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도시를 비우고 흙, 물, 태양, 바람으로 채워야
[조경칼럼] 도시를 비우고 흙, 물, 태양, 바람으로 채워야
  •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23.08.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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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생산과 소비, 지구온난화 초래한 주범
전지구적 재난극복 위해 조경가가 앞장서야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이사장.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이사장.

지난 3년 동안 지구촌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났더니 이제는 하와이, 캐나다, 호주, 그리스 등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동시 다발적 대규모 지구촌 재난은 이제 뉴노멀이 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봄에 홍수와 가뭄으로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러한 전 지구적 재난은 지구촌 인구의 팽창에 따른 과도한 도시화 및 생산 소비로 인해 지구의 기후변화를 초래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생산과 소비는 이산화탄소를 과다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초래했으며, 지구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이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며, 지구생태계 회복을 위해 전 인류가 함께 힘을 합쳐 최악의 사태를 지연시키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조경분야에서는 맥하그 교수가 일찍이 1960년대부터 생태적 계획을 주장했고, 그의 책 『Desigh with Nature』 에서는 도시와 주거의 계획시 지구상 생태계 건강을 최우선적 가치로 하는 계획방법과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건설분야에서 생태적 세계관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제 60여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차원에서 생태계획의 부활이 요구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정주환경 조성’의 정신을 되살려 지구적 재난에 대처할 때이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지수화풍을 주요 관점으로 하는 정주환경 조성을 위한 풍수원리가 내려오고 있다. 땅의 모양, 물의 흐름, 태양의 향, 공기의 흐름을 주로 고려하는 양택과 음택의 배치에 기초하는 정주공간 조성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인간은 태초에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에서 살아왔으나, 지금은 극도로 인공화된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재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극도로 인공화된 도시를 산업화 이전의 자연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그러나 도시의 인공물들을 일시에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차선책은 기존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개조하고 녹화해 도시 속에 자연을 최대한 도입하는 것이다, 

더욱 이상적인 방법은 도시를 최대한 비우고 건강한 흙, 물, 태양, 바람으로 채워서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흙, 물, 공기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조경가들이 추구하는 기본적 목표이며, 따라서 조경가들은 사명감을 갖고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전 지구적 재난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법정스님의 말씀대로 인류는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 도시를 건강한 흙, 물, 태양, 바람으로 채워 우리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기 좋은 지구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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