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조정절차에서 임의이행의사나 능력에 관해 거짓말한 경우 사기죄의 성부
[변호사 칼럼] 조정절차에서 임의이행의사나 능력에 관해 거짓말한 경우 사기죄의 성부
  •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 승인 2024.03.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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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다름을 알고도 거짓 주장하는 것은 유죄
사업 양도대금 지급시기 미설명만으로는 죄책 어려워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1. 서설

당사자가 소송절차에서 본인의 주장이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했으면서도 거짓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소송사기의 죄책이 인정된다. 관련해 당사자가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조정절차에 응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다소 허위나 과장이 섞인 언행을 하는 경우에도 소송사기로 의율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사실관계

① A는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는 자이고 B는 A의 투자자이다.

② B는 A가 작성한 지급확약서에 따른 약정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A를 상대로 약정금 지급 소송을 제기하고, A가 C에 가지고 있는 양도대금채권을 가압류했다.

③ A는 B와의 분쟁으로 본인의 아파트 시행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위 아파트 준공예정일인 2019년 이후에야 C로부터 양도대금을 받아 약정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위 아파트 준공일이 2016년이고, 가압류를 풀어주면 바로 위 약정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처럼 B를 속였으나 사실은 위 기간까지 합의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④ A는 B에게, 판결을 통해 약정금을 받으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나 조정절차에서 합의를 해주면 위 아파트 준공 직후인 2016년까지 약정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했고 이에 속은 B는 A와 임의 조정을 했는 바, 그 주된 내용은 “B가 약정금 중 일부를 감액해주는 대신 A는 나머지 금액을 2016년까지 지급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3. 원심의 입장(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7. 10. 선고 2019노1916)

A는 2016년까지 조정금액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B에게 위 금액을 제때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B를 기망해 협의 및 조정에 응하게 했고 이에 A는 일부 채무를 면제받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소송사기의 죄책 인정.

4. 대법원 판결(2024. 1. 25. 선고 2020도 10330판결)

[1]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소송절차나 조정절차에서 행한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인이 그 주장이 명백히 거짓인 것을 인식했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했음이 인정되는 때와 같이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유죄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2] 소송당사자들은 조정절차를 통해 원만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다소간의 허위나 과장이 섞인 언행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러한 언행이 일반 거래관행과 신의칙에 비춰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통상의 조정절차에서는 조정채무 불이행에 따른 제재 수단뿐만 아니라 소송비용의 처리 문제나 청구취지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잠재적 분쟁에 관한 합의 내용도 포함될 수 있고 소송절차를 단축시켜 집행권원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4] 조정에 따른 이행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가 조정 성립 이후 청구원인에 대한 주된 조정채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조정성립과 상당인과 관계 있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아니된다.

[5] A가 아파트 시행사업의 양도대금의 지급시기에 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 외에 소송자료로 허위의 서류를 제출하거나 위증을 교사하는 등의 적극적 기망행위를 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6] B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진행했고 그 대리인이 조정절차에 참여했으며 합의된 조정조항을 볼 때 B는 자신의 이해득실을 충분히 고려한 후 내린 이성적 판단의 결과로 조정에 응했다고 볼 여지가 크고 단순히 A의 언행만을 믿고 선뜻 조정에 응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A에게 소송사기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음.

5. 결어

대법원은 민사소송의 조정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아파트 시행 사업 양도대금의 지급시기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소송사기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 과정에서 당사자 모두 서로에게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소 간의 과장, 또는 명확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바로 형사책임을 묻게 하는 것은 기망행위의 성립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소송사기 법리를 감안해 볼 때 위 판결은 전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미지급 공사대금 청구를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그 지급시기 등을 조율하기 위한 조정제도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지급자력, 지급가능 시기 등에 대해서 쌍방 모두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소송절차의 낭비, 소송사기외 죄책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하겠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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