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23> 1980년대 이후 재개발·재건축 과정 자체가 ‘젠트리피케이션’
<건설인문학23> 1980년대 이후 재개발·재건축 과정 자체가 ‘젠트리피케이션’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2.2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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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방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지리환경학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_(1)투기적 도시화,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도시권

1980년대 이후 재개발·재건축 과정 자체가 ‘젠트리피케이션’

 

< 동아시아 발전국가 한국의 산업화와 도시화 >
┕ ’80년대 중반부터 ‘투기가 내재된 공격적 부동산 투자’ 일상화
┕ 점진적 과정 없는 젠트리피케이션…부동산 가격의 일관된 폭등


▲ 신현방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지리환경학과 교수.
<지난호에 이어> 닐 스미스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항하기 위한 사회정치적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물질적 환경이 아무리 성숙하였다고 하더라도, 즉 지대 차이가 극대화하였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사회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이 저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닐 스미스의 경우, 서구 후기산업도시가 건조환경의 쇠퇴, 낙후 등으로 인해 부동산의 가치저하를 겪고, 이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균등 발전에 따른 지대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닐 스미스의 지대 차이 이론은 부동산이 경제정책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은 1970~80년대 이후 서구 후기산업도시에서 특히 유의미한 이론틀로 여겨질 수 있지만, 차별화된 도시화의 과정을 밟는 비서구 도시에서는 지대 차이의 발현의 방식이 다소 변형되어 설명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앞서 잠시 이야기한대로 1980년대 초반부터 경험했던 도시 재개발, 재건축의 과정이 젠트리피케이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를 압축적으로 경험하였던 한국에서 부동산은 경제정책과 국토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경제정책을 짜고 도시정책을 펴고 그 과정에서 자본과 정치권력이 연합하여 발전을 추구하고 개발 수익을 극대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소위 ‘생산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인구증가와 중산층 증대에 따른 주택 수요의 증대 등은 주택의 노후화에 따른 지대차이 발생보다는 잠재적 지대의 급증에 따른 지대차이의 확대가 더 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산업화가 도시화에 종속되는 1980년대 이후 부동산 축적 체제의 성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다루도록 하겠다.

