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권영상 국가한옥센터장
특별인터뷰 | 권영상 국가한옥센터장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1.11.29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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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문화 진흥 국책 싱크탱크 ‘국가한옥센터’

 
▲ 2010년 5월 신한옥 플랜 대통령보고 과정에서 착안된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산하 국가한옥센터. 올해 5월 개소하고 권영상 씨가 초대 국가한옥센터장으로 선임됐다.

 

2008년 희망주거형태 조사… 42% 한옥 거주 희망, 아파트 29% 불과
올해 5월 국가한옥센터 개소, 신한옥 모델개발 및 한옥포탈사이트 계획 

"매년 한옥 공모전 개최해 한옥의 저변을 확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 잘지은 한옥은 적극 홍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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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과거의 또는 전통주거 양식. 민속촌이란 이름은 전통주거를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대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 1996년 조성된 남산 한옥마을은 그 이름만으로도 한옥에 대해 상당히 상대적인 견지를 확보했음을 나타낸다.
2000년대 들어 북촌한옥마을이 부상했다. 낡은 한옥을 현대적으로 보수해 사는 몇몇의 취향은 점차 대수선, 리모델링 등으로 확산돼고 이와 함께 북촌 가꾸기는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발단한 한옥 붐은 초기의 주택 위주에서 게스트하우스나 까페, 작가의 아뜰리에로 번져나가더니 점점 치과, 오피스, 동사무소 등으로 그 무대를 확장한다.
처음에는 개인 건축주의 선호와 선택이었던 한옥 향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광상품으로 흡수되면서, 이는 다시 21세기형 웰빙 트랜드에 힘잆어 새로운 주거 양식으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옥 붐의 동력은 건축계보다 한류와 웰빙이라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기인했다. 쉬운 예로, (건축가를 소재로한 문화컨텐츠가 많다.) 근래 몇년동안 문화컨텐츠들을 보면  한옥전문 건축가(KBS2, 결혼 못하는 남자, 2009)나 한옥에 사는 건축가(MBC, 개인의 취향, 2010) 등, 건축 중에서도 한옥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듯이 일반인들에게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강한 주거 열망을 가지게 만든 한옥 열풍은 아파트 인테리어, 한옥 단지 등의 사업으로 이제는 훨씬 조직적이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대두되고 있다.
이를 두고 콤팩트 시티, 아파트 중심의 획일적인 주거에 대한 대안이라 분석하기도 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가방이나 신발에서 한옥으로 대상만 전이한 사치성 명품 선호현상일 뿐이라는 비판어린 시선도 있다.
실상 한옥 보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단가, 가격이다.  이 때문에 부재를  규격화해 산업화를 가능하게 하자는 움직임도 적지 않게 있어 왔다. 그러나  이는 곧장 한옥의 품격을 저해하는 일이라는 거센 비난에 부딛히게 된다. 

보급을 명분으로 한 산업화가 한옥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을 기로에 선 셈이다.  만약 한옥이 현대적인 주거로 기능적, 경제적인 면을 충족할 수 있다면 이는 꽤 괜찮은 일 이상이다. 그러나 섣부른 한옥 현대화를 꾀하지는 않을지 보다 집중적인 관심과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즈음에 정부가 '신한옥 플랜'이란 것을 진행하면서 한옥의 산업화와 보급, 홍보 및 관리의 거점으로서 국가한옥센터를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에 지난 5월 국가한옥센터가 개소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첫번째 가시물인 제1회 한옥공모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옥공모전과 국가한옥센터 모두 올해가 출범년도다. 그런 즈음에 첫 번째인 만큼 그 취지와 목적, 첫 공모전을 마친 소회를 AURI 산하 권영상 초대 한옥센터장에게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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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한옥센터의 설립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지, 초대 센터장으로서 소개를 부탁한다.  

그동안 한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책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옥에 대한 전문적인 정책지원과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없어서 한옥활성화 정책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에 한옥의 육성을 골자로 하는 ‘신한옥플랜’(2010. 5)을 대통령 보고하는 과정에서 국가한옥센터의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고 올해 5월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이하 건도연)와 국토해양부가 협의해 국가한옥센터를 개소했다.
‘국가한옥센터’는 한옥문화 진흥을 위한 싱크탱크로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한옥정책개발을 지원하고 한옥교육 및 한옥관련 정보 제공, 대국민 홍보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 제1회 한옥 공모전이 심사와 시상까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옥공모전’의 의의는 무엇인가, 한옥의 산업화와 보급화에서 어떤 기여를 하리라 생각하는가.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은 한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옥의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이번 공모전은 올해 처음 개최됐음에도 불구하고 계획부문 총 152개 작품과 준공부문 총 18개 작품이 접수돼 한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냈다.
앞으로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을 매년 개최해서 한옥의 발전방향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축적하고 이미 지어진 좋은 한옥들은 적극적으로 발굴해 널리 홍보한다면 한옥 보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 심사과정에서 논의된 바들이 궁금하다. 심사총평을 부탁한다.

