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상-검토-설계변경 등 전 단계 걸친 제도 개선 촉구
안전관리비 증액 및 설계변경 기준 명확화 필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 이하 건산연)이 12일 ‘공공 건설공사 건설기술 진흥법 안전관리비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자체공사에서 「건설기술 진흥법」에 따른 안전관리비 제도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공사 대비 구조적인 취약성이 뚜렷하게 나타남을 질타하는 것이다.
건설산업은 국내 산업 중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며, 발생확률도 높은 위험한 산업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국내 전체 산업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824명이었는데, 이 중 건설산업 사망자가 328명으로 전체 3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해 건설산업의 사고사망만인율은 1.57퍼밀리아드로, 산업 전체의 평균인 0.39퍼밀리아드보다 약 4배 높았다.
이로 인해 건설산업은 발주자가 안전비용을 계상토록 유일하게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관리비와 「건설기술 진흥법」에 따른 안전관리비로 구분되며, 전자는 사업장 내부 노동자, 후자는 시설물 및 사업장 외부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관리 비용 중 대부분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인식되고 있으며, 안전관리비의 경우 안전점검비를 제외하면 인식도도 활용도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특히 안전관리비의 계상기준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환경보전비, 품질관리비 등과 비교했을 때 제도적으로 그 구체성이 부족하며, 이로 인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발주자가 안전관리비를 계상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 공공 건설공사 안전관리비 설문조사 결과
건산연이 지난해 6월 9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관리비를 관리하는 담당자의 경우 전체적으로 공무와 안전관리자가 유사한 비율을 보였으나, 국가공사는 공무가 55.8%, 지자체공사는 안전관리자가 5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안전관리계획서 요구사항 및 심의절차는 2~3년 전보다 까다로워졌으며(79.8%), 현장에서의 계획서 이행력은 높아졌다고 응답했으나(59.5%), 안전관리비의 경우 국가공사는 과거보다 충분히 계상된다(39.5%)고 응답한 반면 지자체공사는 오히려 과거보다도 부족하게 계상된다(49.8%)고 응답했다.
안전관리비를 구성하는 7가지 항목별 비용의 과부족에 대한 질문에서는 평균 21.6%가 지자체공사가 국가공사에 비해 비용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국가공사에서는 통행안전관리대책 비용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39.5%)이 가장 높았으나, 지자체공사에서는 무선설비 및 무선통신 구축운용 비용이 가장 부족하다(68.3%)고 응답했다.
안전관리비가 부족한 경우에는 발주처에 설계변경을 요청하는 방법 외에도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역시 국가공사 60.5%, 지자체공사 61.0% 등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이 때 안전관리비 증액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로 발주처가 안전관리비 증액을 설계변경 사유로 인정하기 않기 때문(국가공사 36.9%, 지자체공사 37.8%)이라고 응답했다.
그런데 안전관리비가 충분히 충원되지 않았음에도 현장에서는 발주자가 계상한 금액보다 많은 비용을 집행(국가공사 76.7%, 지자체공사 75.6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안전관리비 설계변경이 쉽지 않음을 인지하고 원가계산서상의 안전관리비에 최대한 맞춰 안전관리계획을 작성하나, 계획서는 착공 전 승인이 필요한 서류로 계획을 부족한 원가계산서상 안전관리비에 맞추는 방법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고 또 계획서 검토단계에서 수정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사업 착공도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응답자 중 81.0%(국가공사 90.7%, 지자체공사 70.7%)가 원가계산서 안전관리비와 안전관리계획서 안전관리비 차이를 설계변경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안전점검 시 안전관리비에 대한 점검은 이루어지나, 국가공사에서는 점검결과에 따라 전체의 약 41.9%가 증액이 이루어지지만 지자체공사는 실제 증액이 이루어지는 비율이 1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가공사는 실제 집행한 금액기준으로 증액이나 감액 조정이 이루어진다는 응답이 44.2%였으나, 지자체공사는 전체 39.0%가 실제 집행한 금액과 관계없이 발주 시 책정된 금액만 지급된다고 응답했다.
