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성공의 핵심은 ‘공공과 민간의 협치(協治)’
도시재생 성공의 핵심은 ‘공공과 민간의 협치(協治)’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6.18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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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정후 런던대학 펠로 / 한양대 특임교수

도시재생, 진검승부가 시작됐다<2>

도시재생 성공의 핵심은 ‘공공과 민간의 협치’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전면철거재개발에 지친 우리사회에 ‘도시재생’은 희망을 내포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오랫동안 살아와서 정도 들고 익숙해진 내 동네, 여기서 안심하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몇십년만에 그 곳을 찾아가도 여전히 건재한 그 곳을 발견할 수 있을거란 믿음…. 성형수술을 하듯 땅을 갈아엎는 정체성 상실한 공간의 정치학과 경제학에 지친 한국사회에서, 어쩌면 이제는 우리도, 뿌리깊은 공간문화를 누릴 수 있을까 라는 희망, 아니 적어도 터전 때문에 불안해하지는 않을 수 있을거란 희망….
그러한 대안의 상징이었던 ‘도시재생’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부동산 투자와 난개발 앞에 간판처럼 내세워지고 있다.  그 본질이 퇴색할 것만 같은 노파심에 기획된 관계 전문가와의 인터뷰, 2회에 걸친 이 기사는 그동안 우리가 품었던 도시재생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 달리기에 앞서 잠시 찍는 쉼표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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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②> 도시재생전문가 김정후
-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펠로 / 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

“도시재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도시재생… 쇠퇴한 (산업)도시에 동력을 불어넣는 유럽식 해법
- 선진국도 30년 시행착오 끝에 도시건설과 ‘再生’의 차이 배워



■ 민간자본이 투입돼야 ‘지속가능’하다

도시재생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주체가 있다. 건설회사나 부동산회사, 넓은 의미에서 민간기업이다. 주체를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하면 통상 중앙과 지방정부가 주체고 민간은 주민들의 소극적인 참여 정도. 지난 재개발 과정에서 누적된 부정적 이미지로 말미암아 재생사업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면 망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참여시켜 바람직한 도시재생을 실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건설회사나 부동산회사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민간기업이 참여해서 성공한 도시재생 사례가 많다. 핵심은 배제가 아니라 소통과 협력이다. 

민간자본이 투입되지 않고 공공자본만으로는 도시재생을 지속할 수 없다. 세금으로 출발점은 만들 수 있지만 계속 작동하려면 동력이 있어야 한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기업의 속성을 공공이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율하느냐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도시재생은 공공과 민간이라는 두 축이 함께 굴러가야 한다. 공공은 세금과 제도를 통해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지원해 주고, 기업은 합리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되 자신의 이익을 적정선에서 사회에 반드시 환원해야 하고 공익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공공이 없이 도시재생은 시행될 수 없으므로 기업은 공공이 시행하는 사업에 참여해 이윤을 얻을 경우 그에 대한 합리적 환원을 고려해야 한다. 소위 공공과 민간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설정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가 요구된다

도시재생은 쇠퇴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도시재생이 이뤄지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낙후된 지역환경이 개선된다. 기반시설이 좋아지고, 환경이 개선되고, 지가가 올라가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의 당사자와 주민들이 이익과 혜택을 얻는다.  그 이윤과 혜택의 일부를 나누도록 유도하는 역할이 공공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업자든 주민이든 나눌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곧 민주주의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도시화가 이루어졌다. 전세계 도시화율은 약 53.5%인 반면 우리는 90%를 넘어섰기 때문에 어느 지역도 쇠퇴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도시재생이 전 국토를 휩쓸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도시재생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만큼 그 진행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수준, 소통의 방식과 논의의 구조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과거의 재개발 방식과 다르지 않은 천민자본주의에 입각해 도시재생에 접근하면 도시재생은 필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도시재생 하에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이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논리를 넘어 건강한 방식으로 도시재생이 진행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기왕이면 민주주의 시스템을 개편하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즉 도시재생을 시행하면서 민주주의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기회를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다.      

▲ 전국 지리교사 대상 강연(좌),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베를린 교육연수(우). 김정후 박사는 물리적인 환경개선의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이를 실행하고 운영하는 주체들이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도시 및 건축 전문가는 물론, 공무원, 기업인 등 실무자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도시재생 강연 활동을 전개한다.


