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건설, 무엇부터 해야 하나?
스마트건설, 무엇부터 해야 하나?
  •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4.03.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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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의 정체된 생산성 및 발전가능성 되살릴 기회
업무체계 및 프로세스에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노력해야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의상디자이너가 디자인하는 옷은 완벽한 몸매의 모델이 착용했을 때에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완벽한 옷을 몸매관리가 되지 않은 일반인이 입었을 때에는 디자이너가 의도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인도 식단관리와 운동을 통해서 좋은 몸매를 만들면 모델에 맞추어진 멋진 옷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건설의 각종 기술과 시스템은 완벽한 기능을 수행하는 좋은 옷이지만, 그 옷을 입어야 하는 건설기업들은 대부분 몸매관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때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나 PI(Process Innovation)를 통해서 기업의 업무프로세스와 체계를 최적화하고 스마트기술을 도입하고자 한 적이 있다. 완벽한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로 몸매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최근 스마트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힘을 모아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드론, 로봇, 가상현실 등과 같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들이 새로운 미래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건설산업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노력으로서 이 기술들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에 나선 것이다. 스마트건설은 정체된 건설산업의 생산성과 발전가능성을 되살릴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의상디자이너가 혁신적인 개념의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 옷을 입을 모델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드론으로 측정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의 기술은 기존의 업무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의 실무자들은 이 새로운 기술들이 불편하다. 새로운 업무가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고 부담만 증가한다. 설상가상으로 디지털 트윈과 같은 기술은 기존의 업무체계를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시스템과 인프라 위에서 일을 하게 한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엑셀과 내 손에 맞는 데이터체계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기술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의 실무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저항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는 BPR이나 PI와 같이 기존 프로세스와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스마트건설기술이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업무수행방식에 맞추어서 스마트건설기술을 점진적으로 도입할 것인가이다. 
전자는 뼈를 깎는 각오로 다이어트를 통해 모델과 같은 몸매를 만드는 것이고, 후자는 뚱뚱한 내 몸에 맞는 옷을 맞춰서 입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디지털 트윈을 보면 전자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성공여부를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 전자의 방식은 기존 업무방식을 바꾸기 때문에 사용하던 데이터체계나 서류양식들도 달라지고, 무엇보다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사고방식과 태도의 변화가 있는지 여부를 겉으로 판단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에 여러 건설기업들이 PI를 통해 혁신을 추구한 바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업무체계나 사고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았다. 

어떤 기업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에 있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있었지만, 직원들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덜 진보적이긴 하지만 사용성이 높은 방식으로 시스템을 도입한 적이 있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공정관리교육 등을 통해서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업무체계를 바닥에서부터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 사례가 있었다.

스마트건설을 도입함에 있어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모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드론을 통한 측량기술을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해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새롭게 디자인된 옷을 한쪽 팔만 끼워본 것에 불과하다. 다른 쪽 팔을 넣으려고 했을 때 뚱뚱한 몸 때문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의 전체 현장에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될 때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전체 업무체계와 프로세스에 녹아들어가서 새로운 기술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가 될 때에 비로소 스마트건설이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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