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피스 오유(Office OU)
[인터뷰] 오피스 오유(Office OU)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1.25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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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4보) 행복도시 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당선작

“공원 속의 박물관…행복도시 박물관단지,
국내 최초 ‘4세대 박물관’ 선도모델 될 것”

▲ 대학로 초입에 위치한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캐나다 젊은 건축가 Office OU의 공동 파트너 유로스 노바코빅과 정림건축 고민규 본부장을 만나 행복도시 박물관단지 당선안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한국의 스미소니언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지난 한해 야심차게 진행됐던 행복도시 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국제공모의 결과는 야릇했다. 당선작은 ‘세종 뮤지엄 가든즈’.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마스터플랜이라며, “단지 전체를 격자형으로 재조직하면서도 조경을 적절히 관입시키고, 저층 박물관을 섬세한 질서와 원칙으로 배치, 단지의 단계적 건립계획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설계자는 들어보지 못한 이름. 게다가 건축적으로 두드러진 특징이 알려진 바 없는 캐나다 국적. 정림건축이 컨소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금 수긍이 됐다.

신예는 당선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20만평 부지에 수천억원의 세금이 집행되는 대형 사업이자 ‘박물관의 단지화’라는 개념은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기념비적 프로젝트로 남게 될 가능성이 충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운영을 맡은 신춘규 전문위원(씨지에스건축 대표)은 “뚜껑을 열어 보고 거의 모든 관계자가 ‘이건 신의 한수’라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신예의 독창성과 정림의 노하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당선작은 앞으로의 결과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캐나다 건축 아이돌… Office Ou(오피스 오유)
조경 디자인에 주안점을 둔 젊은 건축가 3인방
자연과 공존하는 캐나다 특유의 편안함 돋보여

 

▲ 왼쪽부터 유로스 노바코빅, 니콜라스 코프, 세바스챤 바트니키.

캐나디안 아키텍츠 오피스 오유(Office OU; Office Ordinary Uses)는 2015년에 설립한 토론토 베이스의 신진 건축사사무소이다. 30대 초중반의 남성 3인, 니콜라스 코프(NICOLAS KOFF), 유로스 노바코빅(UROS NOVAKOVIC), 세바스챤 바트니키(SEBASTIAN BARTNICKI)가 공동 창업했다. 사무실 연혁에 비해 도시계획 등 마스터플랜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부터 소규모 주택 리모델링까지 비교적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COEX에서 열린 행복도시 전시회에서 당선작 설계개념을 발표한 유로스 노바코빅은 워털루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M.Arch)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설계사무소 RMJM를 경험했으며, 친환경적인 설계가 특화된 사무실들, 뉴욕의 키스 앤 캐스카트(Kiss+Cathcart Architects), 캐나다 건축가가 상하이에 설립한 A00 Architecture, 세르비아의 디자인아키텍투라(D.A. Dizajn Arhitektura) 등에서 지속가능 디자인의 다양한 기법을 습득했다.

Kiss+Cathcart에서는 현대적인 담틀방식으로 LEED 인증을 받은 주택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디자인 아키텍투라에서는 베오그라드 대학교 생물학관동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았다.

공동창업자 니콜라스 코프는 조경가이자 건축가이다. 토론토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건축과 조경을 함께 전공(M.Arch+M.L.A)했다.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 아뜰리에 장누벨(Ateliers Jean Nouvel), 세계적인 조경가 제임스 코너가 이끄는 필드오퍼레이션(JCFO), 베이징의 MAD 등 이름 있는 사무실을 경험했으며, 토론토에 본사를 둔 자이들러(Zeidler Partnership Architects)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와 함께, 독점적인 도시의 건설 과정에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써 ‘Projexity’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공동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세바스챤 바트니키는 온타리오주 건축사협회에 가입된 등록건축사로, 워털루 대학교를 졸업하고 맥길(McGill)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M.Arch)했으며 몇 개의 건축사사무소를 거치면서 경력을 다진 실무자이다.

▲ [클릭=확대] 행복도시 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배치도(1,2단계 포괄).

그럼에도 여전히 오피스 오유가 무엇이 특별하길래에 대한 답을 요약해 본다면, “조경 디자인을 장착한 건축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정확한 이해를 하기 위해 이들의 키워드가 협업(Collaboration)과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이라는 사실을 살펴본다.

