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설계하라는 국토부, 건설안전 컨트롤타워 맞나?
대충 설계하라는 국토부, 건설안전 컨트롤타워 맞나?
  • 김덕수 기자
  • 승인 2015.08.05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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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업무인 가설구조물 설계, 설계자에 떠넘겨
토목기술사회 “오히려 안전이 위협받는다” 우려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 건설기술진흥법 48조 5항으로 인해 국토부와 업계 및 학계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올해 1월 6일 공포, 지난 7월 7일 시행된 건설기술진흥법 48조 5항은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설구조물의 붕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 설계자가 가설구조물의 구조검토를 실시하라는 내용이다.
토목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가설구조물을 설계 단계에서 설계하는 경우는 없고 시공자가 시공하는 과정에서 현장여건에 맞는 공법과 자재를 선정해 설계 및 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가설구조물 설계는 시공자의 업무로 인식돼 왔다. 이번 건진법 개정으로 인해 100여년의 건설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건설 프로세스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법률이 일부 국회의원과 국토부 담당자들의 밀실행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설계회사, 설계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시공사들의 단체인 건설협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설계업계는 물론 학계까지 나서서 이 법안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하위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다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히려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도 48조 5항이 잘못 만들어진 것을 인지했다. 설계단계에서 설계를 해야 할 가설구조물의 범위를 정하기 위해 해외설계업체, 구조설계전문가, 발주처, 건설협회 등으로 TF팀을 구성하고 ‘거푸집, 비계, 동바리’는 현장 변동성이 너무 높으므로 설계단계에서 설계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범위에 넣지 않는 것으로 협의했다.
그러나 상부 결재과정에서 국토부 고위 간부가 이를 묵살하고 ‘거푸집, 비계, 동바리’를 포함하는 것으로 지시했다는 것이 토목구조기술회의 주장이다.
이에 국토부 기술직 실무진들은 궁여지책으로 비계, 거푸집, 동바리를 범위에 포함시키는 대신 ‘개략 구조검토 가능’이란 문구를 포함해 6월 22일 3차 TF 회의에서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구조설계전문가들이 반발했지만 국토부는 그대로 6월 25일 행정예고를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토목구조기술사회는 “국토부 공무원들은 TF팀 회의에서 구조설계전문가들이 가설구조물 안전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으나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상부에서 지시한 ‘거푸집, 비계, 동바리는 설계단계에 꼭 포함시킬 것’이라는 지시사항에 집착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품었다.
이에 따라 퇴근 토목구조기술사회는 업계 3천612명의 반대 서명부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대한토목학회 또한 6월 22일 발행한 ‘가시설 붕괴, 건설기업의 시공설계·엔지니어링 기술력 복원이 시급하다’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에서 건설기업이 하도급관리자로 전락한 상황에서 현장에서의 공사·공법설계 능력의 상실을 가설구조물 붕괴원인으로 지목하고, 국가계약법과 건설기술진흥법의 개정을 통해서 공사용가시설의 설계에 대한 업무는 시공입찰자의 몫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구조설계전문가들은 48조5항의 폐지와 ‘건설공사 설계도서 작성기준’의 ‘거푸집, 비계, 동바리 관련 항목’의 삭제를 주장하는 근거로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설계사의 업무는 본구조물을 설계해 도면을 발주처에 납품하는 것이고, 시공중에 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사항은 시공사의 업무영역임.
- 현장상황과 맞지 않는 설계를 한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함.
- 설계시에는 시시각각 바뀌는 현장상황을 반영할 수 없음.
-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가 어떤 자재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설계에 반영할 수 없음. 만일 특정한 자재로 설계를 한다면 시공사는 자신들이 보유한 자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설계변경을 해야 함.
- 본구조물과 달리 가설구조물이 설치되는 곳의 지반은 설계단계에서 지반조사를 하지 않으므로 지지 지반을 알 수 없음.
- 설계사의 임무는 본구조물을 최적화해 공사비를 절감하는데 있는 것인데, 현장에서 변경 가능성이 높은 가설구조물 설계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임.
- 안전은 책임이 명확해야 하므로 현장에서 직접 시공을 맡은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며, 설계 도서를 납품함으로서 임무가 완료되는 설계사가 미래에 발생할 현장상황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것임.
- 62조7항에 의해서 시공단계에서 시공사의 설계의무를 강화하도록 하였으므로 설계단계에서는 설계가 필요 없는 것임.
- 글로벌 스탠더드는 설계자는 본구조물도 상세도면을 제시하지 않음. 심지어는 공법도 제시하지 않고 있음.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공사의 경쟁능력은 곧 목적구조물을 어떤 공법을 적용하여 발주자가 요구하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최소의 비용으로 만드는 능력인 것임. 특히 임시로 사용되는 가설구조물은 안전을 유지한 상태에서 최소로 사용하는 것이 시공사의 기술력인 것임.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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