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22> 희망의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1)
<건설인문학22> 희망의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1)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2.20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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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적 도시화,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도시권

희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_(1)신현방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교수

투기적 도시화,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도시권

 

< 젠트리피케이션… 학문적 논의와 도시운동의 만남 >
┕ 도시재생이 부동산 중심의 도시개발과 등치돼 발생하는 문제
┕ 축출의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논

 

1. 서론

▲ 신현방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지리환경학과 교수.

최근 들어 젠트리피케이션은 신문이나 온라인매체에서 종종 등장하는 표현이 되었다. 서울의 경우, 북촌, 서촌, 상수동, 삼청동 등 소위 말하는 뜨는 지역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주요 현장으로 지적된다. 2015년 10월의 경우, ‘힐링캠프’라는 TV프로그램에는 유명가수가 등장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언급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종종 소상인 등 상가세입자, 문화예술인 등의 불만을 담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 도시재생이 부동산 중심의 도시 개발과 등치되면서 겪게 되는 소외, 불평등한 처지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젠트리피케이션이 한국에서 더 이상 학술논문에 국한하여 다루어지던것을 벗어나 이젠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음을 의미하며, 학문적 논의와 도시운동의 만남을 시사한다.
하지만, 압축적, 투기적 도시화 과정에서 부동산이 자산축적의 주요 수단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기능해 온 한국에서 도시민의 삶은 오랜 기간 본질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지배되었다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도시공간의 재편은 지대 변화를 촉진하고, 더 높은 지대에 기반한 지대 차익의 획득을 위한 개발 행위는 기존 원주민의 비자발적 이주, 즉 강제축출을 초래하여 사회적, 공간적 양극화와 같은 도시문제를 유발하였다. 이러한 도시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라 할 수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한국 도시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거지 젠트리피케이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예술 주도형 젠트리피케이션, 신규건축 젠트리피케이션, 국가 주도형 젠트리피케이션이 모두 한국의 도시 발전과정에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는데, 최근 회자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부동산 축적구조의 위기를 반영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도드라짐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즉, 2000년대 초반까지의 대규모 기획에 의한 도시개발이 더 이상 힘들어짐에 따라 부동산 자산축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고, 이에 따라 대규모 개발에 따른 신규 건축 젠트리피케이션 보다는 국부적, 선택적 투자를 선호하는 상업 부동산이 좀 더 관심을 받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의거하여 젠트리피케이션 논의가 한국 도시화 맥락에서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고찰하며, 특히 도시정의 관점에서 사회적 약자의 도시권 주장을 위해 젠트리피케이션 논쟁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다루려 한다.
마지막으로, 대안적 도시정책 관점에서 반(反)젠트리피케이션을 위한 연대에서 연대의 중요 당사자는 누구일지를 살펴보고 글을 맺는다.
 

2.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한국도시

젠트리피케이션의 핵심 정의로서 네 가지 사항을 들 수 있다(Lees, Shin and Lopez-Morales, 2016 참조).
첫째, 지대 차이에 따른 개발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자본의 투자 또는 재투자. 여기서 지대 차이란, 지금 현재의 토지 사용에 기반한 지대를 ‘실현된 지대’라 하고, 그 토지가 좀 더 높은 효율과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쓰일 때 얻을 수 있는 지대를 ‘잠재적 지대’라 한다면, 이 두 지대 사이의 차이를 지칭한다(Smith, 1978, 1996). 이 차이가 점점 벌어질 때, 어떤 한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을 위한 물리적 환경이 조성된다.
단, 이러한 물리적 조건이 충족된 모든 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데, 결국엔 사회정치적 관계, 투쟁 그리고 여러 권력관계의 비대칭에 의거해서 물리적 조건의 전환, 즉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보다 높은 소득층 유입으로 인한 지역사회 계급구조의 변화, 이는 앞서 밝힌 대로 원주민의 축출에 따른 지역사회 인구의 계급구성 자체가 바뀜을 지칭한다.
셋째, 공간의 상품화. 특히 시장경제에 편입되지 않았던 공공임대 주택단지 등이 해체되면서 시장주택으로 대체되어지는, 그 과정에서 정부소유의 토지가 시장경제에 편입되어지는 과정들을 포함한다.
넷째, 원주민의 (여기서 원주민은 토지 및 가옥 소유자뿐만 아니라 세입자 등 점유자도 포함) 축출(dis-placement)이다.1)
축출의 문제는 사실 젠트리피케이션 논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축출은 어느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의 물리적 이동이 수반되는 물리적 축출도 포함하고, 나아가 현상학적 축출도 포함한다(Marcuse, 1985).
현상학적(phenomenological) 축출이란, 개발 이후 지역 자체가 너무나 많이 변해서 자기가 살아왔던 공간에 대한 공감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고 소외되고 고립되어지는 현상을 지칭한다(Davidson and Lees, 2010).
이에 따르면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원주민이 재수용되어도 그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되는 것 역시 축출로 봐야 한다.
축출(displacement)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이해가 원주민 이주 및 재수용 정책의 수립의 근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고민할 때에도 물리적, 현상학적 축출에 대한 이해가 함께 하여야 할 것이다.
초창기 젠트리피케이션 개념 정립은 주거지역을 근거로 이루어졌지만, 여러 지역의 도시변화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젠트리피케이션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대 차이에 근거한 개발이익의 추구는 단지 주거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이는 상업지역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농촌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처음 제기될 때만 해도 점진적인 개량 보수 위주로 다루어졌는데, 이제는 이뿐만 아니라 전면 철거 재개발을 통해 대단위 단지가 들어서는 것 (즉, new-build gentrification) 역시 포함한다(Davidson and Lees, 2005).
전면 철거재개발은 서구사회에서도 최근 더욱 도드라지는 현상인데, 특히 1980년대 이후 부동산 정책이 경제정책의 기본이 되고 금융화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대규모 철거 재개발이 서구 도시에서도 많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Hackworth and Smith, 2001).
이를 통해 서유럽, 북미 도시에서 개인과 법인의 자산축적이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한국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너무나도 익숙한 형태의 발전 방식이었기에 낯설지 않다(Shin, 2009; Shin and Kim, 2016).