건축과 조경 간의 협업은 물론, 건축과 요리, 건축과 OOO… 어쩌면 스타트업이라면 콜라보는 당연히 추구하는 가치가 되었다. 지속가능성 역시 보편화된 가치지만 그 실천은 여전히 실험적이며, 조경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기술적 전문성과 환경친화성을 강화시켜 준다.

그러나 건축가는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말한다고 했듯이, 오피스 오유의 정체성도 당선안의 개념화 과정을 보면, 이들이 말뿐인 협업 또는 말뿐인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주변환경과 인간의 삶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공간화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이번에 당선된 마스터플랜 상에서는 과도한 건축디자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의 부담을 완화해 주고 편안함을 준다. 또 계절과 시간 변화에 따라 식생을 고려하는 것은 조경디자인의 전통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오피스 오유는 주변의 재료를 이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쩌면 캐나다 건축의 특징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국토 면적이 넓고 천연재가 풍부하다. 목조건축이 발달했고, 최신 유행이나 기법보다는 눈이 많고 기온이 낮은 북미의 기후로부터 안전하고 튼튼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건축의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다.

유로스는 캐나다 건축의 편안함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번 박물관단지 당선 전까지 오피스 오유 대표작은 온타리오의 작은 주택 ‘K-HOUSE’였다. K-HOUSE는 점토와 볏짚을 사용한 담틀 방식, 우리로 치면 토담집을 현대화한 공법으로 주목받았다. 기계적이지 않고 안락한 주택을 디자인 했으며 최근 디진(DEZEEN) 등 다수의 웹진에 소개됐다. 특히 욕실 디자인이 인정받아서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림건축과 마스터플랜 구체화 용역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유로스 노바코빅을 정림건축 사옥에서 만났다. 계속되는 회의로 다소 지쳐보였지만 굴지의 기업과 협업하게 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 자리에는 정림건축 측에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고민규 본부장이 함께 했다.

▲ 개념 다이어그램. 영구적인 건축경관과 변화화는 자연경관의 관계로 정의될 박물관단지의 정체성(Constant Building Datum vs Fluctuating Landscape Datum).

오피스 오유가 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설계공모에 들어오게 된 이유와 당선 소감, 신진으로써 느끼는 건축계의 현실,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 건축을 접하면서 발견한 캐나다 건축의 차이는 어떻게 무엇인지 등을 간략하게 물었다.

먼저, 공모지침에서 조경 부문이 강조된 점을 보고 매력을 느껴 시작하게 됐고, 당선할 줄 상상도 못했고(입선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는 모두 뛸 듯이 기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과 부담을 느낀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신진으로써 느끼는 현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입장벽에 대한 것이었다. 짧은 기간 한국 건축계를 접하면서 캐나다보다 발달한 건축 '산업'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정림건축 고민규 본부장에게는 신진과 협업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서. 그는 “오피스 오유 측에서 먼저 제의를 해왔고, 제안서를 검토했는데 역량이 느껴져서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오히려 신진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행복도시 박물관단지는 국내 최초의 4세대 박물관이 될 것”이라며, ‘공원 속의 박물관’이 될 행복도시 박물관단지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박물관 개념의 진화에 대해 묻자, “1세대(1960~’70)가 유물 수장, 2세대(’80~’90)가 교육, 3세대(2000~)가 체험이었다면, 4세대의 특징은 자연과  어우러진 복합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물관단지에서는 국내 최초로 수장고가 공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몇몇 문화시설 설계공모에서 개방형 수장고를 제안한 적이 있지만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림건축은 전시 및 문화시설 실적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정림의 대표작이며, 그 밖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국립해양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청계천 문화관 등 박물관 분야의 노하우를 집적하고 있다.

▲ 행복도시 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조감도.
▲ 1, 2단계 배치 다이어그램.
1단계 건립시설은 통합운영센터, 중앙광장 하부의 통합수장고, 주차장 및 개별 박물관으로는 어린이박물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자인박물관, 국가기록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예산이 잡히지 않은 2단계 시설은 자연사박물관과 추가 박물관들이다.

한편, 행복도시 박물관단지 조성사업은 중앙공원과 금강이 접한 1,2단계 총 19만㎡의 부지에서, 올해 어린이박물관 기본설계를 시작으로 2018년 실시설계를 마치고, 순차적으로 시설을 완공해 2023년 1단계부터 개관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4천55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1단계 사업은 부지 7만 5천㎡, 연면적 7만 4천㎡ 규모로 5개 박물관과 2개의 통합시설이 포함된다.