이번 공모전은 전반적으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이 접수됐다. 준공부문에는 주택, 도서관, 공연장, 음식점, 종교시설 등 다양한 용도의 한옥들이 참가해 한옥의 현 주소와 발전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었고, 계획부문에서는 기대했던 수준보다 좋은 디자인의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계획부문 작품들은 2008년 심사에 참여했던 LH공사 ‘신한옥 디자인 공모전’에 비해서 한옥에 대한 이해나 표현의 수준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느꼈다.
준공부문과 계획부문 모두 접수된 작품들의 스펙트럼이 넓어 심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심사위원들 간에 심사기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했다.
논의를 통해 세운 심사기준은 ▷첫째, 한옥의 고유한 가치를 작품에 반영했는가 ▷둘째, 현시대에도 지속가능한 생명력이 있는 작품인가 ▷셋째, 건축가 또는 계획자의 창의적인 의도가 잘 드러났는가 하는 것이었다.

- 각 부문별 수상작의 선정 이유와 권고사항을 듣고 싶다.

준공부문 ‘올해의 한옥대상’으로 선정된 ‘가회동 엘(L)주택’은  진화를 거듭해 온 북촌한옥의 완성도 있는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올해의 한옥상’ 중 하나인 ‘구로 한옥 어린이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널리 이용하는 공공건축물로서 한옥의 새로운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툇마루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과 이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모습은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또 다른 한옥상 수상작인 '불교사찰 천간사‘는 언뜻 보면 전통한옥을 재현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한옥 부재의 치수와 모듈화에 대한 고민으로 8m 가량의 대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기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계획부문 대상작은 경사지에 복층형 공동주거를 제안한 것인데 한옥의 가장 큰 장점인 땅과 건축과의 관계를 잘 반영하면서 현실적인 밀도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상 작품은 한옥을 재해석해 형태적으로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 과감한 시도가 높게 평가됐고, 이외에도 개성 있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제안한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반면에 계획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대지나 지형 등 주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한옥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거나 한옥의 전통구법과 비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면이 종종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공모전이 회를 거듭하면서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도 자국의 전통건축을 중흥시키려는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는가? 한옥 르네상스, 한옥 장려정책의 활성화 원인은 근본적으로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아시아에서는 대표적으로 일본이 이미 오랜 기간 동안 목조주택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전통적이고 지역적인 건축문화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기존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에 대한 염증과 반성에서 비롯됐고 국민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건강, 참살이(well-being)에 대한 관심과 앤티크(antique)하고 고풍스러운 전통문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8년 국토해양부와 건도연이 실시한 희망주거형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42%가 한옥에 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아파트 선호도 29%를 앞서는 것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옥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적인 노력은 근본적으로는 한옥에 대한 이와 같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며 한옥사업에 대한 지원이나 한옥기술개발 R&D 등을 통해 전통적인 건축문화를 새롭게 계승해나가려고 하는 시도이다.

- 앞으로 한옥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공공사업을 기준으로 내년도에 한옥 관련 어떤 사업들이 예정돼 있는지, 한옥센터에서 구상중인 프로젝트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한옥 보급이 보다 활성화되고 한옥시장이 성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하겠지만 최근에는 주거용 한옥 뿐 아니라 한옥디자인을 적용한 호텔이나 골프 클럽하우스가 생겨나고 있고 공공청사, 도서관, 동사무소 등 공공건축물에 한옥을 적용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한옥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지고 다양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내년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한옥시범마을 조성’을 검토할 예정이며 지방자체단체에서도 크고 작은 한옥사업들이 계속될 것이다.
국가한옥센터에서는 ‘신한옥 모델개발’과 같은 연구사업 뿐 아니라 한옥관련 정보를 대국민서비스 하기 위한 ‘한옥포털사이트’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한옥정책포럼, 한옥 총서 및 잡지 발간과 같이 한옥문화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각종 홍보사업들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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