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조경의 미래는 '정치'에 있다
[조경칼럼] 조경의 미래는 '정치'에 있다
  • 정수진 성남시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6.06.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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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태 인프라를 구축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관건
능동적인 확장 통해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태도 필요
정수진 성남시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치'라는 단어는 언뜻 권력자들의 암투를 연상시키지만, 내가 필요한 것을 주장하고 얻어내는 과정이라 정의한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조경의 정치'다.
2026년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전국의 지자체장들이 '정원도시'와 '기후 대응'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그 행간에 주체적인 목소리가 담기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 하향식 지시에 불과하다.
조경의 운명은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이 결정되는 정치의 현장에서 판가름 나며, 전문성이 빠진 슬로건은 결국 시민의 삶에 닿지 못할 것이다.

건축물이 세워지고 남은 공간을 채우는 '조경(Landscaping)'이 아니라, 도시의 생태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 삶을 짓는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오직 정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도면 속의 선 하나, 나무 한 그루가 예산을 아끼는 가시적인 자산임을 증명해야 한다. 실제로 도시숲 1ha는 연간 168k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기온을 최대 7℃까지 낮추는 경제적 편익을 제공한다.
이 정치적 문법을 익히기 위해 각 영역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때로는 '조경이 아닌 일'까지도 과감히 주도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해묵은 과제들을 탓하며 방어하기보다 영역의 능동적인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은 요구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제안하는 자'의 것이다.
선언을 기다리기보다 폭염을 다스릴 녹지 네트워크 같은 유연한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화려한 디자인보다 공공의 안전, 보건, 기후변화 대응 같은 사회적 가치의 어휘를 우리의 몫으로 선점해야 한다.
녹지 공간이 풍부한 지역의 주민은 우울감 발생률이 약 18.7% 낮다는 통계처럼,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공원을 만들어야 했던 조경의 역사가 그 증거다.
제안서가 의원의 질의서가 되고 조례의 근거가 될 때 영토는 확장된다. 하소연은 대안 없는 자들의 수단일 뿐이지만, 정책 제안은 판을 흔드는 주역의 강력한 무기다.

조경을 '꽃과 나무를 심는 일'로 가두지 않을 때 도시는 '공간의 마스터'라는 역할을 부여할 것이다. 그 일이 단순하지 않음을 당당히 주장하고 사회적 편익을 계산해 내야 한다.
거버넌스는 비워둔 상석이 아니다. 발로 뛰며 시민과 연대하고 의사결정 테이블에 강제로라도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야 하는 치열한 투쟁의 현장이다.
주민 참여 예산제 같은 행정의 일부터 이웃과 소통하며 화분을 나누는 일 모두 영역이 커지는 밑거름이며, 이것이 도시의 풍경을 바꾸고 삶을 매만지는 과정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미 다가온 기후변화와 초고령사회에서 조경의 업(業)이 가지는 가치는 더욱 거대해질 것이다. 폭염에 대비하는 도시의 숲과 하천의 정비는 필수가 되었다.
더욱이 2026년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립된 노인들을 위한 치유 정원은 이제 선택이 아닌 사회적 처방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삶의 공간을 다듬고 터전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조경인 만큼, 조경의 시대는 머지않았다. 이 시점에 조경인이 만드는 정치가 곧 조경의 미래이며, 조경인이 제안하는 정책이 바로 시민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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