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와 동복, 유목민족의 여정의 증표물
‘천마도’ 실물을 공개한다는 국립경주박물관의 천마총 발굴 50주년 기념특별전을 기회 삼아 경주를 방문했다.
우선 경주 대릉원(大陵苑)에 있는 천마총(天馬塚)으로 향한다. 이곳은 1973년 황남동 155호 고분으로 발굴되었다고 한다. 금관(金冠), 금제관모(金製冠帽), 천마도(天馬圖) 등 많은 부장품들이 출토되어 관심을 모았던 고분이었다. 당시 155호 천마총보다 규모가 더 큰 98호 황남대총을 발굴하기 위한 소위 사전연습을 위한 개장(改葬)이였다고 한다.
고분 내부는 원형 봉분 내 중앙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목곽과 부장품들이 둘레에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목관내외부에서 출토된 다양한 금제 장신구류, 금동철제 마구류, 채화판화, 자작나무껍질천마도장니(白樺樹皮天馬圖障泥), 구슬 등 총 11,526점이 발굴됐으며 일부 가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곳 피장자는 신라 21대 소지마립간(炤知麻立干) 또는 22대 지증왕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대릉원을 빠져나와 천마도(天馬圖) 진품을 전시하고 있다는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하여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天馬圖)를 특별 전시하고 있다.
장니(障泥)라는 마구에 천마그림을 그려 넣은 말다래다. 말을 타려면 안장에 앉아 발을 등자(鐙子)에 넣게 된다. 그리고 흙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장니(障泥)를 건다. 이 장니는 말다래 또는 마첨(馬韂)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말다래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천마도(天馬圖)이다.
흰자작나무껍질(백화수피/白樺樹皮)을 얇게 여러겹 부쳐서 만든 다래에 그려진 채색화(彩色畵)이다. 고구려 시대의 무덤에서도 각 방위와 봄·가을·여름·겨울을 주관하는 사신(四神)을 사상(四象) 또는 사수(四獸)라고 하기도 하며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가 주로 그려지며 사수(四獸)와 함께 기린(麒麟), 봉황(鳳凰), 거북(靈龜), 용(龍)을 사신(四神)으로 부르기도 하며, 중국에서는 사령(四靈)으로 부른다.
다래의 재질이 백화수피(白樺樹皮)라고 한다. 나무껍질이 백색이라 백화수피라 불리는 자작나무는 추위에 강하여 주로 북쪽의 해발높이 800m 이상, 햇볕이 잘 드는 경사면에서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강원도 인제에 자작나무숲이 대표적이다. 대나무를 얇게 만들어 붙여서 만든 후 마직(麻織)에 동판을 덧붙여 천마문 무늬를 넣어 다래를 만들기도 한다.
다래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는 기린도(麒麟圖)라는 의견도 있는 듯하다. 말머리에 뿔이 기린의 뿔처럼 보여서 이기도 하다. 천마도(天馬圖)인지 기린도(麒麟圖)인지 논의는 다음에 고민하기로 한다.
동유라시아의 스키타이(Scythia) 민족은 만주와 우크라이나까지 넓은 지역을 지배했다. 이들이 말을 타고 반도 끝까지 와서 정착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그들은 풍부한 문화를 토대로 화려한 무덤, 금속공예, 미술 등을 발전시켰다. 1500여 년 전 그들이 만들어 놓은 회화를 감상하고 있다.
입에서는 불기운을 쏟아내고 말머리에서는 갈기가 하늘로 휘날리고 있다. 말총은 하늘로 뻗어 생생한 모습이다. 구름을 디딤돌 삼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이 마치 눈앞에서 달려가는 듯하다.
서산 부장리 고분군에서도 관모 내면에 백화수피제 내관이 들어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유물에서 나오는 백화수피(白樺樹皮)를 만나면서 점차 만주 우랄알타이계의 북방민족에서 연유된 듯하다. 광활한 만주벌판에서 점차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안정된 정착 생활을 하게 된다.
금령총(金鈴塚)에서 출토된 기마인물상(騎馬人物像)을 통해서 다래의 모습을 살펴본다. 말총을 틀어 묵어놓은 모습에 약간은 이국적인 기마인물(騎馬人物),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고깔모자가 그러하다. 말등에는 동복(銅鍑)이라 불리는 물항아리가 얹혀 있다. 유목민족인 훈족의 지표유물이라고 한다. 흉노로 불렸던 스키타이 민족의 일원들이 이동했다고 추론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지표유물(地標遺物)이 한반도 남쪽 신라에서 출토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짧은 여정의 잔상은 천마의 기상을 담은 다래와 긴 여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동복(銅鍑)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