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 구조물 붕괴 막으려면, 시공자가 직접 설계해야
가설 구조물 붕괴 막으려면, 시공자가 직접 설계해야
  • 주선영 기자
  • 승인 2015.08.12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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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기사> 지난 제 640호 1면(2015년 7월 29일자)
‘대충 설계하라는 국토부, 건설안전 컨트롤타워 맞나?’

안전 위협하는 ‘가설구조물 설계’ 건진법
국토부 탁상행정에 기술직들 진퇴양난 빠져


한국건설신문 주선영 기자 = 가설구조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지난 1월 제정·공포된 ‘건설기술진흥법 48조5항과 62조7항’으로 인해 국토부와 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건설기술진흥법 48조 5항은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설구조물의 붕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계단계에서 설계자가 가설구조물의 구조검토를 실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가설구조물을 설계단계에서 설계하는 경우는 없고 시공자가 시공하는 과정에서 현장여건에 맞는 공법과 자재를 선정해 설계 및 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토목구조기술사회는 토목구조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종 설계 및 승인 책임자로서 건기법 개정 관련해 입장을 표명했다.

▲ 그림①과 같은 하천상에 교량을 가설할 때 ②처럼 지반을 굴착한 후 교량을 시공한다. 이때 ③처럼 굴착면위에 동바리를 설치할 수도 있고, ④처럼 복토를 일부 한 후 동바리를 설치할 수도 있다.

■48조 5항 관련 문제점
◇가설구조물 설계를 시공단계에서 해야 하는 이유=
첫째, 현장 지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지반상황과 지지력을 고려해 동바리를 설계해야 하나 목적구조물의 기초가 놓일 곳(그림①의 ⓐ)은 설계단계에서 지반조사를 통해 지반지지력을 알 수 있으나, 동바리가 놓일 곳(그림①의 ⓑ)의 지반지지력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현장에서 지반상태를 확인한 후 설계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현장의 흙 운반 상황에 따라 그림④처럼 복토를 한 후 동바리를 설치할 수도 있고 그림③처럼 굴착면 상단에 동바리를 설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시공자가 현장상황에 맞게 설계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둘째, 설계단계에서 가설구조물을 설계하면 오히려 위험하다. 설계단계에서 가설구조물을 설계하면 위와 같은 이유로 현장상황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 없다. 현장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상태로 설계된 가설 구조물을 현장에서 그대로 시공한다면 오히려 설계를 안 한 것만 못하다.
셋째, 가설구조물 자재는 시공업자가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철근콘크리트 전문시공업체는 거푸집, 비계, 동바리 등 자주 사용하는 가설자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설자재는 규격이나 공법도 매우 다양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계속해서 나온다. 설계단계에서 가설구조물을 설계하면 특정한 종류 및 규격의 가설자재가 정해지므로, 시공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재와 설계에 적용된 자재가 다른 경우 시공업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재를 사용할 수 없다. 설계가 완료되고 시공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3년이상이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설계당시 반영된 자재가 생산이 안 될 수도 있고, 그 사이에 더 좋은 자재가 나올 수도 있다.
넷째, 설계단계에서의 설계는 목적구조물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설구조물 설계는 시공자에게 맡기고 설계자는 목적구조물을 최적화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설계자는 임시로 사용되는 가설구조물을 설계하는 것 보다 영구히 사용될 목적구조를 최적화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다섯째, 책임은 명확해야 한다. 설계단계와 시공단계 양쪽에서 설계를 하면 책임이 분산돼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끝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는 본구조물도 간소하게 그린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시공사가 현장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하도록 돼 있다. 시공자가 현장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의 오류도 찾아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것은 시공자가 최종적으로 시설물을 만드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시공자가 오류를 찾아내지 못하면 시설물이 잘 못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공자에게 오류를 찾아내야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스탠더드는 시공자는 설계자가 제공한 도면(우리나라 기본설계도면 보다 간소함)을 바탕으로 상세설계를 하도록 돼있다.

