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① 원도시+팀텐
[설계공모]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① 원도시+팀텐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3.03.1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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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연초제조창, 존재하다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설계공모 수상작①
[당선작] 원도시+팀텐 | 연초제조창, 존재하다

 ▲당선작, 원도시건축의 '연초제조창, 존재하다'
 
◇도시재생에 관한 세가지 해법=오랫동안 쓰지 않은 옛날 담배공장을 미술관 수장고로 사용한다고 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얼마전 당선작을 낸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설계공모’. 건설, 건축을 막론하고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도시재생’을 주제로 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 점에 주목해 당선작을 포함한 수상작 3개 작품을 소개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이번호에 당선작인 ‘연초제조창, 존재하다’를 시작으로, 우수작-시아플랜의 ‘시간 저장소(TIME STORAGE)’, 가작-아키플랜의 ‘공공공간(公共空間)’이 차례로 이어진다.
새로 짓는 것에만 길들여져 온 한국사회는 ‘어떻게 하면 잘 고쳐서 더욱 빛나게 쓸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안부수고 지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능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3개 모두 우수한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들 수상작을 비교하고 들여다보는 것은 ‘도시재생’ 혹은 ‘리모델링’, ‘유휴시설의 활용’이라는 미래의 과제 앞에 선 우리에게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 이오주은 기자 yoje@
 

단순하면서도 의젓한 공간
“궤(櫃)…기존 건물에 새 수장고 끼워 넣은 형상”

지난 70여년간 청주 우암산 자락을 지켜온 청주 연초제조창.
시대마다 고유의 구축정신을 갖는다. 격자 구조체의 이러한 공장건물은 다시는 새롭게 지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겨져야할 당위성이다.
그러나 보존을 얼마만큼 하는가, 무엇을 보존하는가, 이에 대한 선택이 우선하는 것은 아니었다. 쓸 만큼 쓰고 자연스럽게 남겨지는 과정, 그 결과로 이해돼야 한다는 생각 즉,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공간적 기능이 창의적으로 해석되고,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디자인 과정의 최종 성과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표피에 대한 문제는 더욱 아니었다. 외형을 새롭게 바꾼다거나, 반대로 고집스럽게 남기려는 시도 또한 형태에 대한 집착과 다르지 않다. 보존한다는 것은 사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 자료제공_원도시건축

 

■설계개념

 

◇핵核/심深/궤櫃/갑匣/장藏=수장고는 건물의 중심에 위치한다. 평면적으로, 단면적으로 건축의 핵심이 된다. 양절공장의 외벽은 바깥 켜의 외피로 남는다. 안 켜는 외벽이 자유로워지기 위한 켜이자 수장영역을 형성하기 위한 구조, 설비 그리고 보완을 강화시키는 켜가 된다. 안 켜는 점점 단단해지고 바깥 켜는 점점 가벼워진다. 도시의 기억과 역사의 함축, 외피는 또 다른 세월을 담아내며 풍화되어 간다. 그러나 관리될 것이다.

◇보이는 수장고, 보여주는 수장고=들여다보고, 들어가 보고, 마당을 향하여 드러내 보인다. 도시를 향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건물자체가 스스로를 수장하는 또 다른 큰 의미가 있다. 스스로 수장품이다. 물리적 구조로서의 물성과 더불어 산업시대의 시간을 동시에 녹여내어 함축하고 있다. 단단한 속살을 들어내며 4개 층을 수직으로 관류하는 수장고, 움직임을 통하여 무게를 느껴본다. 크기를 상상한다. ‘보이는 수장고, 보여주는 수장고’를 지향한다.

◇하나의 마당, 하나의 전시장=1층 외벽들을 한 켜 물려 외부 회랑으로 전환시킨다. 기존의 시설군을 하나로 통합해 ‘들풀조각마당’을 비워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진다. 1층의 모든 간벽은 유리벽으로 투명해 기둥열의 구축질서가 비어있는 회랑마당과 연계됨으로써 하나가 된다. 영역자체가 하나의 마당일수 있고, 하나의 전시장이 되기도 한다. 공간의 힘을 웅변하려 한다.

◇복도가 없는 건축을 지향한다=수장영역, 전시영역, 관리영역…스스로의 몸체를 변형시키면서 기능의 동선이 된다. 중앙의 복도와 외피ㆍ외벽에 의존하던 공간형식이 중앙의 수장고를 중심으로 주변영역이 형성되는 형식으로 새롭게 뒤집힌다. 1ㆍ2층이 연계되며 3ㆍ4층이 하나로 된다. 5층과 ‘루프가든’이 하나가 된다.

 

 

■심사평 | “구조변경 필요 없고, 법규 능숙하게 해결”

당선작은 수장고 매스를 기존 건물 외벽 사이에 끼워 놓은 형상이다. 외부를 그대로 두면서 내부를 강력한 공간으로 만들어 건물을 갱신시키자는 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
특히 구조변경이 전혀 필요 없으며, 큰 상설 수장전시장을 피난층인 1층에 둠으로써 직통계단 등의 법규를 아주 능숙하게 해결했다.
벽과 수장고 사이의 공간은 전시장 등으로 활용하게 만들었다. 수장고 하단부에서는 벽을 사선으로 만들어 긴 건물의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보게 하는 공간적 효과를 얻었다.
본래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의 격자 체계를 그대로 공간으로 보여 주면서도 깊이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제안은 대상건물 배면의 ‘김탁구 공장’으로 이어지는 모퉁이의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확장했으며, 이를 센터의 진입공간으로서 연장물로 활용했다. 이 공간이 다소 과장되어 있기는 하나 그 결과 단지 전체에 대한 배려가 잘 드러나게 됐다.
당선작은 외관을 단순하게 만들면서도 눈을 땅을 향하게 했다.
건물과 지면부를 회랑으로 만들고 이를 ‘공장1동’으로 연장, 외벽과 회랑공간을 유사하게 함으로써 단지를 쉽고도 명확하게 통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외벽을 단순하게 하고 식당동 등이 이와 유사하게 펼쳐짐으로써 ‘단순하면서도 의젓한 공간’을 창출했다.
또 하나, 다른 제안과는 다른 점은 옥상부의 4개의 냉각탑으로 산업시설에 대한 기억을 표현하려 한 점이다. 그러나 1층의 수장고는 역시 수장고이므로 닫힌 공간이 요구되며, 회랑공간에 부응하는 다른 열린 용도와 위치를 교환하면서 수정될 필요가 있겠다. /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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