을 이끌고 있는 국내의 인문/사회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공간환경학회(회장 김용창)와 서울연구원(원장 김수현)이 공동 주최한 이 심포지엄은 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가 이끄는 ‘희망의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판 중간발표의 장으로 기획됐으며, 데이비드 하비 교수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약 한 시간동안 나눈 특별 대담으로 방대하게 구성됐다.
단 하루의 일정에 맞추기에는 대규모 심포지엄이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속하고 알차게 진행됐다.

주최 측은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라고 한다. 지금 세계는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화에 따른 위기가 발생하기도 하고, 새로운 철학과 가치를 담을 수 있는 희망의 기회도 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희망의 도시로 가기 위해 필요한 이론적, 정치적, 실천적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자 한다. 아울러 ‘희망의 도시’라는 관점에서 ‘서울특별시의 성과와 과제’를 공유하고, 박원순 시장과 데이비드 하비 교수의 대담을 통해 희망의 도시를 함께 모색하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심포지엄은 전체 주제를 흐르며 논의의 구심점을 이룬 키워드 ‘희망의 도시’를 화두로 ▷제1부 “희망의 도시,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 ▷2부 “희망의 도시, 정치적 대안은 무엇인가” ▷3부 “희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4부 “희망의 도시, 대안적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4개 부와 각각 3개의 발제로 구성, 전체 12개 주제발표와 부별 주제토론, 마지막으로 최종 종합평가토론이 이어졌다.

최병두 교수의 ‘위기의 도시에서 희망의 도시’로 라는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심포지엄은 제 1부 “희망의 도시,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에서는 ▷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의 ‘도시인의 소외와 정의로운 도시’ ▷강내희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의 ‘도시에 대한 권리와 시적 정의’ ▷조정환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 ‘예술인간의 탄생과 반자본주의적 공통도시의 전망’을 발제 후 간략한 주제토론과 관객과의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이어 제 2부 “희망의 도시, 정치적 대안은 무엇인가?”는 ▷박배균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의 ‘자본주의 헤게모니와 대안적 도시 이데올로기’ ▷곽노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의 ‘도시공동체와 공유지’ ▷장세용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의 ‘공간 점거에서 수행성과 (비)재현 공간 행동주의’, 제 3부는 “희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는 ▷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의 ‘도시 인클로저와 거주 위기, 거주자원의 공유화’ ▷신현방 런던정치경제대학교(SLS) 지리환경학과 교수의 ‘투기적 도시화,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도시권’ ▷정현주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의 ‘젠더 차별을 넘어 희망의 도시 상상하기’, 제 4부 “희망의 도시, 대안적 정책은 무엇인가?”는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의 ‘도시의 진보와 진보도시의 조건’ ▷정병순 서울연구원 협치연구센터장의 ‘발전도시 위기와 포용도시로의 도시정체성의 재정립’ ▷박세훈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의 ‘사회적 경제와 대안적 도시만들기’가 순서대로 발표됐으며, 역시 간략한 주제토론과 관객과의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대단원의 내용을 정리하는 종합평가토론이 조명래 교수의 사회로 차성수 금천구청장, 서왕진 서울특별시 정책특보, 강내희 학장, 김수현 서울연구원 원장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심포지엄은 처음부터 끝까지 플로어 질의응답을 통한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편, 대중적으로 공유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공간사회학적 담론의 장에 500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린 데 대해 총 기획자인 최병두 교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병두 교수는 “이들이 여기에 함께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연구자, 학생, 지역 및 시민사회 활동가 등 다양한 이들이 모였을 것이다. 단순한 관심으로 찾아온 분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마도, 기조발제에서 말했듯이 우리사회가 위기라고 인식함과 동시에 이 위기를 함께 공감하고 타계해 나가자는 의지를 가진 이들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심포지엄의 성공을 전문가들 각자가 어떠한 실천과제로 이어나가야 할 것인가 라는 과제가 던져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천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이 시대의 이론가들은 행동가나 실천가와 마찬가지로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꿈을 꾸고 상상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행정가와 사회 활동가들이 필요로 하는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이론적인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하비, ‘Big Change, Small Action’ 촉구

세계도시 어젠다, ‘지속가능’에서 포용(Inclusive)으로 무게중심 이동
공유와 포용도시로 ‘저성장 시대’의 불평등(배제와 격차) 극복해야

▲ (왼쪽) 데이비드 하비 교수, (오른쪽)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과 데이비드 하비 교수의 대담은 ‘도시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가 희망의 도시로 가기 위해 필수적인 이론적, 실천적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박 시장과 하비 교수는 ‘위기의 도시에서 희망의 도시로’라는 관점에서 서울의 성과와 과제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길을 모색했다.

먼저 최병두 교수는 “우리사회는 1997년 IMF의 위기를 ‘신자유주의’로 극복했다. 그러나 ‘불평등의 극대화’라는 문제를 낳았다. 지금까지 도시문제를 타계하는 해법으로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 구호였다면 이제는 ‘포용도시’(Inclusive Cities)라는 새로운 가치가 대두되고 있다(2016 UN Habitat). 이는 저성장 체제로의 돌입이 불가피한 전 지구적인 과제다”라며, “저성장 체제는 불평등을 확대시킨다. 이러한 격차와 배제의 고착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포용도시’ 어젠다는 ▷배제에서 포용 ▷혜택의 공유 ▷시민의 참여 ▷보편적 접근 등을 지향한다”고 화두를 열었다.

