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근 부동산 정책, 과연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가?
<기고> 최근 부동산 정책, 과연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가?
  • 승인 2005.04.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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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투자계획 & 투기근절 부동산정책 ‘물과 기름'
한정희 책임연구원 (한국토지공사)


3월22일 한국은행은 2004년도 실질경제성장률에 대한 잠정치를 내놓았는데, 정부가 애당초 공언한 5%대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고 4%대에서 성장률이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2004년 4/4분기 성장이 3.3%에 그쳐 민간소비부문을 강타한 경기침체가 통계적으로 확인되었다. 실업률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4%대를 기록해 불황의 여파가 심각함을 드러냈다.

경제학자들은 ‘경기 사이클의 순환에 의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장기적 성장잠재율의 하락이 한국경제의 근본적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인한 소득정체와 실업의 증가는 단기적으로도 국민경제에 커다란 고통을 주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새로 짜여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은 내수부양과 경기활성화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경기침체의 대부분은 지난 6분기 동안 하락세를 보인 국내소비수요와 투자수요의 부진에서 발생했는데, 내수와 투자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 건설시장과 부동산시장이다.

과거에 실물경기에 후행하던 부동산경기가 이제 실물경기와 거의 동행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축된 건설투자와 부동산경기가 기지개를 펴지 않고서는 경기침체의 극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내수진작의 효과가 큰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재정정책(일명 종합투자계획)을 입안하였고 상반기에 많은 부분을 조기 집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건설수주가 늘어난다 해도 그 효과가 민간에 광범위하게 파급되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의 활성화가 필요불가결하다.

그러나 정부의 종합투자계획과 부동산투기 근절을 이유로 추진하는 부동산정책이 서로 정책적 정합성이 있는지의 문제가 대두된다.

가장 최근에 나온 2·17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정부정책이 부동산 시장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따라가기에 급급한 이제까지의 정부-시장관계를 답습했고, 그 결과 부동산시장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빠져 있다가 최근 지역 및 단지별로 국지적인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만일 이러한 상승세가 본격화된다면 정책당국은 또 다른 투기억제대책을 내놓을 것이고, 실제 최근 서울 서초구는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이는 현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부동산투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잡겠다’는 정책기조로 볼 때 예상 밖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정부는 ‘부동산 조기경보시스템’을 마련해 초동 단계에서 투기조짐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한다.

부동산투기에 관한 국정운영기조의 일환으로 3월 초 재정경제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2005년 중점 추진 과제 중 『부동산 시장 안정기조의 확고한 정착』을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집값안정을 최우선목표로 부동산투기에 강력히 대처한다는 대명제가 선언된 뒤 ‘보유세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 투기적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고 ‘稅부담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課稅용 人別 합산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어서 ‘부동사 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 표명되고 있다. 따라서 상반기 중 부동산 안정기조를 확고하게 정착시키는 한편 시장 친화적 임대주택 공급·운영체제를 확립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주 내용으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3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부동산실거래가 신고제 역시 2006년1월 시행이 예고되고 있다.

이것이 부동산시장에 의미하는 바는 실질적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의 상승이다.

금년 들어 취득세율과 등록세율이 다소 인하되었으나 공시지가가 시세의 90% 수준까지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을 비롯해 부동산실거래가를 과세표준으로 하는 정책이 실행되면 취득세·등록세·재산세·양도세 등 모든 부동산관련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렇듯 거래세와 보유세가 모두 증가하면 민간의 가처분소득이 그만큼 줄게 돼 소득에 비례하는 소비수요가 증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비록 연간 재산세 증가 상한선이 50%로 정해지고 실거래가 신고가 내년부터라 하더라도 앞으로 가처분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영향은 지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납세통지서가 각 가정에 도착하는 날부터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기조를 통한 민간소비 회복을 구현하여 4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당국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부동산정책과 경기부양정책은 손과 발이 따로 노는 엇박자 정책의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부동산 거래의 선진화와 투명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반적인 부동산경기와 실수요자를 위축시킨다면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더 큰 고통과 문제점을 외면할 수 있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은 경제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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