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확대 정책, 업역 및 생산체계 혼란만 늘어나
“산업 지속가능성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해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이하 건산연)이 21일 ‘직접시공의무제도의 쟁점과 합리적 개선 방안: 지방계약 제도 변화와 서울시 정책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직접시공의무제도가 건설공사의 적정 시공과 건설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보완할 정책 개선 방안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직접시공의무제도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2006년 도입한 제도로, 건설사업자가 원도급자로서 계약한 공사의 일정 부분에 대해 본인이 직접 시공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건설산업기본법령’에 따라 70억원 미만의 건설공사에 대해 금액 구간에 따라 직접시공의 의무 비율을 10~50%로 차등 부여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75년 건설시장 진입장벽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했던 ‘건설업 면허제’가 1999년 등록제로 전환된 이후 공사수행 능력이 없는 부실업체가 양산됨에 따라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외주 및 하도급 문화 정착의 바탕이 된 ‘의무 하도급제도’가 2007년 1월 폐지됨에 따라 원도급자에게 책임 의무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건설산업기본법 내 규정과 달리 최근 일부 발주청과 지방계약에서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의무 및 범위를 강화하는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우 올해 1월 1일부터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30억원 이상 일반공사를 대상으로 입찰참가자의 직접시공 비율을 평가에 반영하는 ‘직접시공 평가제’를 도입했으며, 서울시도 지난 2022년부터 자체 제도 시행과 더불어 ‘부실공사 Zero 서울’을 목표로 핵심 주요 공종에 대한 직접시공 의무화 등의 독자적인 제도 강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건산연은 보고서를 통해 “지방계약 제도 및 서울시의 정책들은 건설현장 및 산업 실태를 고려한다면 업계에 법률유보와 위임입법의 원칙을 초과하는 과잉 규제로 작용해 실효성 있는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하도급자 간의 도급계약으로 인해 파생되는 입찰브로커화 및 부실 업체 난립 관련 관행, 하도급자의 보호조치 관련 문제 등은 이미 타 정책 및 규제를 통해 다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의무 규정 외 일괄하도급 및 재하도급 금지, 하도급공사 계약 자료의 공개 등 다양한 의무화 규정들을 통해 하도급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이는 ‘최소한의 시장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도급 규제를 운영하는 해외 국가들과도 상이하다.
또 국내 건설공사는 통상 ‘발주자-종합건설업체-전문건설업체-건설노동자’의 생산구조를 통해 수행되므로, 하위 주체가 공사를 수행하는데 발생하는 비용과 이윤은 상위 주체가 담당한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두고 있다. 최근 10년간의 종합·전문건설업체 간 공공공사 하도급률도 평균 92.6% 수준으로 종합건설업계 전반에서 높은 수준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건산연은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의무를 건설 하도급 관련 문제 해소의 취지로 정의한다면 지금까지 이어진 건설 생산방식과 그에 따른 업역 구조의 파훼를 초래해 업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법 제664조에 따라 ‘도급’을 일의 완성에 필요한 전문영역 일부에 관한 위임으로 인정해야 하나, 하도급을 통해 담보하는 전문영역을 훼손함으로써 오히려 업계 혼란 및 공사의 품질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관리학회도 연구를 통해 부실공사는 완성도가 낮은 설계도 면(부실설계), 공사관리 미흡(부실시공), 설계·시공 검토 미흡(부실감리), 발주자 및 인허 가 관리·감독기관의 검토 미흡, 총체적으로 부실한 산업 환경 등에 의한 결과로, 그 원인을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미이행에 국한해서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실시공은 주로 인력・시간・예산 등의 자원이 부족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예방 대책으로서 건설 기능인력 수급모델 구축 및 운영, 시공사 기술인력 투입 의 적정성 판단기준 정립 및 활용 등의 우선 마련이 필요함에도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의무만을 무리하게 고집한다면 과거의 부실공사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취지다.
여기에 건산연은 해외 국가의 직접시공 취지(중소 규모의 지역건설업체 보호조치 등), 직접시공 여건(세부공종 단위의 분리발주 활성화, 업역 구분이 미약한 유연한 생산체계 등) 등을 고려하면, 국가별 직접시공 비율 등 수치에 대한 단편적인 비교만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낮은 수준의 직접시공 실태를 지적하고 그에 따른 일방적 벤치마킹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공공공사에 한해 총공사비의 일정 비율에 대한 직접시공 의무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주(州)정부에서 독자적 방침을 수립하고 있다.
독일은 원도급자가 본인 책임 하에 내부 인력을 통해 직접 공사를 수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원칙적 의무에 그치는 수준으로, 발주자의 서면동의 하에 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공공공사에 한해 원도급자의 하도급률이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의무를 70% 이상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하도급 관련 일괄하도급금지 및 일정 금액 이상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원도급자에 대한 높은 기준의 자격을 요구하는 것 외의 의무 사항을 법으로써 강제화하지 않고 있다.
이에 건산연은 지방계약 제도와 서울시 정책 모두 직접시공의무제도 본연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설산업기본법’ 수준으로 운영하고, 상위법령의 위임 하에 독자적 정책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지자체로서의 독립적 정책을 운용하고자 한다면 업계가 순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관 제도·정책에 대한 추가 보완·완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직접시공제와 이원화되는 타 정책·제도와의 관계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하도급 비율 평가의 삭제 ▷위장직영 등의 리스크를 해소할 대체제도 도입 ▷자발적으로 직접시공을 추진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등의 방향으로 중앙정부 제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먼저 상위법령에 규정하는 수준으로 정책을 운용하며, 발주기관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측면에서 의무 범위를 확대하고자 할 경우 중앙정부와의 논의 후 위임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시공제의 실효성 향상을 위해서는 ▷직접시공 의무 적용 대상 범위의 축소 ▷공사비 구간별 직접시공 의무비유 차등 적용 ▷직접시공 주요공종 지정시 낙찰자의 이의신청 허용 ▷소공종 기준 공종 지정 등 가이드라인의 구체화 및 일부 공종의 지정 배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중앙정부도 ▷이원화된 제도 간의 관계성 정립 ▷슈퍼인텐던트(Superintendent) 등 시공참여자제도의 대체안 도입 ▷인센티브 제도 운용으로의 전환 등을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슈퍼인텐던트 제도는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 기능인력 중 충분한 경험과 경력을 갖춘 숙련공들을 전반적인 공사 관리 업무를 총괄하며 하도급 업체 및 건설노동자의 관리·감독 등을 수행하는 ‘현장 관리자’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건설업체들이 노무관리 등 공사 관리에 대한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본업에 집중함으로써 기업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 생산방식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민주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직접시공의무제도가 본래 취지를 실현하려면 획일적 규제 강화보다는 현실적인 대안과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며 “원활한 직접시공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별 특수성이나 업계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상위법령의 범위를 벗어나는 차원에서 정책을 운용한다면 산업 및 업계 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