3. 투기적 도시화: 사람보다 부동산

1970년대를 거치며 자본축적의 내재적 모순이 극대화, 이에 따른 축적 위기를 겪은 서구 도시에서는 위기 타개의 일환으로 부동산 개발이 도시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대두하기 시작한다.
수잔 파인스타인1)은 1980년부터 2000년 사이 뉴욕과 런던의 도시 개발 경험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경제성장 전략으로서 부동산 개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이들 대도시에서 도드라진 현상으로 나타남을 지적한다.(Fainstein, 2001, 218)
1970년대 이전까지의 전후 부동산 개발, 특히 주택의 경우 국가부문에 의한 공공주택이 대규모 투자의 주요 현상이었다면, 국가의 자본재 투자 및 복지 지출 역량이 현저히 줄어든 1970년대 이후 부동산 투자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며,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도시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앨런 코크레인2)은 2007년 글에서 도시정책의 세계화를 다루면서 현시대 도시정책의 초점이 “건조환경을 통한 축적”에 맞추어져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Cochrane, 2007)
특히 지대 이익 추구에 따른 다양한 도시 제세력의 연합을 지적한 Logan & Molotch (1987)의 주장은, 부동산 정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단지 정치 및 경제 부문 엘리트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성장 및 지대 이익 추구를 위해 전통적인 노동-자본의 대립마저 극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데이비드 하비의 도시 축적 위기론에 비추어 설명하자면, 서구 자본주의의 위기는 우선 자본축적의 1차 순환 구조의 위기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이윤율 저하에 따른 과잉생산과 잉여노동력 팽창으로 표현된다.(Harvey, 1978)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잉여자본의 건조환경에 대한 생산적 투자를 통해(spatial fix) 사회간접시설 등을 확충함으로써 미래 축적 역량의 강화를 추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투기적 이윤을 획득하려 노력한다.
이는 축적 위기의 타개책으로 자본축적의 2차 순환 구조(secondary circuit of capital accumulation)가 부상함을 의미하는데, 앙리 르페브르(Lefebvre, 2003)와 데이비드 하비(Harvey, 1978)는 모두 이러한 2차 순환 구조의 부상을 현대 자본주의의 주요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앙리 르페브르(Lefebvre, 2003)는 ‘도시혁명’이라는 글에서 산업생산으로 대변되는 1차 순환이 쇠퇴하면서 부동산이라는 2차 부문이 잉여가치 생산의 주요 원천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의 확대는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이 더 이상 주택 개량을 통한 점진적 과정으로서 제기되기보다는 다양한 규모의 자본 투자를 통해 주거지역, 상업지역, CBD 등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잔 파인스타인의 지적처럼 경제 성장 전략의 주요 수단으로 부동산 개발이 이용된다면, 젠트리피케이션 역시 성장 중심주의 도시 정책의 주요 수단화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현상이 주로 산업의 쇠퇴를 겪은 서구 도시의 모습을 지적한 것이라면, 발전국가의 경우 서구에 비해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도시화 및 산업화의 관계 맺음을 경험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부동산은 특수한 역할을 담당한다. 발전국가에서의 도시화 및 산업화 관계 맺음을 생각할 때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도시화는 급속히 진행되지만 산업화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를 상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도시 또는 그 주변지역으로의 급속한 인구 유입이 산업화의 진전으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이며, 이는 종종 다양한 형태의 비공식 주거부문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할 수 있다.
두 번째, 도시화와 산업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동아시아 발전국가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도시화에 따른 급속한 인구 증가는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노동집약적 산업의 발전을 동반하고, 국가주도형 산업단지의 건설 등을 통한 중화학공업의 발전에 필요한 노동력의 유입을 위한 주거시설의 확충으로 야기되는 도시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방점은 산업화에 찍을 수 있으며, 발전국가가 주도하는 산업화에 도시화 과정이 종속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반까지의 도시화가 이에 해당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산업생산에서의 이윤율 저하를 경험한 한국은 도시화와 산업화의 관계맺음에서 질적인 변화를 겪는다 할 수 있다.(Shin, 2014; Shin, in press 참조)

 
더 이상 도시화가 산업화에 종속되기 보다는 산업화가 도시화에 종속되는 관계의 역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투자의 극대화가 이뤄지고 부동산 투자를 통한 이윤 극대화 추구가 본격적으로 대두된다.
달리 표현하면, 자본축적 구조에서 투기가 내재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본격 대두된 대규모 신도시 개발, 주택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확산은 모두 부동산 투자를 통한 건조환경 투자의 확대, 그리고 이로 대변되는 도시화의 확산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투기적 도시화의 근저에는 부동산 가격의 일관된 폭등이 버티고 있다.
한 언론매체의 보도3)에 따르면, 1964년 이후 50년간 한국의 부동산 평균지가는 2,976배 증가하였다. 이는 명목 GDP가 동 기간 1933배 증가한 것에 비교해서도 큰 폭의 증가이며, 같은 기간 쌀이나 연탄 같은 생필품은 단지 50~60배 정도 증가한 것을 고려한다면 천문학적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큰 폭의 부동산 부의 증가로 인해 현재(2013년 기준) 국내 자산의 89%가 부동산 자산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곧 투기로서 정의될 수 있는 공격적 부동산 투자가 일상화 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제공한다. - <다음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각주

1) 도시계획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수잔 파인스타인(Susan S. Fainstein, 1938~)은 하버드대 명예교수이며, 『정의로운 도시(The Just City,2009)』의 저자이다.

2) 앨런 코크레인(Allan Cochrane)은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 이후 Open University에서 정책학 교수로 재직하며 지방정부, 도시정치, 복지국가 등을 연구하고 저술했다.

3) 하남현 기자, “쌀값 50배, 기름값 77배 뛰는 동안 땅값은 3000배 올랐다”, (중앙일보, 201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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