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건축자산법 시행 2년, 기초지자체ㆍ시민ㆍ전문가 관심 필요
[연구리포트] 건축자산법 시행 2년, 기초지자체ㆍ시민ㆍ전문가 관심 필요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7.06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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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시공간연구소 이규철 부연구위원

《연구리포트》
“건축자산의 정의와 한옥등건축자산법 제도의 추진방향

└  문화재는 아니지만, 특별한 ‘가치’가 있는
└  건축물부터 공원 시장 산업단지 도로 댐
└  물리적 인공환경…점적ㆍ면적 '자산(Asset)'
└  과거 보존만이 아닌, 미래가치의 현재적 활용


■ 건축자산은 무엇인가

▲ 이규철 부연구위원(건축도시공간연구소 공간문화연구본부)
20015년 6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한옥등건축자산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한옥 등 건축자산을 보전ㆍ활용하거나 미래의 건축자산을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가의 건축문화 진흥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법 제1조).

조금 거창하지만 건축자산을 통해 우리나라의 건축문화를 부흥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제정되었다. 건축자산이 무엇이길래 건축문화를 진흥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

한옥등건축자산법에서는 건축자산을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사회적ㆍ경제적ㆍ경관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써, 한옥 등 고유의 역사적ㆍ문화적 가치를 지니거나 국가의 건축문화 진흥 및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고 있는 건축물ㆍ공간환경ㆍ기반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이 중에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ㆍ등록된 문화재는 제외했다. 다소 복잡한 정의이지만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문화재가 아닌, 인공의 물리적 환경’으로 요약할 수 있다.

▲ 경기도 제1호 우수건축자산 ‘매향리 쿠니사격장’(제공_경기도)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문화재가 아닌 것= ‘한옥등건축자산법’은 건축자산의 가치를 ▷역사적 가치 ▷경관적 가치 ▷예술적 가치 ▷사회ㆍ문화적 가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문화재의 가치 기준인 ‘역사적ㆍ학술적ㆍ예술적ㆍ기술적 가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건축자산은 명칭에 ‘자산(asset)’이 포함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옥등건축자산법은 ‘경제적 가치’를 중요하게 다루는 제도이다.

문화재와 유사한 가치기준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가치’를 기준에 포함하고, 건축자산의 경제적 활용을 적극 장려한다. 문화재가 대상물을 보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제도라면, 건축자산은 대상물의 경제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제도인 것이다.

또 건축자산은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록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향후 문화재가 될 수도 있는 ‘예비문화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문화재는 건설ㆍ제작ㆍ형성된 지 50년이 지난 것을 심사대상으로 삼지만, 건축자산은 특별한 연한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최근에 국내ㆍ외에서 상을 받은 건축 작품은 건축자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이다. 전근대시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가치를 갖는 건축물이라면 모두 건축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의 물리적 환경= 건축자산의 범위는 건축물, 공간환경, 기반시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주택, 상가, 학교 등 건축물과 도로, 댐, 정수장 등의 기반시설뿐 아니라 공원, 시장, 산업단지 등 비어 있는 공간이나 집합을 이루는 범위의 공간환경까지 아우르고 있다.

건축자산은 이처럼 인공적인 물리적 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문화재 또는 문화유산으로 관리해 오던 대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를 다루게 된다.

국가 지정문화재, 시ㆍ도 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 등을 모두 합해 약 1만3천40여건(2016.12. 현재)에 이른다. 반면, 건축자산은 가치의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앞으로 수십만 건에 이르는 목록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 군산시 건축자산 진흥구역 계획안(제공_군산시, 2017)


■ 건축자산 제도의 추진 현황

‘한옥등건축자산법’의 시행 이후, 건축자산 진흥정책의 목표와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제1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16~2020)이 2015년 12월에 수립됐다.

2020년까지 ▷건축자산 총조사 지원 ▷건축자산 기초연구 ▷건축자산 활용 선도 등 제도의 정착을 위한 세부사업이 포함돼 있으며, 지자체의 시행계획을 선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어서 2016년 3월에는 지자체에서 건축자산 기초조사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기초조사의 방법과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건축자산 기초조사」 실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다.

또한 국회에서는 지자체의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 수립 기한 ▷건축자산 진흥구역의 심의 ▷건축자산의 특례기준 확대 등 현행 제도를 운영하면서 확인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2017.3.9)을 발의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지자체에서는 2015년 11월 인천광역시를 선두로 현재까지 11개의 광역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고 건축자산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등에서 지자체의 건축자산 제도 운영 계획인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건축자산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건축자산 기초조사’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대구광역시와 군산시에서는 ‘건축자산 진흥구역’을 지정했고, 경기도와 서울특별시는 ‘매향리 쿠니사격장’과 ‘체부동 성결교회’를 각각 제1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했다.

국토교통부가 지자체의 건축자산 관련 사업 추진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2018년에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 수립을 계획하고 있어, 내년 하반기 또는 2019년 상반기는 되어야 지자체의 건축자산 제도가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표 참조>

한옥등건축자산법’ 시행 후 4년여가 지나는 시점이니 제도 정착의 속도가 다소 더딘 감이 없지 않지만, 전국적으로 고르게 비슷한 수준으로 추진되고 있어, 2020년 제2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전체적인 제도 시행의 수준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전망이다.

▲ <표> 지자체 건축자산 관련 사업 시행 현황 (2017년 6월)


■ 건축자산 관련 주체의 역할

◇정부= 시행 초기의 건축자산 제도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도 운영을 총괄하는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기본계획 수립, 가이드라인 배포, 법률 개정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자체의 제도 시행을 단계별로 모니터링 해 다음에 시행하는 지자체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제도의 단계별 세부 지침과 매뉴얼을 작성하고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지자체의 공무원에 대한 실무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건축자산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제1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의 목표연도는 2020년이지만, 현재까지 기본계획의 실천과제가 계획대로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건축자산 관련 기초연구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추진돼야 탄탄한 기반 위에서 제도가 흔들리지 않고 정착할 것이다. 또한 지자체의 건축자산 제도 시행을 지원해 전반적인 추진 동력도 얻어야 한다.

◇지자체= ‘한옥등건축자산법’은 지자체의 건축자산 제도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제도의 시행은 지자체에서 이루어지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자체에서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며, 지역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현재 지자체의 건축자산 제도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은 편이고, 근대시기 건축물의 보존과 활용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지자체는 꽤 적극적으로 건축자산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광역 지자체 중심으로 건축자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예외는 있지만 기초 지자체의 관심이 부족하고 제도 운영에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자체의 시행계획 수립과 기초조사 등에서 광역과 기초 지자체의 역할 분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시민과 관련 전문가= 정부와 지자체에 비해 시민은 물론, 관련 전문가의 관심도 아직까지는 매우 부족하다.

지역 커뮤니티의 유산이자 미래가치로서 건축자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며, 이러한 건축자산의 보존과 활용, 정부나 지자체의 관련 사업에 시민과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건축자산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시민은 지역의 건축자산을 탐방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건축자산을 제보해 건축자산의 외연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하거나 건축자산 진흥구역의 건축물을 유지관리하고 경관을 개선해 제도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전문가는 제도의 보완, 인문학적 가치 발굴, 보존과 활용 기술 개발, 주민참여 및 활용 프로그램 연구 등을 통해 건축자산 제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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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철 |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 및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재직중이다. 건축과 도시의 근대 이행,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복원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통감부 시기 황실 시설의 조사와 국유화」(한국건축역사학회 논문상), 『한국 근대 도면의 원점』(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공공건축의 정의와 유형 연구』 외 다수의 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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