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
공사현장에서 시공업체와 하수급인 사이에 공사대금 지급과 관련한 문제는 빈번히 발생한다. 이 때 하수급인은 항의 차원으로 공사 현장의 벽면 등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유치권 행사” 등을 적기도 하는데 이러한 행위가 형사상 손괴의 죄책을 지는지 문제된다.
2. 판례의 입장(서울북부지방법원 2022고정994판결)
가. 사실관계
① A는 건축주인 피해자로부터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받았고, 그 중 경량공사를 개인사업자인 피고인에게 하도급했다.
② 피고인은 기둥과 지붕, 주벽 등이 완성된 상태에서 하도급 받은 경량공사, 즉 석고보드를 완성된 벽과 천장에 부착했다.
③ 피고인은 A로부터 받을 총 공사대금 중 미지급분이 있다는 이유로 유치권을 행사한다면서 건축주(피해자) 소유인 건물 벽과 천장에 설치된 석고보드에 붉은색과 검은색 스프레이로 “유치권 행사”라는 글을 적었다.
④ A는 피고인이 하도급받은 경량공사에 대해 기지급받은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분량만을 시공했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는 자신의 건물이 훼손됐다며 피고인을 손괴죄로 고소했다.
나. 피고인 주장 요지
피고인은 A로부터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중 경량공사를 하도급받아 이 사건 도서관 벽과 천장에 석고보드를 부착하긴 했으나 검수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를 인도하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 석고보드는 여전히 피고인의 소유여서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 석고보드는 신축된 이 사건 건물 벽과 천장 등에 견고하게 부착됨으로써 위 건물과 별개로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별개의 소유권 객체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없어 위 건물에 부합돼 피해자의 소유가 됐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과 A사이의 공사대금 분쟁은 그들 사이에 정산을 거쳐야 할 민사적인 사안에 불과하다.
3. 결론
법원은 “석고판은 건물에 부착돼 건축주의 소유”임을 전제로, 피고인의 행위는 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원의 형을 선고했다. 기존에 공사비 미지급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하수급인은 공사 현장을 점거하는 등으로 유형력을 행사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례를 기회로 추후 위와 같은 행위는 형사상 죄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건설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