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답은 바깥에 있다
[조경칼럼] 답은 바깥에 있다
  • 성종상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승인 2023.12.2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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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및 정원 통해 아날로그식 감수성 간직해야
성종상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성종상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아파트는 대표적인 공동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파트를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같은 건물에 살면서 거의 매일 승강기와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거기까지만이다. 
익명성 속 편리함에 익숙해진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괜히’ 다른 이를 만나고 말을 나누는 것은 성가신 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인 듯하다. 그러니 아파트 바깥 공간들은 일부 유아나 노인 말고는 특별히 찾는 이가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런 모습은 대학 캠퍼스에서도 유사하게 재현된다. 대학 구성원들의 생활동선을 캠퍼스 공간에 맵핑한 연구에 의하면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연구실과 강의실, 그리고 식당 등만 반복적으로 오갈 뿐 그 외 곳곳에 만들어둔 다른 외부 공간들은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나마 외부 공간들은 건물 신축으로 대폭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니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학교를 다녀도 공동체로서 만남과 소통의 경험을 공유하기는 꽤 어렵다. 그 배경과 주요 원인중 하나는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IT기술의 확산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실생활 공간 속에서의 만남과 소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 필요한 일, 세상 돌아가는 일은 핸드폰 하나로도 쉽게 해결하게 되니 신경 써 가며 다른 이를 만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제왕이다. 어떤 철학자는 바이러스에 전염된 엔데믹(endemic)에 비유하면서, ‘데이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포데믹(Infodemic)’의 등장을 경고한다. 그런 와중에 우리의 가상 공간 속 만남은 활발하나 실제 대면 만남과 소통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근래 들어 급증하고 있는 자연 혹은 녹색 환경과 건강간의 상관성 연구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접촉을 통한 만남(informal interaction)’의 중요성이다. 일상 속에서 의도치 않게 일어나는 만남이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옛 마을의 마을숲과 정자목은 마을 출신 사람들에게 집단적 추억이 공유되고 고향을 상징하는 대표적 랜드마크가 되고, 나그네에게는 기억 속의 한 장소로 남게 된다.

지금 우리는 집단적 기억도 개인적 추억도 만들기 어려운, 삭막한 사막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아파트 앞에 멋진 정자목도 있고 잘 가꾸어진 숲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남과 소통은 예전 같지가 않다. 핸드폰에 익숙해진 사이 대면 접촉과 만남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이 지면에서 그 해답을 다 찾기는 어렵겠지만 조경가로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깥 공간의 재발견이다. 바깥은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이다. 그 곳에서 우리는 햇빛, 바람, 공기, 물, 나무, 꽃, 새 등을 만날 수 있고 다른 이들과도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정원을 경이로움과 신비를 만나는 곳이라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요는 어떻게 하면 그곳에 나오고 서로 만나게 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스마트폰으로 충족시키지 못할 따뜻한 감성과 아날로그적 감수성,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감을 바깥에서 채우게 할 과제가 조경가들 앞에 놓여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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