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로 작업 착수했다는 이유로는 위반사유 인정 어려워
1. 문제의 소재
건설분야는 공사대금과 관련한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 중 대표적인 다툼은 추가공사비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추가공사비에 관한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추가공사 수행 전 추가공사 내역, 수량, 단가 등 구체적인 변경사항에 관한 서면 합의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이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추가, 변경위탁을 하는 경우에도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등을 포함한 일정사항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사전에 발급할 의무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상 이러한 서면발급의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바, 최근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서면발급의무 위반에 관한 ‘정당한 사유’에 관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그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으므로 이에 관해 소개한다.
2. 판례의 입장(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1두49208 판결)
가. 사실관계
강선건조업 등을 영위하는 원고(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선박 또는 해양플랜트 구성부분품의 제조를 위탁했는데, 피고(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원고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계약 관련 서면을 사전에 발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게 시정명령 등을 했고, 이에 대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시정명령 등의 취소를 청구한 사안이다.
나.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수정추가공사 전부에 대해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아니한 것은 선박 또는 해양플랜트 건조 업무의 특성상 수정추가공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에 대해 신속하게 조치할 필요성이 있으며, 당사자들도 수정추가공사의 발생 여부와 내용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에 비춰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아 일부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했다.
다. 대법원의 판단
이에 관해 대법원은 하도급법상 서면발급의무 위반의 ‘정당한 사유’는 엄격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면서 ➀ 단순히 수정추가공사가 빈번히 발생하고 그에 대한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서면을 아예 발급하지 않은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고 ➁ 구 하도급법 제3조 제3항을 준용하여 우선 당사자들에게 알려진 사항만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면서 해당 사항을 정하지 않은 이유와 그 사항을 정하게 되는 예정기일을 서면에 기재함으로써 구 하도급법 제3조에서 정한 서면발급의무를 다할 수 있었으므로 단순히 수정추가공사의 정확한 범위나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➂ 원고가 서면 발급 전 수급사업자의 임의적인 작업 착수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업무절차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수급사업자가 임의로 작업에 착수했고, 원고가 이를 사후에 인지한 즉시 서면을 발급했다는 등 서면발급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했음에도 수급사업자가 임의로 서면발급 전에 작업에 착수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사전에 서면을 발급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인 바, 단순히 수급사업자가 임의로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사업자인 원고에게 서면발급의무 위반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3. 결론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정추가공사의 경우에도 사전에 서면을 발급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 당사자들에게 알려진 사항만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면서 미결정 사항의 사유 및 결정 예정일을 서면에 기재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하도급법상 서면발급의무 위반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 재확인되었으므로, 원사업자들은 이 판결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서면발급의무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함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