■ 모든 도시에 재생이 필요하진 않다

도시재생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특별한 상황(쇠퇴)을 해결하는 해법이지 인구구조 변화나 고령화 같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도시재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은 후기산업사회에서 도시의 공간ㆍ환경ㆍ구조 등이 전반적으로 쇠퇴할 때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지방의 소도시나 농촌과 같은 경우 대도시와 같은 재생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모든 도시가 재생이 필요하다’라는 명제부터 깨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작은 군이나 구)에서 “우리는 도시재생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보편적인 형태의 산업도시도 아니고 쇠퇴가 심각하지 않다”고 선언한다면 정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낡은 집이 생기면 지역사회와 협력해 수리하면 된다. 범죄가 많이 발생하면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와 전문가가 협력해 범죄율을 낮추는 방식을 고민하면 된다.

왜 도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도시재생과 연결시키나? 도시재생은 도시라는 거대한 유기체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해법이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유행처럼 도입한 어줍은 도시재생사업이 오히려 지역을 망가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광명시와 인천 부평구의 사례

▲ 광명도시재생공원이 조성 중인 가학산 일대(사진제공_광명시).

최근에 광명시의 ‘광명도시재생공원’ 조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광명동굴(금광채굴동굴), 업사이클아트센터, 자원회수시설이 자리한 가학산 일대를 도심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광명시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다. 서울 인근에 자리한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정체성이 없는 도시였다. 그런데 2004년에 KTX 역사가 들어서면서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고, 이후 지역이 보유한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한 좋은 사례다.

현재는 다음 단계 연구를 수행 중인데 도시재생공원의 핵심인 광명동굴이 지닌 역사적, 도시적, 건축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분석 중이다. 이를 통해 광명동굴이 충분히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자산이고 도시재생을 견인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고 한다.

또한 올 가을에는 런던에서 지금까지 광명시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사회에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재생사업을 알리고 다양하게 논의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 주차장에서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한 부평어울림마당(사진제공_인천부평구청).

한편 인구 65만의 부평구는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정책기조로 설정해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부평구에는 의미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작지만 상징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하자면 구청 앞 광장에 있던 주차장을 시민을 위한 녹지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부평어울림마당’이다.

예외 없는 박스형 건물과 그 앞의 주차장만 거대하게 펼쳐진 전국의 관공서를 우리는 흔히 목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평구청은 주차장을 녹지공원으로 바꾸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했다. 거창하진 않지만 삶의 질을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본질을 이해하기에 가능했던, 그래서 미래지향적 도시재생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필패를 통한 필승의 지혜 모아야 할 때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은 지극히 유럽적인 도시현상이다. 이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고,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영국을 필두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나타난 후 전 유럽으로 확대되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1960년대 이후부터 도시에서 재생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발견ㆍ예견되는 시행착오는 선진 도시에서도 대부분 겪었던 상황들이다. 선행적 경험을 통해 피해할 수 있는 것은 피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처음 겪고 있으므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선진 도시들은 실패를 겪은 후에 도시재생이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지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일련의 제도를 수립했다는 점이다. 즉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유럽에서도 공공과 민간이 도시를 발전시키는데 긴밀하게 협력하고 소통하지 않았다. 도시란 개인이 아니라 세금으로 정부가 조성해 주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협치’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쇠퇴를 해결하기 위한 재생의 상황과 마주하니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었고, 공공과 민간이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협의체)를 갖추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면 거리(도로)를 하나 만들어도 예전에는 법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공공이 신속하게 만들면 됐다. 그런데 이제는 그 거리와 연계된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모아 의견을 듣고 동의를 구하고 소통해야 하는 길고 어려운 과정이 필수가 된 것이다.

유럽의 도시재생도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자리 잡았다. 보통 유럽에서 도시재생이 1990년대에 출발한 것으로 보는데, 그게 아니라 30여 년 동안의 실패를 경험하고 정착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따라서 정말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실패, 더 큰 실패를 겪어야 한다고 역설할 수 있다. 단, 한 가지만은 반드시 기억하자.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통해 건강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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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후 |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도시재생 정책자문과 프로젝트 수행 그리고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는 도시재생전문가이다.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펠로이자 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하며 런던과 서울에서 자신의 도시건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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