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맞춤형 컨설팅 등 투자비, 공사 기간 지연 등 보급 장벽 해소
서울시가 오는 2030년까지 지열 에너지를 1GW 수준까지 확대 보급, '지열에너지 도시 서울'을 만든다는 내용의 '서울시 지열 보급 활성화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을 21일 발표했다.
지열 냉·난방은 지하의 온도를 평균 15℃ 내외로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지열을 건물의 냉·난방에 활용, 날씨에 무관하게 건물 내의 온도를 사계절 내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온실가스 발생 비중이 높은 건물 열 공급 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주요 선진국들도 도심 건물의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내년부터 신규택지개발지역, 영국은 2025년부터 모든 신축건물, 미국 뉴욕州 또한 2026년부터 7층 이하 신축건물에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현재 연면적 50㎡ 이상 신축건물에 재생열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RHO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펀드를 통해 지난해 재생열 프로젝트에 3억 5천만 유로를 지원하는 등 재생 열에너지 보급 확대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 또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건물 분야가 차지하고 있으며, 건물 에너지의 56%를 냉·난방에 사용하고 있는 만큼 화석 연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지난 6월 기준 태양광이 392MW로 전체 37.3%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열, 연료전지, 수열 등이 각각 278MW, 195MW, 82MW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서울시의 종합계획은 ▷공공부문 선도적 역할 ▷민간부문 확산 유도 ▷보급활성화 기반 확충 등 3개 과제를 중심으로 ▷지열 랜드마크 건설 ▷5대 권역별 지열 선도거점 구축 ▷공공부문 지열 의무화 도입 ▷지열을 활용한 약자 동행 ▷서울형 지열 인센티브(혜택) 신설 ▷제도개선을 통한 보급기반 확충 ▷기술 개발 지원 및 표준 매뉴얼 제작 ▷지열 전문 시공단 컨설팅(자문) 등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 공공부문 : 가락시장·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 지열 랜드마크 조성
먼저 가락시장에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최대규모인 23MW의 지열 설비를 도입, 건물 냉·난방의 90% 이상을 지열로 공급하는 한편 ▷용산국제업무지구(도심권) ▷서울아레나(동북권) ▷가락시장 현대화(동남권) ▷서울혁신파크(서북권) ▷공공형 지식산업센터 복합개발사업(서남권) 등 시내 5대 권역에 대규모 지열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가락시장에는 2027년까지 지열 홍보관을 건립해 지열 냉·난방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 우수사례 등을 소개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지열에너지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공공부문에 지열 보급을 선도하고자 면적 1천㎡ 이상 신·증축, 개축 공공시설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비율(올해 기준 32%) 중 50% 이상을 지열로 우선 적용하고, 건축 기획단계부터 지열 설비를 시공할 수 있도록 사전 검토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등 냉·난방 수요가 많은 기축 시설,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고덕강일지구에 공급하는 청년주택, 공공 의료시설 등에 지열 설비를 도입, 약자와의 동행에도 나선다.
■ 민간부문 : 제도개선, 인센티브(혜택) 등 보급 진입장벽 낮춘다
초기 투자비 등 민간의 비용부담을 줄이는 서울형 지열 인센티브(혜택) 제도를 신설, 내년부터 시범운영하고 2025년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제도는 민간 건축물에 지열 냉․난방 설비 설치 시 초기 투자 비용의 일부를 서울시가 지원하고, 소규모 지열 설비는 지열 생산량에 비례해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지열을 포함한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원을 균형 있게 보급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심의기준, 녹색건축물 설계기준 등을 개정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한다.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제로에너지건물(ZEB) 보정계수의 현실화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지속 건의할 계획이다.
■ 보급활성화 : 기술개발, 컨설팅(자문) 지원 등 실시
내년부터 지열 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과제 공모를 실시, 매년 3~5건을 선정하고 예산을 지원해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선다.
R&D 주요 과제는 냉매와 토양 간 효율적 열교환을 위한 소재 사용 등 공법개발, 지중과 열교환을 위한 친환경 냉매 사용, 히트펌프 효율 개선 등이 있다.
또한 내년부터 공공부문 지열 공사에 전문 시공단을 운영해 천공, 기계설비, 자동제어설비 등 복합공정으로 난이도가 높은 지열 공사의 품질을 확보하고, 공사계획부터 운영단계까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자문) 그룹을 구성해 설치·운영상 애로사항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포항 지진 이후 지열에 대해 생긴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아이디어 공모전, 우수사례 발굴, 민간분야와 협업 강화 등 대시민 홍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번 종합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지열 1GW를 보급하면 온실가스 51만 8천톤을 감축, 전기차 32만 3,839대 보급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지열은 사계절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친환경에너지로 화석연료 대비 에너지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지열을 중심으로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