 

■동바리 안전성의 근본적인 문제점 및 개선방안
◇도면작성과 구조계산 비용=
첫째, 구조계산은 고도의 구조 공학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이다. 특히 동바리 구조계산은 구조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야이다. 지반의 지지력 등 변수가 다양하고 가설부재의 품질의 변동폭 또한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운 구조계산을 토목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자재임대업자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건설현장의 하도급 문제 때문이다. 종합건설업체는 공사를 수주하면 하도급을 주는데 거푸집, 비계, 동바리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은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종이다. 종합건설업체는 공사를 전문건설업체에 하청을 주고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업체는 보통 동바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으므로 동바리 납품업자에게 임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건설업체는 동바리 납품업자에게 설계도면과 구조계산서를 요구한다. 하지만 동바리납품업자는 단순히 자재를 구매해 보유하는 일종의 판매상이므로 구조계산을 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둘째, 동바리 도면작성과 구조계산의 비용을 을에게 전가하고 있다. 동바리 도면작성과 구조계산에는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종합건설업체는 전문건설업체에게, 전문건설업체는 동바리임대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을에게 업무를 넘기더라도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면서 넘기면 적절한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현재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공사비에 포함돼 있다
셋째, 동바리 설계비용이 명확하지 않아 을에게 전가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동바리 설계비용을 을에게 전가하는 이유는 동바리 구조계산을 포함한 가설구조물 설계비가 내역서에 명확하게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바리 공사비 산정= 동바리 공사비 산정방법이 잘 못 돼 있다. 동바리는 상부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물로써 하중이 늘어나면 공사비도 늘어나야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량산출기준과 표준품셈에는 이를 반영할 수 없게 돼 있다.
현재의 동바리 공사비는 수량산출기준에 의해 산출된 체적(㎥)에, 표준품셈에서 제시한 단위공사비를 곱해서 산정하도록 돼있으나, 표준품셈에는 상부하중의 크기와 높이는 관계없고 단순하게 암거용과 교량용이 구분돼있을 뿐이다. 현행 표준품셈에서 강관동바리는 10㎥당 암거용 3.8본, 교량용은 8.0본으로 규정돼 있다.
하중을 지지하지 않는 비계 등은 높이별로 품이 다르게 돼있는데 정작 하중을 지지하는 동바리는 하중과 높이가 고려되지 않고 암거용과 교량용으로만 구분돼 있다.
이에 시공업체는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공사비는 시공사가 입찰시 써낸 금액으로 낙찰된 금액이므로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시공사의 주장은 맞지 않다. 자신이 동바리 공사는 이정도 금액에 할 수 있다고 입찰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품셈을 만들 때 동바리 공사에 필요한 평균적인 수량을 적용했으므로 남는 공사도 있을 것이고 부족한 공사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건설협회에서는 정확한 공사비 산정을 위해서라도 설계단계에서 설계를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비는 예정가격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들이 투찰한 금액으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정확한 공사비를 산정해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시공사 자신이 정확한 공사비를 산정하여 투찰에 참여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시공사들이 견적능력을 감안했을 때 적정한 공사비가 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시공사가 입찰에 참여할 때 도면을 검토하고 각 공정별로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적정한 금액을 산정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발주처가 제공한 수량에 투찰단가만 확정해 투찰하거나, 심지어는 전체 공사비의 몇%로 단순하게 투찰하는 경우가 때문에 각 공종에 적정한 공사비가 적용돼 있는 것이 안전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다.
때문에 상부하중과 높이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공사비 산정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순수내역입찰제도로 전환돼야= 현재 우리나라 입찰제도는 내역입찰제도로 발주자가 모든 것을 미리 확정해 공사비를 산정하고 지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발주처가 제공한 설계도가 현장상황과 맞지 않으면 시공사는 설계변경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발주처는 설계변경을 하는 경우 감사등에 의해 문책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설계변경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장과 상이한 설계, 공사비 등이 적용돼 있어도 개선되기 어렵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그런 비용들을 모두 을인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순수내역입찰제도는 시공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얼마에 하겠다’라는 개념으로 투찰하고 계약하기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설계변경이 없고 모든 것을 시공사가 알아서 시공한다. 발주자는 감리 등을 통해 안전과 품질만 관리하는 형태이다.
국토부는 2005년에 마련한 ‘설계도서 국제표준화 로드맵’에서 최종적으로 국내 건설시장을 ‘순수내역입찰제도’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중소규모의 건설업체의 반발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공사들의 현장설계능력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시공사가 현장설계를 통해 공사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공사는 발주처가 준 설계도와 공사비에 맞춰서 하도급업체에 그대로 하청을 주고 중간이익만 남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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