 
레이와 테오가 2014년 논문에서 언급하였듯이, 젠트리피케이션은 “퇴거, 주민의 축출, 철거 및 재개발을 아우르는 물리적, 사회적 변화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일관성 및 비판적 시각을 제공한다”(Ley and Teo, 2014).
앞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였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동인과 정의는 여전히 학술논쟁에서 끊이지 않고 거론되어지고 있다.
특히 닐 스미스2)가 제시한 ‘지대 차이’ Rent Gap 이론은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지대 차이’ 이론은 1970년대 닐 스미스가 ‘자본의 회귀’라는 명제로 자본축적 관점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을 설명하고, 이의 이론적 근거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종종 경제결정론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즉, 어느 지역의 물리적 환경이 변하고, 이에 따라 지대 차이가 발생하며, 이 지대 차이가 극대화 되었을 때 자동적으로 재투자가 이루어지고 원주민의 축출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고 도식화 되어 설명되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물질적 환경의 성숙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으로 자동결정된다는 비판은 닐 스미스 주장의 오역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 <다음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각주

1) 원주민의 타지역 이동을 종종 이주라고 지칭하지만, 이주가 가치중립적이라면, 축출은 외부적 강압, 압력에 의한 축출을 지칭하기에 좀 더 현실에 적합한 번역이라고 생각하여, 영어 표현인 displacement를 축출로 번역하였다.

2) 닐 스미스(Neil smith, 1954~2012)의 불균등발전론은 1984년 출간된 『불균등발전』에서 처음 제시된 이후 도시적 규모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이론과 지구적 규모에서 ‘아메리카 제국’ 또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과정에 관한 논의로 확장됐다.

『불균등발전』에서 스미스는 이러한 불균등발전론을 정형화하기 위해 자연과 공간의 생산, 차별화와 균등화의 경향, 공간적 규모의 생산과 시소운동 등 세부 개념들을 매우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게 제시했다.

이 개념들은 최근 지리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스미스는 이미 30년 전에 이 개념들을 이론화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불균등발전』은 오늘날 인문지리학의 고전으로 인정된다.

불균등발전론을 도시적 규모에서 체계화한 그의 젠트리피케이션 이론과 ‘지대격차’ 개념은 내부 도시와 교외 개발 과정에서 작동하는 자본의 시소운동을 포착하고 있다.

또한 2000년대 출판된 두 권의 책, 보먼의 지리학이 어떻게 아메리카 제국주의에 기여했는가를 서술한 『아메리카 제국』,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이 1990년대 이후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탐구한 『지구화의 종반』은, 그 중심축에 자본의 지리학적 프로젝트가 위치한 지구적 규모의 불균등발전을 규명하기 위한 스미스의 노력으로 이해된다.

스미스의 불균등발전론과 그 후 일련의 연구들은 결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리학과 마르크스주의를 결합시킨 자본주의의 지리학과 그 대안을 정립하기 위한 그의 위대한 이론적 실천적 프로젝트였다고 인정된다(최병두, 2015, 공간과사회 54호, 11-61).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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