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지반조사는 토목기술 발전의 기본
논단- 지반조사는 토목기술 발전의 기본
  • 승인 2002.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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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박사
한국도로공사 도로연구소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지질학적 특성상 해안과 하천 지역을 중심으로 점성토 등으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연약지반 지대를 가지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경우에 전 노선의 16%(56 km)가 연약지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약지반은 압축성이 크고 지지력이 작아 부지 활용에 많은 기술적 제약이 있으나,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면에서는 개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1960년대 후반 이후 연약지반 지대를 지나는 고속도로, 택지 및 공업단지 등을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간척 및 준설매립을 통해 새로운 농경지 확보는 물론, 공항 등 주요 시설물까지 건립하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대로의 경험을 축적하여 오늘날의 기술 발전의 토대를 수립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숙된 기술개발에 비하여 지반조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다음 몇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반조사자료를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여야 한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진찰하거나 검사를 우선 시행한다. 건설공사를 위해서는 기술자가 정확한 지반조사를 선행하여야 한다.
기본이 바로서야 국가가 바로 서듯이 지반조사가 바로 되어야 토목구조물의 안정성이 보장된다.
지반조사란 그 지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해석에 필요한 기본물성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굳이 누구나 알고 있는 지반조사의 정의를 말하는 것은 기본이 서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이는 또한 구조물의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정작 지반조사의 목적도 파악되지 않은 채 단순히 표준관입시험에 만 의존하거나, 불필요한 많은 조사를 실시하여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설계에서 지반조사와 설계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즉 이는 지반조사자료가 설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먼저 설계를 해놓고 거꾸로 지반조사 자료를 끼워 맞추는 격이다.
여러 현장의 설계심사의 경험에 의하면 나열하기조차 부끄러운 사례들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토목공사의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지반조사를 발주처에서 실시하여 설계사에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주처에서 지반조사 전문업체에 직접계약으로 적절한 조사비용을 보장해 줄 수 있다. 또한 발주처에서 지반조사가 시행되면 설계발주보다 순서 상 앞서기 때문에 설계 시에 조사자료를 잘 이용 할 것이고, 중복조사를 피하여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고, 보다 목적에 맞는 정확한 조사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반조사자료의 공유와 효율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건설공사를 위하여 현장조사가 이루어 졌다.
공사가 준공되는 즉시 폐기되는 관례에 따라 조사자료의 확보가 어려운 점이 있었으나, 최근 일부 기관에서 서둘러 지반조사자료를 DB화하는 노력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조사자료의 효율적인 활용은 조사비용을 절감시킬 뿐만아니라 토목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편익을 준다.
이를 위하여 지반정보의 내용과 형식을 표준화하고 통합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하며, 국가지리정보시스템과 연계하여야 한다.
유지보수를 고려한 설계를 하자. 요즈음 누구나 한마디씩 던질 때 나오는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주로 연약한 지반에 구조물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가 주된 과심사였지,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할 것인가에는 거의 신경을 쏟지 못했다.
대부분의 연약지반은 일정한 하중 조건 하에서 장기간 동안의 변형을 수반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하였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구조물의 성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설계할 때부터 준공 후 유지관리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예측 가능한 문제점을 요인별로 분석하여 대처방안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기술의 적극적 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 누구나 신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신기술의 개발 및 적용의 딜레마는 신기술 보유한 업체에 대한 특혜성 시비다. 바로 동일업종간에 질투다.
누가 봐도 좋은 신공법인 것을 인정하나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감사의 시련을 격어야 한다. 단지 기술보급의 일념 하나로 감당하기에는 기술자 개인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 그래도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물론이고, 기존 기술의 개량과 보완 역시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술들이 현장에 보다 쉽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외국에서 지반개량과 보강을 위한 수많은 기술들이 개발되어 실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연약지반 공사라고 하면 연직배수를 위해 모래말뚝을 설치하고 성토하는 단순한 공정만이 연상될 정도로 기술적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설계 및 시공 기준 역시 충분한 검증 없이 외국 기준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외국기술 및 장비에 대한 기술종속은 점차 심화되어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 연구개발 부문이 대폭 축소되고 간신히 그 명맥만이 유지되는 현실은 매우 우려할만하다. 연구 및 기술개발 의지를 포기하는 댓가로 기술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모두가 인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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