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판례>분양 계약 대리인의 권한남용
<건설판례>분양 계약 대리인의 권한남용
  • 승인 2005.04.11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인의 뜻과 대치되는 대리인의 행위는 명백한 대리권의 남용
들어가며

대리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제도이지만 현대사회의 복잡, 다양한 거래관계에서 법률행위의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을 극복해 준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리제도는 대리인이 그 권한을 남용하거나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해 본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제3자의 이익과 본인의 이익 중 어느 쪽을 더 보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사안에서도 아파트 분양위임계약과 관련해 대리인의 권한을 넘는 행위가 문제되고 있다.


사실관계

건설회사인 피고는 A와 ①A가 피고의 명판, 법인인감, 분양계약서 등을 소지하면서 분양을 원하는 고객과 피고 명의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납부받아 피고의 은행계좌에 입금한다. ②분양현황을 매일 피고에게 보고한다. ③피고는 A에게 분양수수료를 지급한다. 는 조건으로 아파트 분양위임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는 B로부터 아파트를 외상으로 분양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B에게 이 사건 아파트 63세대를 외상으로 분양해 주면서 수분양자란과 동, 호수란이 백지로 되어 있는 피고 명의의 분양계약서와 분양대금 완납영수증 각 63매에 피고의 법인 인감을 날인해 교부했다. 그 후 B는 원고에게 위와 같이 외상으로 분양받은 아파트 중 6세대를 원고 소유의 부동산과 교환하기로 약정하고 A의 직원으로부터 아파트 6세대가 B에게 정당하게 분양된 것이라는 확인을 받고, 수분양자 명의를 원고로 미리 보충한 분양계약서에 아파트의 동과 호수까지 지정받아 원고에게 직접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위 아파트 6세대는 그후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전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피고로부터 아파트 분양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고 있던 A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해 B가 적법하게 분양을 받아 그 대금을 전액 지불했음을 확인해 주고 아파트의 동과 호수까지 지정해 주면서 원고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기로 약속한 행위는 피고의 위임을 받은 대리권 범위 내의 행위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판결과 판단을 달리해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는데, 그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임의대리인은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없고, 아파트 분양업무는 그 성질상 분양위임을 받은 수임인의 능력에 따라 그 분양사업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사무로, 본인의 명시적인 승낙 없이는 복대리인의 선임이 허용되지 않는다.

나. 아파트 분양위임계약에 의해 분양자로부터 부여받은 대리권의 범위가 (1)아파트의 분양을 위한 광고 등 홍보 업무와, (2)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분양자와 사이에 분양자 명의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며, (3)수분양자로부터 받은 계약금ㆍ중도금ㆍ잔금 등을 분양자의 은행계좌에 입금하고 그 영수증을 분양자에 팩스로 부쳐주며, (4)분양현황을 매일 보고하는 것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수임인이 제3자와 통모해 그에게 아파트 63세대를 외상으로 분양하면서 그 분양대금이 완납된 것처럼 분양계약서와 영수증 등을 교부해 준 경우, 이러한 수임인의 행위는 분양자의 위임 취지에 반하는 배임행위에 해당된다. 또한 제3자는 그에 적극 가담한 공범임이 명백해 그 두 사람 사이의 아파트 외상분양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평 석

대법원은 ‘임의대리인은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없고, 특히 아파트 분양업무는 분양위임을 받은 수임인의 능력에 따라 분양사업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므로 본인의 명시적인 승낙이 없으면 복대리인의 선임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또한 ‘대리권의 범위는 수권행위의 해석에 의해 정해지는데, 피고가 A에게 수여한 대리권의 범위는 분양을 위한 광고, 분양계약체결 및 계약서 작성, 분양대금의 입금, 분양현황의 보고 등에 한정되므로 사건과 같이 A가 아파트를 외상으로 분양할 수 있는 대리권까지 수여했다고 볼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대리권의 범위와 그 한계를 명확히 하고 있는 타당한 판단이라 하겠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분양시 분양의 편의를 위해 분양위임계약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때에 대리권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수임인이 대리권을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 판례는 아파트 분양위임계약에 의한 대리권의 범위를 확정해 분쟁해결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현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 대표/건설교통부 법률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