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판례>재건축조합 대표자의 대표권 제한
<건설판례>재건축조합 대표자의 대표권 제한
  • 승인 2005.05.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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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은 대표자의 대표권 없음을 상대방이 안 경우에만 무효를 주장할 수 있어
서 설

재건축을 위해서는 우선 재건축조합을 설립해야 하며 여기에는 일정한 정족수 이상의 결의를 요구한다. 이러한 일정 수 이상의 결의를 요구하는 것은 재건축을 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재산권을 절충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탄생하게 되는 재건축조합은 민법상 법인ㆍ비법인사단ㆍ조합 중 어떠한 단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재건축조합의 대표자가 그 대표권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데 그에 반해 법률행위를 했을 때 그 법률행위의 효력은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가. 피고 조합은 A아파트 소유자들을 조합원으로 해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설립된 재건축조합인데, 그 설립인가조건으로 ‘조합이 공동사업시행자, 시공자 또는 설계자를 선정 또는 변경하거나 약정을 체결 또는 변경하는 경우에는 조합규약에 따라 총회 결의에 따라야 하고(제6조), 조합원의 부담이 따르는 결정사항에 관해서는 조합규약에 따라 총회 결의에 따라야 하며, 조합원에게 그 결과를 필히 통지하고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피고 조합의 정관 제17조는 ‘사업시행자 및 시공회사의 선정 및 약정에 관한 사항, 기타 규약 또는 조합 설립인가조건에서 총회결의를 요하는 사항’ 등을 총회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제27조는 ‘공동사업시행자는 사업비를 조달해 사업시행기간 내에 모든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단 천재지변일 때에는 예외로 하고, 사업시행자가 사업비를 조달하기 어려울 때에는 시공자와 협의해 조달할 수 있으나, 조합원과는 무관하다)’고, 제38조는 ‘이 정관(규약)에서 정한 권한(위임) 이외의 사항에 대한 조합(조합대표)과 사업시행자(시공자)와 체결한 어떠한 계약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나. 피고 조합의 대표자인 B는 1997. 1. 15. 피고 조합과 C회사의 지위를 승계한 D회사를 공동당사자로 해 원고와 사이에 재건축아파트 신축공사의 설계용역 업무에 관해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함)을 체결했다.

다. 그런데 B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 조합을 상대로 설계용역비를 청구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을 깨고 되돌려 보냈는데, 그 요지를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설립된 재건축조합은 민법상의 비법인사단에 해당하고,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해서는 정관이나 규약에 정한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며 그에 관한 정관이나 규약이 없으면 사원 총회의 결의에 의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관이나 규약에 정함이 없는 이상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는 무효다. 그러나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라 함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법률적ㆍ사실적 처분행위와 이용ㆍ개량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사업의 시행을 위해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므로 총유물 그 자체에 대한 관리 및 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다.

나. 비법인사단의 경우에는 대표자의 대표권 제한에 관해 등기할 방법이 없어 민법 제60조의 규정을 준용할 수 없고,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정관에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해 이를 거치지 않은 경우라도, 이와 같은 사원총회 결의사항은 비법인사단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그 거래 상대방이 그와 같은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거래행위는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거래의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은 이를 주장하는 비법인사단측이 주장ㆍ입증해야 한다.


평 석

이 판례는 두 가지 점을 시사하고 있다.

하나는 재건축조합의 법적 성격은 비법인사단으로 그 재산소유관계는 총유로서 사원총회를 거치지 않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는 무효가 되지만, 재건축조합이 설계용역회사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은 단순한 채무부담행위로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다른 하나는 재건축조합 대표자의 규약상의 대표권 제한을 위배한 행위는 그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무효가 된다는 점이다.

즉, 등기 등 기타의 공시 절차로 대표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알 수 없는 재건축 조합의 경우에도 규약상 대표권 제한사유로 무조건적인 무효를 주장한다면, 재건축 조합의 거래 상대방은 불안한 지위에 놓여질 수밖에 없으며,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타당한 결론이라 생각된다.


김현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 대표/건설교통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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