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故정기용 유작, 김해기적의도서관 개관
건축가 故정기용 유작, 김해기적의도서관 개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1.11.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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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타계한 공공건축의 거장이 남긴 마지막 손길
▲ ⓒ안하진

 

▲ 율하천변 공원 산책로를 건물 지붕에 공원의 일부처럼 연속시킨 풍경과 옥상의 등나무 열람실. 건축가 정기용 선생은 아이들이 지붕 위로 올라가 풍경을 바라보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등나무 스탠드를 만들어 ‘옥상 열람실’을 만들어주었다. <사진제공: 기용건축>

■건축개요 | 어린이도서관 / 김해시 장유면 율하리 1407번지 근린공원내 / 도시지역ㆍ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ㆍ근린공원 / 대지면적-70,781.30㎡ㆍ건축면적-978.31㎡ㆍ연면적-1,458.24㎡ / 지하1층ㆍ지상2층(높이: 11.20m) / 철근콘크리트조 / 외장-점토벽돌 통줄눈쌓기ㆍ징크ㆍ건물일체형태양광시스템 / 설계 및 감리-故 정기용ㆍ김병옥ㆍ김지철(기용건축건축사무소)ㆍ시공자-(주)대신종합건설ㆍ발주자-김해시+책읽는사회문화재단

 

2003년 MBC ‘느낌표’ 이후 전국 11번째 어린이 전용도서관

개관 전야제에 스케치전, 영상전 등 정기용 추모행사 마련돼

 

‘건축계 공익요원’ 故정기용 선생의 유작, 김해기적의도서관이 30일 개관한다.

어린이 전용 기적의도서관 건립사업은 2003년 1월 시작돼 같은 해 11월 제1호관인 순천기적의도서관을 개관한 후 지금까지 제천, 진해, 청주, 울산, 제주, 서귀포, 금산, 인천 부평, 정읍 등지에서 10개관을 개관했다.

김해시와 민간단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민관협력으로 건립된 김해기적의도서관은 사업 초기부터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故정기용 선생(성균관대학 건축대학원 석좌교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의 마지막 작품이다.

지난 3월 11일 수년간의 대장암 투병 끝에 66세를 일기로 타계한 건축가 정기용(1945~2011)은 흙 건축의 대가에서부터 생태건축가, 문화운동가, 봉하마을 사저를 설계한 건축가 등 수많은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생전의 족적이 뚜렷했다는 방증이다.

고인이 공공건축가로 유명해진 것은 2003년 MBC TV ‘느낌표’를 통해 소개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에서 순천ㆍ진해ㆍ서귀포ㆍ김해ㆍ제주ㆍ정읍 등 여섯 곳의 어린이도서관을 설계하면서부터다. 그러나 공중파의 영향은 그저 때일 뿐, 어쩌면 그가 방송을 탄 것이 아니라 방송이 그를 탄 것이었다.

정기용 선생이 공공건축가로 대표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건축가의 일방적인 설계방식에 반대’하는 평소의 건축철학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감응의 건축’이란 단어로 압축된다.


”건축가는 ‘내가 그린 대로 살아라’ 하고 주인들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가가 불확정하게 만든 것이 있다면 주민들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재조직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쌍방향적 건축이다.” - <감응의 건축>, 18쪽


그의 육신은 세상을 떠났어도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지인과 후배들을 통해 세상의 빛이 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지인을 중심으로 지난 7월 15일 추모사업준비위원회가 출범했는가 하면, 그가 떠난 자리가 식기도 전에 건축계에서는 각종 추모전시와 작품집 출판 등이 뜨겁게 잇따랐다.

여기에 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한 영화감독 정재은 씨는 올해 부산영화제에 건축가로서 고인의 생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를 출품하기도 했다.

본래 미술을 전공한 정기용 선생은 우연히 들은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강의를 계기로 건축으로 전향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 미술대학 및 서울대 대학원 공예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장식미술학교 실내건축과와 파리 제6대학 건축과에서 수학하고 프랑스 정부 공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 1982년에는 파리 제8대학 도시계획과를 졸업했다.

1975년부터 10년간 파리에서 건축 및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다가 1986년에 귀국해 기용건축을 설립한 이래 타계하기 전까지 이끌었다. 13년만의 귀환 그리고 25년간의 활동, 건축가의 작업 생애에서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을 허락받았던 것이다.

파리에 있는 동안 줄곧 흙을 탐구한 고인은 귀국하자 흙 건축 전문가를 수소문한 끝에 충남 예산의 구억마을 장용순옹(당시 72세)을 만나 스승으로 삼고 그 후 낮은 담, 풍경이 보이는 큰 창, 담쟁이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판 흙건축의 토대를 만들었다.

또 1999년부터 10여년 동안 무주군청, 공설운동장, 무주시장, 면사무소 4개소 등 공공건물 30여채를 지은 전북 무주에서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는 건축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에 개관하는 김해기적의도서관은 지상2층 연건평 1천458㎡(약 441평) 규모로 열람실, 아동극장, 4차원의 방, 신화의 방 등 아기자기한 각종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전국 10개의 기적의도서관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1천100여개의 타일로 만들어 부착한 ‘어깨동무 담’이 도서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전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 자라라는 작가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정기용 선생의 마지막 손길을 느끼게 해줄 김해기적의도서관 개관식은 30일(수) 오후 2시에 김해시 장유면 율하리 1407 김해기적의도서관 현장에서 개최되며 전야제는 29일 저녁7시부터 막을 연다.

◇문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02)3675-8783~4, www.bookread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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