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변신
건설산업의 변신
  •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3.10.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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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발전의 최종 단계는 밸류체인 밖 新영역 개척
본연의 목적성에 맞는 새 연계사업 발굴 노력 필요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어떤 강연에서 들은 바로는 스타벅스가 카페로 위장한 은행이자 핀테크기업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초기에는 카페로 시작해서 초단기 부동산임대업으로, 그리고 종국에는 핀테크기업으로까지 발전했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지만 찬찬히 들어보면 이해가 되는 말이다. 스타벅스는 언젠가부터 선불충전금이나 기프트카드 사전판매를 통해 적립금을 쌓아두고 사후에 사이렌오더 등으로 커피를 주문할 때에 이를 사용하는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에 적립된 충전잔액이 1,800억원을 넘어서고 미국에서는 1조4천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핀테크기업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회사이지만, 최근에는 서비스기업이라는 말을 듣는다.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하는 차량공유서비스나, 물류/유통을 포함하는 트랜스포트 서비스, 전기충전소를 이용한 자동차 빅데이터 서비스 등이 테슬라의 확장된 서비스 영역이다. 
애플사는 스마트폰 제조회사이지만 플랫폼회사로서 서비스영역을 확대한지 오래되었다. 스마트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아이폰은 그 자체로는 단순한 하드웨어 폰이지만, 앱스토어와 결합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광대한 시장을 열어주었다. 2022년 애플사의 전체 매출 중 앱스토어에서 발생한 매출만 1.1조달러(한화 약1,5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 규모가 매년 약 29%의 성장률로 자라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보통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에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 분야의 발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에 의해서 촉발되기는 했지만, 이것이 공장생산이 가능한 동력원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의미에 국한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산업혁명은 봉건영주가 쇠퇴하고 자본가그룹이 사회의 주역이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이다.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단지 새로운 동력원에 불과한 것이다. 실질적인 산업혁명으로서의 본질은 주력산업의 주체가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데에 있다.

제조업이나 건설업은 전형적인 파이프라인산업이다. 건설산업도 고부가치영역에 대한 발굴을 위해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의 산업분야로의 확장을 논의한지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파이프라인산업 내에서의 탐색에 불과하다.
 스타벅스나 테슬라, 애플은 파이프라인의 밸류체인 밖에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함으로써 제조업이라는 정체성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것이다.

기업이 발전하는 단계(business transformation)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보통은 기업 내의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는 과정이 여러 단계로 나뉜다.
그러나 그 최종단계는 기업 내의 문제나 기존 사업영역이 아니라 외적인 네트워크의 새로운 설계와 밸류체인을 벗어난 새로운 사업영역을 정의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건설산업을 들여다보면 아직 내부적인 프로세스조차 최적화되거나 디지털화되지 못하고 있어, 이런 이야기들은 뜬 구름잡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전산시스템의 이용이나 데이터의 축적조차 쉽지 않고, 조직적 대응보다는 현장실무자의 대응역량에 따라서 결과가 좌우되기 마련이다. 
산업의 데이터 표준화는 고사하고 한 기업 내의 표준화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만 두고 보면 건설산업의 앞길이 어두워 보이지만, 이것은 생산성 혁신 관점에서의 문제다.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할 때에는 이 문제를 회피할 수도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다른 한편 최근의 건설산업은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 안전에 대한 이슈는 과거와 달리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사회적 이슈로 전면에 등장한다. 고령화와 건설기피현상으로 외국인 기능인력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정세가 요동치면서 해외시장 불안요소와 원자재 가격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사업 위축으로 국내건설시장이 감소하고 있다. 국내 건설제도의 경직성으로 건설기업들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여건이지만, 본질적인 개혁은 요원해 보인다.

원래 건설산업이 그래왔다는 말은 입에 붙어있지만, 점점 건설산업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확장이라는 고루한 워딩으로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게 알고 기존 사업영역을 활용하되 밸류체인 밖의 연계사업을 발굴해야 할 때이다. 그것은 건설산업의 정체성을 잃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 건설업에 몸담아 온 우리 건설인들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두렵다면 지금의 레드오션에서 붉은 피를 보는 전쟁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을 제공하는 건설산업 본연의 목적성에 기초해서 그 정의를 새롭게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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