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중소업체 존립 위협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중소업체 존립 위협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4.01.3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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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50인(억원) 미만 사업장서도 법 적용돼
“추가 유예 필요” VS “개악 결사 반대” 등 반응 엇갈려
지난 25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공동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 추진단’의 1차 회의를 개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4월 말까지 산업안전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또는 50억원 미만의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각계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현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을 저지하기 위해 혈안이며, 국회 회기인 2월 1일까지 법 개정이 다시 가능하다는 억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여전히 하루에도 6~7명의 노동자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중대재해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재해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도록 하는 법의 현장 적용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설업체들과 학계는 대체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중소 건설업체들이 인력·예산 등의 문제로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건설업체 중 99%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업체들의 책임자들이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는 각 기업의 존립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까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건설정책연구원과 전문건설협회가 지난해 11월 전문건설업체 781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업체의 96.8%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안전관리 체계 또는 인력·예산 등을 편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을 꼽았으며 ▷비용 부담(24.4%) ▷전문인력 부족(8.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건단련 측은 “법의 적용이 2년 더 유예된다면 충분한 준비를 통해 현장에서의 중대재해 예방 역량을 높일 것을 약속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25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공동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 처분과 법원 판결 분석’을 발표, 검찰과 법원 등 사법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의 명확한 의미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혼란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광배 건정연 연구위원은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경과했음에도 중대재해 감소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이나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건설산업에서 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지난 2020년 2만6,799명에서 2022년 3만1,245명으로 오히려 늘어났으며, 특히 사망자의 경우 2022년에는 전년 대비 5.7% 감소했으나 법 적용 대상이었던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오히려 3.2%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연구위원은 “처벌과 규제 위주의 법령을 통해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법의 방향성을 바꾸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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