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이 플랜트 시설물의 지진, 화재, 폭발, 유독물질 확산 등 대표적인 재해 발생 시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통합위험관리시스템(이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 대형 플랜트의 경우 이로 인해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와 유해 물질 누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플랜트는 일반적으로 공정을 처리하는 설비와 구조물이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으며, 기존에는 플랜트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서 외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화재와 폭발 각각에 대해 독립적으로 위험도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지진의 경우 개별 건축 구조물에 대해 독립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플랜트 위험도 평가 방법이 한정돼 있으며, 공정에 기반한 구조물 및 설비 간의 상관성을 고려하지 못하며, 전체 시스템에 대한 평가를 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이에 조정래 박사를 팀장으로 한 건설연 구조연구본부 연구팀이 플랜트 시설물의 재난 안전성 평가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한방유비스(주), 건국대,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등 16개 기관과 함께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시설물 안전 기반 플랜트 통합위험관리 패키지 기술개발(2021~2025)'을 통해 개발됐다.
이번 시스템은 베이지안 네트워크와 AI 기법 등 확률론을 이용한 알고리즘을 통해 화재, 폭발, 지진이라는 세 가지 재난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베이지안 네트워크는 여러 재해 영향 인자 간의 관계를 확률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산사태, 눈사태,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알람 및 복구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자주 사용된다. 이를 통해 플랜트 전체 시스템 및 하위 시스템의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확산 평가는 AI 기법을 기반으로 국내 지역 특성을 반영한 화학물질 확산 피해 모델을 구축하고 시스템에 탑재, 누출 사고 발생 시 플랜트 외부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확산 위험도를 빠르게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진을 포함한 화재, 폭발, 확산 사고 등 플랜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재해에 대해 설비와 공정 간의 상관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도를 산정할 수 있으며, 평상시의 위험도와 지진 발생으로 인한 운영정지 상태의 위험도를 비교하여 위험도 변화를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게 건설연의 설명이다.
특히 사고 발생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각 설비들의 위험도를 평가해 수치화하고 시각화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수치화된 위험도는 대소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 재해 대응 및 보수·보강 수립과 같은 의사결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시스템은 사고 발생 지점을 중심으로 화학물질 종류, 누출량, 대기조건 등의 변수를 고려, 불쾌감 및 자극을 느끼는 'PAC-1', 심각한 건강 손상이 발생하는 'PAC-2', 생명의 위협 또는 사망할 수 있는 'PAC-3' 등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도출된 위험도는 지도상에서 영역을 구분해 시각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
김병석 건설연 원장은 "도심지 내 플랜트 설비 및 시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안전한 시설물의 유지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기술을 통해 플랜트산업 전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안전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