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3구역 신통기획, 설계안 놓고 ‘진흙탕 싸움’
압구정3구역 신통기획, 설계안 놓고 ‘진흙탕 싸움’
  • 황순호
  • 승인 2023.07.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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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재건축, 설계비만 300억원… 신경전 ‘치열’
희림, 서울시 가이드라인 위반한 설계안으로 피소
서울시가 지난 10일 발표했던 압구정지구 3구역의 신속통합기획의 메인 투시도.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지난 10일 발표했던 압구정지구 3구역의 신속통합기획의 메인 투시도.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추진하는 압구정3구역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압구정지구 2~5구역의 재건축 신통기획을 확정, 압구정 아파트 단지 773,000㎡, 50층 내외, 11,800세대 규모를 미래 한강의 매력적 수변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단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이 중 압구정3구역은 설계비만 3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재건축 사업지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해안) 등 대형 건축사사무소들이 그 설계권을 따내고자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특히 희림과 해안은 놀이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측의 홍보전시관을 배치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희림 측이 제출한 설계안이 서울시가 제시한 지침을 위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시는 당초 공모 지침을 통해 용적률 300% 이하(3종 일반주거용지)‧임대주택 소셜믹스 등을 골자로 하되, 용적률 300%를 초과하는 설계안은 심사 시 실격처리 대상이 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런데 희림 측이 제시한 공모안은 용적률 360%, 단지 내 3종 일반주거지에 임대주택을 제시하지 않는 등 서울시의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희림 측 관계자는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21년 용적률을 중첩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됐으며, 지난해에는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이 변경되면서 제로에너지건축물 등 친환경 설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며 "건축법과 주택법이 제시하고 있는 인센티브를 모두 적용한다면 용적률을 상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안 측은 홍보전시관을 철수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해안 측 관계자는 "설계 공모에는 공모 지침이라는 것이 있으며, 공모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 지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희림 측이 제시한 공모안은 명백히 서울시의 공모 지침을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또한 설계 지침을 근거로 희림 측의 공모안을 채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희림 측이 정비계획 입안 단계에서 공모안이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는 근거로 서울시에 불복하자 지난 11일 희림뿐만 아니라 희림과 컨소시엄을 이룬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이하 나우동인)를 사기 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 방해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압구정3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설계사 선정 공모 및 조합원 투표에 규정상 실격처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희림 측을 실격 처리하는 대신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조합원 투표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림 또한 이에 응해 용적률을 300%로 하향한 개요 및 배치도를 추가해 전시하고 있으며, 조합원 투표는 오는 15일 14시 열리는 조합 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이 14일 서울시청에서 압구정3구역 설계 수주 경쟁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시 유튜브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이 14일 서울시청에서 압구정3구역 설계 수주 경쟁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시 유튜브

이에 서울시는 14일 이동률 대변인을 통해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분명한 원칙을 세우겠습니다’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조합원들을 현혹해 무리한 사업계획으로 선정된 후 인허가 관청과의 지난한 협의 과정으로 조정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불미스러운 관행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신속통합기획의 핵심 가치이며, 이를 통해 사익과 공익의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민선 8기 주택정책의 의지"라며 "시는 몇 차례에 걸쳐 신통기획이 제시한 가이드 라인을 지킬 것을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을 위반한 설계안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단호한 태도를 고수했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금품살포, 과대 홍보 등 '진흙탕 싸움'이 비일비재했던 것은 그 동안 감독기관인 각 구청과 서울시가 그저 민간조합의 업무라는 핑계로 이를 묵인해 왔기 때문이며, 이번 사태를 빌어 서울시민 여러분께 그간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반성과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시민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어 "앞으로는 설계사,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서울시의 공공계획과 전혀 다른 안으로 일단 설계 공모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과대포장, 무책임한 낚시성 계획안으로 공정해야 할 경쟁을 이전투구로 만드는 행태에 단호하게 대응하며, 신통기획을 필두로 정비사업의 설계사, 시공사 선정에 있어 분명한 원칙을 세움과 더불어 고품질의 주택을 빠르게 공급해 집값 안정 및 주거환경 정비 등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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