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새로운 시각으로 본 주택보급률과 향후 주택정책
논단-새로운 시각으로 본 주택보급률과 향후 주택정책
  • 승인 2002.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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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선임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정책의 좌표 역할을 하는 개념의 하나로 주택보급률이라는 것이 있다. 한마디로, 총 주택 수를 총 가구 수로 나누어 주택의 부족율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다.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숫자이므로 주택공급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한편으로는 주택담당 부서에서도 주택투자 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던 정책지표이다. 경제성장에 매진하였던 개발년대에는 주택보급률이 70% 수준을 맴돌았으나, 9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 등에 힘입어 80%를 넘어서기 시작하였다.
건교부 자료에 따르면 1995년에 86%이였던 주택보급률이 2000년에는 94%로 대폭 상승하였다. 최근 발표된 200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기초한 여러 연구들은 건교부 통계보다도 훨씬 높은 주택보급률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계산한 주택보급률은 거의 100%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주택과 가구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로 귀착된다. 주택과 가구의 개념 정의를 달리함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주택보급률이 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주택의 개념 정의에서는 구분 소유 및 매매의 단위가 되지 않는 다가구주택을 하나의 주택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가구에 있어서도 단독가구와 외국인가구 등을 제외시켰다.
과거에는 이러한 정의에 따르더라도 주택의 과소추계와 가구의 과소추계 영향이 서로 상쇄되어 공식적인 주택보급률과 실질적인 주택보급률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다가구주택의 공급이 크게 늘고 있어 양 주택보급률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으므로 요즘의 시대적 조류에 맞도록 주택과 가구를 재정의하여 보급률을 현실화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졌다.
어쨌거나 보정한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한다는 것은 주택부족으로 주택난에 시달려왔다고 믿고 있는 국민과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에게 모두 당혹스러운 소식일 수 있다. 이는 지난 날 우리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논리적 근거로 지나치게 보급률이라는 개념과 100% 달성이라는 목표수치에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야 어느 정도 주택의 양적인 부족문제를 해결한 상황에서 선진국형 주택정책을 펼 수 있는 문턱에 와 있는 것이다.
여건변화에 따라 우리는 주택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여야 하며 주택정책도 이에 대응하여 바뀌어야 한다. 우선 주택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주택수요의 구조적, 계절적 변동이 주택시장에서 주택가격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소화되기 위해서는 주택보급률이 100%가 아니라 110% 내지는 120% 수준에 도달하여야 한다. 이는 다른 OECD 국가의 예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아직도 주택총량을 늘릴 필요가 있으며, 특히 주택난이 심각한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 대해서는 꾸준히 신규 주택공급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주택에 대한 형태별 또는 지역별 수요와 공급의 격차에서 오는 문제도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당분간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이를 충족하기 위한 아파트 건설이 지속되어야 아파트 가격상승을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지적인 주택문제도 상존할 것이다.
같은 도시내에서도 생활여건 또는 교육여건이 좋은 지역에서의 부동산 열풍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주택정책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며 시간을 갖고 전반적인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택정책의 초점이 앞으로는 양에서 질로 옮겨가야 한다. 무주택자/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의 최저주거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주거환경 개선사업, 리모델링사업, 공동주택관리 등을 활성화하여 기존재고의 효율적인 유지/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도심 불량주택의 재개발, 재건축은 도시공간구조의 개조차원에서 거시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주택정책의 기조 변화에 부응하는 정책지표의 개발도 필요하다. 단순한 주택보급률 대신 '인구 천명당 주택 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천명당 주택 수는 지난 해 238호로 미국 419호('95), 영국 418호('96), 일본 397호('98)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나아가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설정하는 최저주거기준을 주거복지 및 주거수준 향상을 나타내는 질적지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택에 관한 한 당장 시급한 문제를 일부 해결한 단계에 와 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는 산재되어 있으며, 한편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주택정책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주택보급률이 보여주는 수치로 인해 주택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오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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