1단계 사업은 1차 건립시설과 2차 건립시설로 나뉘는데, 1차 건립시설은 ▷국립어린이박물관 ▷통합운영센터 ▷통합수장고 ▷주차장 시설이고, 2차 건립시설은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국가기록박물관 ▷국립디자인박물관 ▷국립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 등이다.

행복도시 국립박물관단지 조성사업은 지난 2015년 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이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국립박물관단지 시설특화 및 운영 차별화 방안’ 연구를 통해 콘텐츠를 구체화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지난해 초 국제공모 관리기관으로 선정된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마스터플랜 공모지침서를 작성했다. 약간의 수정은 있었으나 전체적인 틀은 유지됐다.

2015년 시설특화 및 운영방안 연구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행복도시 박물관단지의 성패는 ‘통합시설’의 통합 정도에 있다.

문화시설 벨트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립계획 초안부터 구상에 있었지만 ‘단지’로 구체화 된 것은 최근의 일로서, 행복청 자문회의에서 발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5개 이상의 박물관을 각각 짓는 것보다 한 곳에 모아 중복시설을 통합하면 경제적으로 절감이 되고, 전례 없는 새로운 문화 복합시설이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그러나 박물관마다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통합의 정도에 대한 이견뿐 아니라 사업 추진과 예산 집행에 있어서도 행정 주체가 나뉘어 있어서, 향후 이상적인 박물관단지로 완성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당선된 마스터플랜을 구체화하는 용역을 정림건축과 오피스 오유가 공동 착수했으며, 어린이박물관만 예산이 확정된 상태이다. 어린이박물관은 개별 박물관에 배치돼야 하는 어린이 전용공간을 독립된 박물관으로 모은 개념이며, 세종시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그 수요가 명확한 시설이다.

그러나 통합수장고와 통합운영센터 및 주차장 등 부대시설에 대한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기재부의 결정이 내려져야 박물관단지가 구체화되는 것이라는 의견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에필로그

 
 

지난해 11월 마스터플랜 당선작 발표 후 AN뉴스는 오피스 오유에 대해 "건축과 조경의 교차점에서 사회적인 영향력과 지속가능한 친환경 디자인으로 마스터플랜부터 작은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적었다.

오피스 오유의 유로스 노바코빅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저술가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적용해 정치, 사회, 영화, 이미지 등을 분석하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슬로베니아 1949년생)을 좋아한다고. 또 국제보건 학술지에 공동기고도 했다고 한다. 또 파트너 니콜라스 코프와 <Productive Urban Landscapes>라는 책을 쓰고 있는 중이라고.

오피스 오유에 대한 간략한 이해는, 그 모든 것이 새롭다는 의미에서 기록된 것은 아니다. "누가" 박물관단지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대중이 "알 권리"를 이행하기 위해서 취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이 밑그림은 "유연한 확장가능성"이란 점에서 본 사업계획의 여러 복잡한 상황을 잘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유연한 확장가능성은 한국건축의 적절한 현대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오유가 한국의 전통건축(이들은 고궁이라고 표현한)의 성격을 잘 파악했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건축물의 조합이 다양한 풍경으로 반응한다"는 이들이 얼마나 한국건축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물론 지금은 그림 상에서의 이해일 뿐이고, 이들이 말한 볼륨감이 실제 건축화 됐을 때 비로소, 한국건축의 비례감 및 열림과 닫힘을 얼마나 잘 체현했는지 알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 완성도는 이들의 구법보다 현실적인 조건들, 행정이나 예산집행에 의한 설계변경이 더 궁극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당선안 조감도는 2단계까지 모두 완성됐을 때를 가정한 그림이다.
1단계 1,2차 건립시설 모두 완공된다 해도, 서측의 건물군만 들어서게 된다. 그러니 2단계 시설 중 유일하게 예정된 자연사박물관을 어린이박물관의 남측 대척점에 둔 것은 마치 바둑에서 집짓기의 수를 보는 것 같았다. 민자유치를 통해서 추가 건설될 2단계 미확정 박물관의 건설 여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사박물관 1개동 만으로 마스터플랜이 처음 의도한 영역을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 건립 단계별 배치 다이어그램

▲ 1단계 - 1차 건립시설. ▷국립어린이박물관 ▷통합운영센터 ▷통합수장고 ▷주차장(이상 행복청).

▲ 1단계 - 2차 건립시설. ▷국립도시건축박물관(국토교통부) ▷국립국가기록박물관(국가기록원) ▷국립디자인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국립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문화재청).

자료제공 = 정림건축+오피스 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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