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변해야 산다
건설산업, 변해야 산다
  • 승인 2007.07.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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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건설산업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당장도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 건설시장의 지속 성장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2000년대를 맞이한지가 엊그제 같건만 2010년대가 앞으로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2010년대에 건설산업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 것인가.

아마 지금으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2010년대에 건설업계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변화는 건설수요의 급격한 감소 가능성이다. 물론 2010년대 전반기에 당장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시장은 지속적인 물량 감소의 사인을 보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저출산·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겠지만, 대체로 건설업계에 심각한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당장 경제성장률의 저하가 건설수요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령화 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경제 활력의 저하는 실수요는 물론 투자적인 측면에서도 주택 등 건축부문에 대한 수요 감소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부문 건설시장은 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도 공공부문은 발주 물량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한편, 민자사업과 같이 민간부문에 의존하는 비중을 높여가고 있지만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은 정부의 세수 확보를 힘들게 하는 한편, 복지부문에 대한 재정지출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공공투자는 점점 더 축소 압력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관행처럼 인식되고 있는 경기 활성화와 배분적 측면의 공공투자 확대 필요성이 언제까지 힘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최근 건설업계는 이러한 건설시장의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응방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2010년대에도 건설수요를 리드해 나갈 신성장 동력을 찾고자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환경복원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첨단교통시설건설, 초고층빌딩건설, 유시티건설 등과 같은 미래형 건설 수요 개발의 아이템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머지않아 닥쳐올 건설산업의 위기 국면에 대비하여 지금부터 차분하게 대형 수요를 발굴하고 개척하는 노력은 건설인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2010년대에 예상되는 건설시장의 변화는 양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설시장은 양적으로 변화되지만 질적으로도 엄청나게 변화될 것이다.

당장 질적인 변화의 구체적 모습을 모두 다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변화의 핵심 키워드를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수요자의 파워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완전한 수요자 주도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수요자 주도의 시장으로 변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원리에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건설산업은 이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대표적인 산업이었다.

비록 말로는 공급자 주도의 시장에서 수요자 주도 시장으로 변했다고 인정해 왔지만 그런 변화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대응해 오지 못했던 것이다.

많은 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지어놓으면 팔린다는 공급자 주도의 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사정이 어려우면 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오래된 타성과 관행이 지금 우리 건설산업을 2류산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건설산업도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일류산업이 시장의 민감한 변화를 인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 왔듯이 건설산업도 변해야 한다. 이제부터 건설산업도 기업의 경영이든 정부 정책이든 수요자와 시장을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이다.

장차 건설산업의 운명은 건설 수요자의 잠재적 욕구 변화를 얼마나 충실히 읽고 창조적으로 반영하는 가에 달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에 최우선을 두는 한편, 시장원리에 입각한 경쟁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스스로 고객의 입장에 서서 의사 결정을 하는 한편, 시장원리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는 제도 창출자로서의 역할에 더 많이 충실해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이 변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건설인들의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제부터 건설인들은 건설산업을 서비스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건설업은 수요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제공하는 산업이지만, 사실 수요자들은 시공물 자체를 원한다기보다는 그 시공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 즉, 서비스를 원한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 건설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소프트해져야 한다. 미래 건설업은 시공이라는 행위 자체보다는 그것을 창출하기 위한 기획, 협상, 설계, 기술개발, 금융과 같은 보다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활동을 더 많이 요구한다. 따라서 미래 건설업 영역은 지금보다 수평 또는 수직적으로 더 많이 확대되고 복잡해질 것이다.

그것은 건설산업 영역의 확장과 경계의 불명확성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 건설산업이 첨단 서비스업의 문화를 새롭게 창조하면서 주변 산업을 통합하고 리드해 나갈 때 비전있는 일류산업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윤영선 박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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