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못 사는 사람들”이다.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 “울타리” 등도 생각을 스친다. 임대아파트는 소위 ‘돈없고 힘없는’ 사회 구성원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고안됐다. 그들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라면 그 구성원들을 위한 좀 더 디테일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임대아파트는 대개 ‘분양전환’ 과정을 거친다. 분양전환 시기는 보통 5년이나 10년이다. 그 기간 동안 입주민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묵묵히 버틴다. 그렇다고 입주조건이 무척 저렴한 것도 아니다. 생활 불편함도 있다. 대부분 인프라 시설이나 편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곳이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 없던 편의시설도 생기고 버스·지하철 등 기본적인 인프라시설도 갖춰지게 된다. 세입자들에겐 땀 흘린 농부가 가을에 베어 문 사과 같다.
하지만 그 대가는 더 가혹하다.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그게 분양전환 가격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와 아파트 세입자들을 후려치는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그들은 높은 분양가격에 신음하다 쫓겨날 처지가 된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분양전환 가격은 ‘현 시세’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위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10년이 지난다해도 지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 그들에게 높은 분양전환 가격을 요구하며 못 내면 나가라는 게 정부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것도 ‘우선분양전환권’ 박탈, 저리대출 정도라면 할 말 다한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광교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구성을 보면 40%는 장애인, 국가유공자, 다자녀가구, 신혼부부 등 사회적 약자로 특별분양을 받은 세대다. 나머지 입주민들은 이 아파트가 세워지기 전 구도심에서 임차인으로 살던 사람들이고 20% 정도는 일반분양 세대다.
10년 뒤엔 누가 이 아파트에 살아남아 내 집처럼 군림할 것인가. 높은 분양전환가를 견딜 수 있는 몇몇 세대들 뿐 아닐까. 사회적 약자들이 피눈물 흘리며 떠난 자리도 돈 있는 일반인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리되면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더 올라갈 개연성이 높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하남의 10년 공임은 리츠 형태를 띠고 있다. 그 구조를 파고들어 보면 정부와 LH가 공동 출자한 것으로 돼 있다. 즉 거기서 생긴 이익을 양자가 나눈다는 것이다.
생활적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사회적 약자를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그들을 매몰차게 내보내는 게 임대아파트로 여겨진다. 이 모습은 흡사 신축아파트 분양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싸게 전세로 내놓는 일반업자들의 행태를 연상케 한다.
이제 사회적 약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임대주택’인지 물어볼 때가 됐다. 임대아파트가 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내쫓고 부동산가격을 부추기는 것을 지향한다면 그게 보다 실체에 가까운 모습이라면 이제라도 이 ‘기형적’ 건물을 대체할 다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