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었던 가드닝
[논단]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었던 가드닝
  • 김태경 한국조경학회장
  • 승인 2023.09.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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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교육현장 바꾸고 기후변화 대응하는 실천 필요
교육과정에 가드닝 포함해 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해야
김태경 한국조경학회장.
김태경 한국조경학회장.

올해는 때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와 극한이라는 계급장을 달고 등장한 호우로 꽤나 길게 느껴졌던 여름이었다. 10여 년 전에 홍천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전공실천(험)으로 매년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쏠쏠한 성취감을 느꼈던 정원만들기가 올해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긴 장마와 더위가 막아선 것도 컸지만 내년에 있을 월드스킬 프랑스 리옹 대회(조경가드닝 분야) 준비를 위해 약 2주 정도로 다녀온 유럽 출장 그리고 정부기관과 수행중인 정원 아카이빙 자료 수집을 위해 1주 동안의 일본 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고 보니 모두 정원과 관련된 일이다. 
두 번의 출장을 정리할 틈도 없이 이번 달 중순에는 한국조경학회가 주최한 2개 대회의 시상식을 주관했다. 매년 전국에 시공된 조경현장을 대상으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포함한 5개 부처 장관상을 시상하는 대한민국 조경대상과 전국의 젊은 조경가와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한 주제를 설계로 완성하는 환경조경대전이 그것이다.

올해의 환경조경대전 주제는 ‘nature’로 자연과 더불어 ‘본질’이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어 다소 철학적인 측면도 포함하고 있었지만 젊은이들의 쾌활한 순발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조경대상은 땅을 다루는 조경이 하나의 문화적 행위로서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며 행복한 삶의 기반임을 널리 알리는 행사로 이것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경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나아가 국민과 함께하는 조경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의 대통령상 수상작은 "지나치게 장식적인 디자인 경향을 보여 온 기존 아파트 조경과는 달리 입주민 커뮤니티의 공동체 형성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자 했다"는 점, 그리고 수상권의 작품들도 공공성과 일상성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2개의 수상작은 상의 종류와 등급에 상관없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옥외공간임은 추가의 설명이 필요 없다.

조경가드닝 월드스킬을 위한 정보수집 목적의 출장은 조경의 태생과 관련이 있으니 이 또한 나의 업역 내의 일이었지만 대학교육과 기능대회의 간극을 생각해보면 출발할 당시만 해도 다소 관찰자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스위스(SWISS SKILLS)를 방문하면서 균열이 생기더니 프랑스 파리 시립 조경정원숙련기술센터(ECOLE DE BREUIL) 교장선생님과의 미팅 이후 산산조각 났다. 
프랑스는 가드닝의 역사가 깊어 어느 정도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도시정책과 시민들의 생활 그리고 교육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었다. 베르사유 궁의 앞뜰은 그들의 선조가 만들어 놓은 세계적 유산이지만 그것이 현대를 살고 있는 후손들의 생활 속에 친근하게 들어 앉아 있을 줄이야! 
그리고 그것을 만들었던 정원사 르 노뜨르의 전문성이 지금까지 학생들과 시민들의 혈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박물관내 유리관 속의 역사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 속에서 DNA처럼 자라고 있는 역사임을 확인하면서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비록 역사적 깊이는 깊지 않지만 240개의 학생교육 시스템에 가드닝을 포함시킴으로써 취업과 진학이라는 2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는 스위스를 보면서 30여년 가까이 교육현장에 있어 온 사람으로서 자못 숙연해지기 까지 했다. 
100억원대 연봉의 ‘일타강사’라는 기형적인 직업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누구하나 처방전을 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이기에 답답함을 넘어 무기력증까지 엄습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잠깐 생각을 돌려보자. 지역 내에서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을 몇 년째 하면서 늘 마음 한구석을 개운치 않게 하는 점이 있다. ‘빈곤종식’, ‘기아해결’ 등 유엔이 설정하고 있는 17개의 목표(SDGs)들이 던져주는 일반 시민과의 괴리감이 주범이다. 
실제의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 17개의 목표는 대부분 시민들의 생활보다 훨씬 높은 자리에 있는 국가 혹은 세계의 정책이라는 느낌이다. 그들만의 리그 같기에 나의 삶에 담아야 할 의무감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직업과 교육 그리고 현실적 정책으로써의 ‘가드닝 스킬’, 주민들의 공동체를 생각하는 조경문화로써의 ‘대한민국 조경대상’, 자연의 본질을 시대정신으로 생각했던 ‘환경조경대전’은 환경변화 시대를 마주하는 우리에게 실천 가능한 탄소중립과 회복탄력성을 갖는 생활공간 그리고 시민과 나 스스로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건강과 복지, 양질의 교육, 깨끗한 물과 위생, 좋은 일자리와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 대응, 육상생태계, 글로벌 파트너십 등, 이 순간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17개의 목표 가운데 몇 개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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