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계획 프로세스…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용산공원 계획 프로세스…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 주선영 기자
  • 승인 2016.08.30 1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태문화공간 조성 위해 창의적인 시민사회에 맡겨야
서울시-국회-시민이 함께하는 ‘용산공원 토론회’ 개최

한국건설신문 주선영 기자 = 서울특별시,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 용산공원 시민포럼이 지난 8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용산공원에 묻다’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서울시의 공원화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용산주민의 적극적인 성원이 있어 용산에 반드시 푸른 생태숲이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용산공원은 천만 서울시민을 위해 숲을 만드는 일이다. 처음 계획한 대로 진행해야지 계속 그곳에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공원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변재인 정책의장은 “역사성을 가지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변화될 수 있는 방안을 시민들이 추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은 수 백년의 역사가 담겨있고, 역사적인 명소가 될 것이다. 잘 보존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꿈도 있다”며 “용산공원 인근까지도 역사성, 자연성, 접근성을 강화해 100년, 200년, 1000년이 지나도 용산공원 잘 만들었다는 말 나오게, 용산공원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용산공원의 생태·역사·문화적 가치와 공원조성 및 운영과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용산공원의 세계 유산적 가치와 제안

◇신주백 연세대 HK연구 교수= 용산공원이 들어설 곳은 특별히 새롭게 만든 공간도 아니고 주어진 자연 경관이 어우러진 공간도 아니다. 그곳은 일본군이 주둔했고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공간 그 자체이다. 용산공원이란 곧 일본군과 미군의 용산기지를 공원화한 것을 말한다.
식민과 열전은 과거이고, 분단은 현재이며, (민족과 지역)분단 극복은 미래이다. 용산기지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이 모든 것을 가장 확실하게 응축하고 있는 공간이다. 용산기지를 공원화한다는 의미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도 보여주며, 미래까지 말해야 한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직간접으로 참조할 수 있는 역사적 현장을 조사하며, 그것을 기지의 현재와 연계시키려는 노력이다. 구축된 아카이브와 조사된 역사의 현장을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연구해 내용을 되새기면서, 용산기지의 역사와 건물의 실체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물만 있는 곳이 아니라, 건물에서 끊임없이 향기가 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용산이란 공간에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 용산기지는 주변의 여러 기지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발신지였기 때문이다. 가령 한반도 전역을 염두에 두고 일본군의 움직임을 지도화하고 전시하는 시각과 태도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타이완과 뤼순의 일본군, 베트남과 타이의 미군기지 등과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식민, 냉전, 분단과 관련해 동아시아 및 세계의 여러 사례를 비교하고 연계지어 설명함으로써 용산기지가 다양하고 심도 깊은 역사를 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용산공원을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

