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곧 혁신… 국내 건설산업의 안전관리 실태 돌아볼 때
기본이 곧 혁신… 국내 건설산업의 안전관리 실태 돌아볼 때
  • 황순호
  • 승인 2023.08.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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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 포럼, 29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 개최
민간 주도의 '한국건설선진화위원회(가칭)' 구축 등 제언
지난 2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E&E 포럼의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건설신문
지난 2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E&E 포럼의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건설신문

E&E 포럼이 지난 29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아이리스홀에서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E&E 포럼은 한국건설기술인협회(협회장 윤영구), 대한건축사협회(협회장 석정훈),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협회장 송명기), 한국엔지니어링협회(협회장 이해경) 등 국내 건설 및 엔지니어링 관련 협회들이 모여 결성한 포럼이다.
참석자들은 최근 빈발하고 있는 건설현장 내 붕괴사고 및 부실시공 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 겸 E&E 포럼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빈발하고 있는 건설현장 내 사건사고로 인해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사고들은 첨단 공법 및 기술력 등의 부족이 아닌 우리가 직접 '안전'을 제대로 점검하고 관리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건설기술인들이 현장에서 각자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재 낙후돼 있는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번 좌담회가 현재 건설산업에 만연해 있는 문제점들과 앞으로의 건설혁신의 단초를 발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먼저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가 '최근 부실공사 사례와 한국건설에 대한 긴급 진단(한국건설에 대한 포괄적 진단)'을 주제로 발표를 실시했다.
대한민국의 건설현장 만인사망률은 지난 2017년 기준 1.66으로, 이는 같은 해 기록한 영국의 0.16, 일본의 0.19보다 약 8~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여기에 ▷실종된 공학기술 ▷보이지 않는 시스템 ▷사고 발생시 부실한 조사로 인한 원인규명 실패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 부재 등의 문제점과 더불어 건설현장 내 만연한 부정·부패·부실 등 '3부'는 국민들이 희망하는 최고·최신·최첨단의 '3최'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 등으로 인한 건설기술인의 고령화와 글로벌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역량 수준, 타 산업 대비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낡은 법 체계 등으로 인해 세계 주요 선진국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복남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이 교수는 ▷기본으로 돌아가자 ▷건설의 가치를 복원시키자 ▷건설을 건설답게 만들자 ▷직업 윤리를 복원시키자 등 4대 슬로건을 바탕으로 파괴적인 혁신을 촉구, 민간이 주도하는 '한국건설선진화위원회(가칭)'의 구축 및 건설현장 내 작업실명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한 ▷국가차원의 건설비전 및 목표, 전략 수립을 민간이 주도 ▷민간의 제안을 정부와 협의해 국가 건설산업의 공식 비전 및 목표로 설정 ▷25~30년 후 미래의 국내 건설산업의 청사진 설계 ▷건설 이슈를 국가 및 산업 전체 차원으로 유도 등의 중장기 구상안을 마련할 것을 덧붙였다.

지난 2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E&E 포럼의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한승헌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한국건설신문
지난 2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E&E 포럼의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한승헌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한국건설신문

이어 한승헌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선미 한국여성건설인협회 부회장 ▷김영암 대흥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부사장 ▷김형석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부회장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 ▷송수진 한미글로벌건축사사무소 이사 ▷유정호 광운대 교수 ▷진경호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토론을 실시, 국내 건설산업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김선미 부회장은 과거 작업실명제가 현장에서 공무·공사·관리 등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구분해 전문성을 강조했으나 현재는 그 구분이 모호해진 상태이며, 현장에서 신기술의 적용을 주저함에 따라 국내 건설기술의 발전 또한 더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적기공기 수행'을 명목으로 그저 계약조건이나 금액 위주로 짜여진 공기를 준수하는 데에만 급급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또다른 병폐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실효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영암 부사장은 건설현장의 디지털화 및 현장에서의 서류작업 최소화 등을 통해 기본에 충실하고 보다 견실한 건설사업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설계·시공·감리 등 각 분야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구분해 각자가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부실시공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장에 만연한 입찰비리로 인해 '전관예우' 등의 폐해가 잇따르는 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의 재정비 및 기술력 평가 위주의 입·낙찰 제도 개편, 청년 기술인력 유입을 유도하도록 정부가 PQ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석 부회장은 발주단계에서부터 발주자가 도급사를 '갑-을' 관계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기술력 중심의 업체 선정을 통해 발주의 공정성과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과도한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해 구조계산이 점차 부실해지고 있음을 지적, 적정대가 확보 및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기준 충족을 위한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수진 이사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및 전국의 아파트 철근 누락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건설산업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음을 지적하며, 국민안전 확보 및 유사사고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록 국토부 및 LH가 사태를 해결하고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나치게 많은 언론 노출과 부실한 사고 대응 및 감리 등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정확한 통계 및 데이터 등을 확보해 정확한 원인과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설계자가 건설공사 현장에서 배제되는 등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계자 역시 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국·일본처럼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at Risk 또는 CM@R) 제도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정호 교수는 "최근 빈발하는 붕괴사고들의 가장 큰 원인은 '붕괴사고'이며, 이는 부실감리·시공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건축물을 시공하기까지는 5~6단계에 걸친 점검이 필요한데, 감리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게 주 원인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유 교수는 "기술력이 아닌 저가 수주 위주의 사업자 선정이야말로 국내 건설산업의 저생산성을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라며 "'전관예우' 등의 특혜를 근절하고 4차 산업혁명·스마트 건설기술·청년 건설기술인 양성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진경호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건설산업에서는 비용과 품질·시간·대가 문제·신기술·건설관행 및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순점 등을 겪고 있는데, 이는 관련 제도가 취지 및 실상에 맞게 운영돼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불러온 문제"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특히 건설산업의 경우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적용할 프로센스가 미비해 이를 현장에 제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스마트 건설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가이드·절차서·시방서 등을 정리하는 등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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