박원순 시장은 “데이비드 하비 교수의 저서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우리는 현실적인 문제에 갇혀서 고민하는데, 시대의 흐름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고민하는 하비 교수의 자세를 배우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시장(mayor)으로서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박 시장은 “서울을 확실한 보행친화도시로 만들고자 하며, 도시재생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대중교통 체계 개선에 집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산ㆍ고립화된 개인이 아니라 함께 서울의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자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영역(Territorial)이라는 힘과 자본(Capital)이라는 힘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때, 시(서울시)는 영역의 힘은 있지만 자본의 힘에서는 공공기관으로서 한계가 있다. 또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종속된 한계도 느낀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하비 교수는 ‘도시권’에 대한 설명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도시권’이라는 귄리가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인구 1천만의 도시 서울의 과제이기도 하다. 도시권은 ‘시민에 의한 권력’을 뜻한다. ▷시민사회의 관용성과 자율성 ▷이중노동시장 해소 ▷공공성과 공정성 등을 지향한다.

도시의 삶에는 많은 불만이 있다. 양이 아니라 질에 대한 불만이다. 우리는 이러한 질적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 일자리가 있더라도 의미가 없다. 직장생활이 의미 있는 삶이 되기 위해 질적인 측면에서 일상생활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 질적인 향상이 곧 도시화의 수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

그러나 자본가들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도시 대신 투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왔다. 투자처를 찾는 유동성의 잉여를 흡수하기 위해 새로운 주택단지 건설 같은 메가 프로젝트를 일으키고, 이러한 도시화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유발시켜 왔다.

성장 중심의 도시는 사람들의 삶에 다양한 파괴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는 시장(mayor) 혼자서 막을 수 있는 흐름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은 훌륭한 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비 교수는 플로어와 참석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결론을 낸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도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결정(선택)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기업의 활동은 중층자본의 흐름이다. 그 저변에 흐르는 거대자본의 흐름을 우리는 느낄 수도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여러분이 수동적이라면 (분배보다 성장을 쫓는) 거대한 자본의 파괴력을 막을 수 없다.

특히 고도성장기가 끝난 지금은 격차를 고착화하려는 자본의 노력, 줄어든 수익에서 기업의 이윤을 고수하려는 노력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이를 테면 저성장 체제로 돌입하자 지금까지의 이윤을 고수하기 위해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거나, 이중노동구조를 확대시키는 현상이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적극적이라면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거대한 변화(Big Change)를 이루기 위한 작은 행동(Small Action)의 힘이다.

나는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다. 국가는 사회운동의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미래는 서울시장 만큼 여러분의 실천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노동 문제가 이슈가 되고 주거문제 등 ‘삶의 공간’도 핵심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대의 부름이라고 생각한다.

스몰액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 이것이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협치’일 수도 있다. 거버넌스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희망의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는 여러분의 스몰액션에 그 운명이 달려 있다" 라고...

80대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지성의 영원성이 약 한 시간 가량 대한민국 서울 종로 한복판 어느 평범한 빌딩 안에서 울렸다. 

데이비드 하비 교수는 도서출판 창비(창작과 비평) 50주년 기념 초청으로 내한했다. 방한 기간 동안 각종 행사와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을 위한 도시에서 사람은 소외되기 마련’이라는 분석을 일관하며 다양한 제언을 들려주었다.

지리학자이자 인문학자, 인류학자, 경제학자, 사회이론가이며 사상가이자 저술가인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81세)는 1935년 10월 31일 영국 잉글랜드 켄트 주 길링햄에서 노동계급 가정의 둘째로 태어나 1954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지리학과에 입학해 1962년 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비 교수는 1970년대 초부터 현대도시 문제와 자본주의를 비판 연구해온 세계적인 석학으로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이 시간적 차원만을 고려했다면 그는 앙리 르페브르 등의 학자를 계승하면서 공간적 차원을 고려했다. 그래서 하비의 이론에선 ‘도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마르크스주의의 계급 개념을 재구성하고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을 되살려 도시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역학을 분석하며, 1987년부터 1993년까지 할포드 매킨더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사고를 정리했다.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을 비롯해 <도시의 정치경제학>,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 <자본이라는 수수께끼>, <반란의 도시> 등 다수의 저작을 남겼다

또한 창비는 올 하반기 1970년대 이후 하비 교수가 집필한 책들을 한데 묶은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을 출간할 계획이다. 

본지 창간 29주년 특집 <건설인문학>은 그 두 번째 시리즈를 통해 한국공간환경학회와 서울연구원이 기획한 ‘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 프로젝트의 긴 이야기를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하비가 던진 화두로 시작했다.

다음 호에서는 다양한 국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분석과 해법, 대안 등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하비 교수지만, 그렇다 해도 신자유주의의 범람 후 서서히 자취가 희미해진 도시사회학이라는 담론을 종일 주제로 하는 릴레이 심포지엄에 500여명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참석, 주최측마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도시의 위기를 많은 대중이 체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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