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획Ⅳ]화장터, 공원이 되다…‘서울추모공원’
[녹색기획Ⅳ]화장터, 공원이 되다…‘서울추모공원’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4.10.28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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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녹색건축대전 최우수상 -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자연을 닮은 환경친화적 화장시설, 혐오시설의 미래기준을 제시하다

▲ 정방형에 가까운 건물 중앙에 수공간을 가진 중정은 주변 지형보다
낮게 설계된 건물을 밝고 쾌적하게 만들고, 추모공원의 경건성과 중심성을
표현하는 핵심공간이다.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경부고속도로 양재IC에서 남쪽으로 오른편,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추모공원’은 공원화 된 화장시설이다. 대표적인 주민기피시설인(NIMBY) 화장장을 서울시 내에 건립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해안건축은 ‘고인을 떠나보낸다’는 본연의 의미에 충실했다.
‘헌화’를 모티브로 조형미를 완성하면서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배치했다. 자연 지세에 순응한 전통적인 설계기법과 수준 높은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환경 친화적이고 클린하면서도 아름답고 숙연한 추모공간을 완성시켰다.
이로써, 주변 산자락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도 ‘네 개의 꽃잎이 떠 있는 듯’ 지붕을 형성하는 서울추모공원의 옥상정원들 속에는, 고요하게 유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수공간이 햇살을 부서뜨리면서 반짝인다.

■패시브하면서도 경건하게…지형적 제약과 님비의 극복

▲ 서울추모공원의 겨울. 헌화를 모티브로
네 개의 꽃잎이 떠 있는 것 같은 지붕과
공원의 조형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형상화했다.

서울추모공원은 공원과 겹쳐진 2개층 건물의 낮은 입면만이 방문객을 맞는다. 땅에 묻힌 듯이 드러나지 않는 이 건물로 들어서면, 정방형에 가까운 건물 중앙에 수공간을 가진 중정이 나타난다. 밝고 환하면서도 종교적인 엄숙성을 드러내는 이곳은 추모공원의 중심이다.
외부로부터 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변 지형보다 낮게 계획된 것은 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에 인해서였지만, 그들의 ‘지하화’ 요구는 새롭고 창의적인 설계를 가능케 한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측이 낮고 남측이 높은 지형이라 낮은 건물은 채광과 통풍에서 불리했고, 패시브(Passive)하면서도 경건한 공간의 질을 확보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중요 관건이 됐다.
수공간을 가진 중정은, 계곡 사이에 위치해 지하와 가까운 상황이 전제된 건축물의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필요한 내부공간에 자연광을 유입시켜 내부 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할 수 있었다. 또한, 양쪽 계곡방향으로 대규모의 선큰(Sunken) 공간을 계획해 건물 내 어느 공간에서도 밝고 쾌적한 공간이 되도록 했다.
청계산의 청정 공기를 이용한 자연통풍도 계획했다. 특히 2층의 대기실 영역에서는 쾌적한 실내공간과 실외공간을 연속적으로 활용했다.
화장(火葬)이 중요한 의례공간인 ‘고별홀’은 태양광 집광판을 적용, 자연스러운 실내 채광을 통한 엄숙한 공간을 구성했다. 지하주차장 상부에도 태양광 집광판을 통해 채광을 확보하고, 자연환기를 고려한 선큰을 통해 외기 유입이 용이하고 쾌적한 지하주차장을 설계했다.
마지막으로 화장로 자체의 시스템이다. 화장장은 친환경적인 처리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설이므로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기존 화장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더블케이싱 화장로 시스템을 개발ㆍ적용, 공해 발생과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도록 계획했다. 또한 화장로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운전시간이 불규칙해 안정적인 열원을 확보하는데 제한이 있어 폐열의 광범위한 활용이 어려웠던 것은 아쉬운 점이다

■헌화의 은유…고인에겐 명복을, 남겨진 자에겐 치유를

▲ 전통 상여길을 재현한 내부 이동 동선.
운구, 화장, 수골 등에 이르는 일련의 의식이
경건하고 엄숙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서울추모공원은 조형적으로 ‘추모’에 가장 어울리는 ‘헌화’를 연상할 수 있도록 건물과 공원의 조형을 은유적으로 다듬었다. 하나의 아이콘처럼 건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추모공원 진입부와 주차장 상부, 주건물 상부까지 이어지는 외부공간을 계획했다. 건축의 조형과 일체화는 물론, 주변 산책로와 능선으로의 등고선을 연구해 다양한 ‘사색의 길’과 ‘추모의 길’이 청계산과 연결되도록 자연스러운 선형과 면형으로 조율했다.
아울러, 수공간을 가진 중정은 의식의 경건성과 중심성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로, 추모공원에 걸맞는 공간 체험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 다른 계획의 주안점은 내부공간 중에서도 특히 ‘상여길’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도착-운구-화장-수골-퇴장’에 이르는 일련의 의식이 이루어지는 길로써 수공간을 중심으로 전통 상여길을 재현한 동선이다. 의식에 집중하면서도 차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인과 유족을 배려해 경건하고 엄숙한 의식공간으로 계획했다.
이러한 설계개념으로 만들어진 ‘서울추모공원’은 태생적으로 자연을 닮은 자연 친화형 추모공원을 원했던 대지의 특성과 프로그램의 특성, 그리고 주민들의 요구에 고루 부응하려는 노력으로 완성됐다.
우리는 건물이 자연과 하나되기를 바랬다. 이곳에서의 공간적 체험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겨진 자의 슬픔을 정화시키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떠올리는 회복과 치유의 공간”이 되기를 원했다.
마치 대지를 조각하듯 산 사람의 길과 떠난 사람의 길을 만들고, 바람이 통하는 길과 물과 빛이 머무는 곳을 만들어,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징적인 조형이 되도록 한 의도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서울추모공원은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청정 자연지역에서 환경친화적인 화장시설을 건축하는 일도 가능함을 확인시켜 준 프로젝트이다. 화장문화 발전과 화장의식 개선에 기여하고, 기존 화장장이 갖고 있던 혐오시설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좋은 사례가 되었다.

■건축개요
프로젝트명-서울 추모공원 / 위치-서울시 서초구 원지동 68번지 일대 / 용도-묘지관련시설ㆍ화장시설 / 대지면적-36,453㎡ㆍ건축면적-6,868.14㎡ㆍ연면적-17,911.41㎡ㆍ조경면적: 18,397.55㎡ (50.46%) / 건폐율-18.84%ㆍ용적률-28.05% / 규모-지하1층ㆍ지상2층 / 설계기간-2009.1~12ㆍ시공기간-2009.7~2012.1 / 설계-해안건축+두호건축 / 시공-한화건설+금호건설 / 건축주-서울특별시장 / 사진작가-박영채.

 

■건축가 약력 | 해안건축의 디자인 대표 김태만<사진>은 건축가, 시티디자이너, 연구자이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도시에 활력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 도시공간, 리테일공간, 공공공간 등을 다양하게 디자인하고 있으며 뉴욕 H Architecture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에서 설계스튜디오를 지도했으며,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도시건축 스튜디오를 공동 진행했다. 다수의 미국 AIA New York Chapter Award,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서울시 건축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2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초대작가로 참여했다. 대표작으로 행복도시 중심행정타운, 플로팅아일랜드, 서울추모공원, 2012 여수세계박람회 국제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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