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시정조치 495건·준사고 29건·운행장애 144건, 모두 최근 5년 최대
▲ 철도기관 25곳 중 24곳 안전평가 ‘우수’ 이상…5년 연속 D·E등급 0곳
▲ 시정명령 받고도 같은 정비규정 위반…관제 승인 없는 열차 퇴행도 보고 누락
지난해 국토부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에서 철도기관 25곳 중 24곳이 ‘우수’ 이상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안전검사 시정조치는 495건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고, 시정명령을 받은 위반이 다시 적발되거나 준사고 보고가 누락된 사례도 확인됐다.
높은 평가등급과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철도사고·준사고·운행장애는 모두 215건으로 전년보다 12.6% 증가했다.
철도사고는 46건에서 42건으로 줄었지만 준사고는 22건에서 29건, 운행장애는 123건에서 144건으로 늘었다. 준사고와 운행장애 모두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현장에서는 사망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는 선로 인근 작업자 7명이 열차에 치여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올해 8월에는 의왕역에서 화물차량을 이동시키는 작업 중 코레일 직원 1명이 열차에 깔려 숨졌다.
국토부는 철도운영기관과 시설관리자를 대상으로 매년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사고나 운행장애가 발생하면 수시검사도 진행한다. 철도안전감독관을 통한 상시·특별점검과 연례 안전관리 수준평가도 시행한다. 법령위반이 확인되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등 행정처분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에서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D·E등급을 받은 기관이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에도 A등급 3곳, B등급 21곳으로 평가대상 25곳 중 24곳(96%)이 ‘우수’ 이상을 받았다. 코레일만 유일하게 C등급(보통)을 기록했다.
실제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고속철도차량의 부품 중정비 주기 미준수와 차륜 정비 대상 차량의 부적정 운행으로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다음 정기검사에서 같은 위반이 다시 적발됐다. 부품을 분해해 정비해야 할 시기를 넘긴 차량을 479차례 운행했고, 마모된 열차 바퀴를 깎아 다듬는 시기를 넘긴 차량도 261차례 운행했다. 국토부는 두 건에 총 4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에 따라 보고해야 할 철도준사고조차 코레일의 자체 판단으로 누락됐다.
지난해 2월 경의중앙선 한국항공대역에서 승객 약 80명이 탄 전동열차가 정차역을 지나친 뒤 관제 승인 없이 약 460m를 후진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승인 없는 퇴행 사실을 국토부에 알리지 않고 자체 ‘관리장애’로 분류했다. 이 같은 준사고 미보고는 1년여 뒤 정기검사에서야 적발됐다.
국토부는 검사와 시정명령이 실제 사고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입증하지 못했다. 황희 의원실이 정기·수시검사와 감독관 점검, 안전관리 수준평가의 효과분석 자료와 제도적 한계를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분석 결과는 제출하지 않았다. 대신 ‘취약요인 확인과 개선 유도’, ‘지속적인 안전관리 필요’ 등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연내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만 밝혔다.
황희 의원은 “국토부의 시정명령에도 같은 위반이 되풀이되는 것은 철도기관의 안일한 안전의식과 실효성 없는 감독체계가 맞물린 결과”라며 “안전규정 위반이 끊이지 않는데도 대부분 우수등급을 받는다면 현행 평가제도가 국민 안전을 제대로 담보하고 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도 안전감독의 성과는 적발 건수가 아니라 반복되는 위험을 끊어내는 것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국토부는 동일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를 과감히 높이고 시정명령이 현장에서 이행될 때까지 책임지고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