◼ 건진법에 따른 안전관리비 활성화 방안
현재 건설기술진흥법(이하 건진법)에 따른 안전관리비 제도는 의무사항이나, 계상기준 등의 임의성을 고려했을 때 공공에서 활성화되고 검증된 다음 민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같은 공공발주자라고 해도 중앙정부의 관리를 직접 받는 국가(부처, 청)와 공기업・준정부기관, 지자체와 지방공사・지방공단은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적극성이 서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발주조직의 역량도 국가나 공기업・준정부기관에 비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건산연은 설문조사를 통해 안전관리비 제도는 현재 국가공사에서는 어느 정도 활성화가 진행돼 조금씩 지자체공사로 확산되기 시작하는 단계로 보이며, 지자체공사를 중심으로 안전관리비와 관련된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가 국가공사에서 지자체공사로 원활하게 확산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데 주력했다.
먼저 ▷건진법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 미비 ▷발주단계에서부터 부족하게 책정되는 안전관리비 ▷원가계산서와 안전관리계획서 안전관리비의 괴리 ▷증액 또는 설계변경이 쉽지 않은 안전관리비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과거에는 ‘안전’이라는 용어만으로 미루어 무조건 안전관리자의 업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안전관리는 공사팀이 수행하고 비용은 공무팀이 관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항목별 계상현황에서도 계상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안전점검비가 부족하다는 응답의 차이는 국가공사와 지자체공사에서 6.8%p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물량 기반으로 자체 산정해야 하는 타 항목에서는 25%p 이상의 큰 차이를 보였다.
또 발주자는 일반적으로 안전관리비를 1식으로 비용을 원가계산에서 반영하고 있어 시공사가 7가지 항목별 비용이 어떤 물량을 기반으로 산출됐는지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공사 입장에서는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라 안전관리비를 집행할 경우 비용이 초과 발생하며, 그렇다고 원가계산서에 맞춰 집행하면 안전관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원가계산서와 안전관리계획서의 안전관리비 차이는 건진법 시행규칙 제60조3항에 따른 4가지 증액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에 안전관리계획서는 공사계약 일반조건에서 명시하는 설계서에 포함되지 않으며, 원가계산서의 안전관리비는 물량산출근거 없이 1식으로 계상되는 경우가 많아 설계변경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시공사는 안전관리비 증액이 충분치 않아도 안전관리계획을 이행할 수밖에 없지만, 발주자는 안전관리비를 부족하게 계상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건산연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계상단계에서 설계안전성 검토를 활용한 최소 안전관리비 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주자의 역량을 향상시키거나 계상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그 부족한 역량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설계안전성 검토 단계에서 안전관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최소한의 안전관리비를 확보토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계획서 검토 및 승인단계에서는 안전관리계획서 이행을 위한 비용을 현실화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는 발주청 또는 인허가기관으로부터 안전관리계획 검토를 의뢰받은 전문기관이 안전관리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하나, 그 비용에 관한 검토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검토 단계에서 발주자가 원가계산서에 계상한 안전관리비와 시공사가 안전관리계획 이행을 위해 산정한 안전관리비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의무를 추가토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계변경 및 정산단계에서는 건진법 시행규칙에 따른 안전관리비 증액기준에 원가계산서와 안전관리계획서의 안전관리비 차이를 명확하게 명시하거나,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따른 설계서에 안전관리계획서를 포함해 보다 원활한 설계변경을 유도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최수영 건산연 연구위원은 “안전관리비는 안전관리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비용으로, 건설 비전문가인 발주자 입장에서는 시공자가 낙찰 후 수립하는 계획에 투입되는 비용을 미리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업무”라며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할 수 있는 중소 규모 사업 등의 공공발주자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안전성 검토 단계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확보하고, 안전관리계획 검토 단계에서 비용을 현실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관리비 증액 및 설계변경 기준을 명확히 해 최소한 안전만큼은 까다롭고 모호한 절차로 인해 소홀히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