◇도시공원_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용산공원 계획은 현장에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조사도 제대로 못하고 공원 설계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러한 특수한 조건과 상황에서 용산공원에 적합한 계획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 단계 계획에서는 공간의 커다란 구조와 기반을 마련하는데 그쳐야 한다. 계획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부지 반환 후 철저한 조사를 하고, 이후 공간 활용을 찾아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단계별로 공원 부지를 개방하면서 조성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조성 기간은 기지 반환 후 50년 이상 천천히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용산공원의 그림을 그리는 일, 미래 세대의 몫을 남겨두어야 한다.
운영관리에 관한 고민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주도로 공원을 계획하고 운영관리 한다는 기본 입장을 전환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원 자치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공원을 신명나게 운영할 젊은 세대를 키우자. 민관이 협력하는 ‘용산공원 트러스트(가칭)’를 준비하면서 사회의 역량을 모으도록 하자.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주도의 경직된 계획프로세스를 수정하자. 기존 조성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 추진협의회 등의 기구로만으로는 본격적인 시민 참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원탁회의를 상시 열어야 한다. 계획과정에 청소년들도 계획에 참여시키고, 민간 부문의 창의적 발상도 적극 수용하자. 열린 계획은 작은 변화로부터 실천할 수 있다.
용산공원계획에 관한 정보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수시로 의견을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 녹사평역과 같은 용산공원 인근에 공원설계 진행과정을 보여주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디자인랩을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미래 세대들은 용산공원의 꿈을 꾸고 각자의 바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공원을 만드는 일은 이제 시민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시민참여_김정헌 전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이제 이 땅은 본디 주인에게 돌려져 다시 삶의 터로서의 무늬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터무늬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첫째, 이 땅의 역사에 주목한다. 이 땅은 지금까지 한양도성과 수도 서울의 한 복판에 외국군의 기지로서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땅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만들어질 이 땅의 터무늬는 전쟁과 군사에 반하는 ‘평화의 무늬’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 땅의 주위에 남아 있는 드래곤 힐과 헬기장은 물론이고 국방부나 전쟁기념관 방위사업청도 이전을 해서 군대와 전쟁의 냄새를 제거해야 한다.
둘째, 이 땅은 서울의 중요한 생태축이다. 이 땅은 동서로 흐르는 한강과 북한산에서 창덕궁, 종묘를 거쳐 남산에서부터 용산을 거쳐 관악산에 이르는 남북의 생태축을 만드는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므로 이 땅은 생태녹지축을 복원하는 맥락으로 터무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으로 개발되는 이 공간에는 최소한의 시설과 지하화를 통해 생태녹지축의 보존 및 순환체계를 고려해서 터무늬를 형성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땅은 소유권으로 따지면 엄연히 국가의 소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땅은 소유권으로 땅의 운영을 재단할 수 없다. 도로와 마찬가지로 이 땅이 공원(공공의 정원)이라는 공공용지가 되기 위해서는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이 땅을 공원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도 시민이 주요한 주체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이 땅의 개발을 국가가 모두 전유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국토부의 용산공원 추진과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시민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토건적 개발의 패러다임에 몰두해 시민적인 창의성과 참여가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나는 시민과 지역의 참여를 배제한 채 국가가 개발을 독점하게 됨으로서 이는 외국군의 용산공원터를 독점해 온 바 와 마찬가지의 폐해를 낳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힘의 독점으로 만들어지는 터무늬는 개발이익만을 고려한 겉만 요란한 과시적인 터무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하자면 이 땅의 주인은 지금 현재 우리들이 아니고 미래세대일 수밖에 없다. 이 미래세대를 위해 이 땅의 개발은 미루어지거나 최대한 천천히 가야할 것이다.

◇환경·보건_최열 환경재단 대표= 우리 국민은 미군기지 반환 후 공원을 조성할 때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환경훼손과 오염문제이다. 용산 미군기지가 우리에게 반환될 때에는 기지 내 오염현황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하고 오염과 부담의 원칙에 따라 복원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한국정부와 미군이 공동으로 조사한 오염결과는 우리 환경부가 미공개 처분을 내렸고, 재판을 통해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지만 환경부가 항소를 해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우리 국방부가 미국방부로부터 1억5천만불 부담으로 미군기지 오염정화를 하기로 보증을 받았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반환되는 미군기지 내 오염조사를 한미 공동조사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어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 그리고 지하시설물에 대한 복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선행조건이 이뤄진 이후 용산공원계획은 남산-용산-한강 생태 줄을 잇는 생태공원으로 복원 돼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 추진 주체인 국토부 관할 위원회를 과감하게 탈피해야 하고 환경부, 서울시 시민사회가 중심이 된 새로운 ‘생태 문화 공원 추진위’를 구성해야 한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남북길이 4㎞ 동서 0.8㎞로 100여만평의 공원으로 뉴욕시의 허파역할을 하고 있다. 1853년 공원 부지를 확보하고 1958년 공원조성 플랜을 확정하고 20년의 조성사업을 통해 1876년 생태공원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곳에는 저수지와 호수, 잔디광장과 가든, 그리고 야외 원형극장과 동물원, 카페, 50만 그루의 광활한 숲과 산책로, 운동시설 등이 갖추어졌고 연간 4천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조성단계부터 시민들이 직접 기금을 내고 참여했으며 이제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뉴욕시는 운영 예산의 25%를 지원하고 시민, 기업 등의 기부금 모금이 35%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수입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앞으로 조성되는 용산공원은 서울시가 운영의 주체가 되고 민간이 위탁운영을 하는 시민주도형 공원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용산기지내 기존 시설물의 활용 여부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철수할 시설물과 남길 시설물, 그리고 리노베이션을 통해 재활용할 것을 잘 분리해야 한다.
용산공원 조성을 폐쇄 회로에 갇힌 관료집단에 의해 추진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생태문화공간으로 가기 위해 창의적인 시민사회에 맡겨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