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대전환으로 건축물 안전 확보해야
건축물의 안전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은 원론적이지만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원론적인 대답을 하면 답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러한 회피의 결과가 최근 반복적이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부실시공, 붕괴사고 등의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원론적인 대답, 원론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안전(安全)”의 사전적 정의는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이다. 유의어로는 만전(萬全 : 조금도 허술함이 없이 아주 완전함, 조금의 위험도 없이 아주 안전함), 십전(十全 : 모두 갖추어져서 결점이 없음. 조금도 위험이 없음),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안전, 만전, 십전 모두 ‘모든, 전체, 완전함’을 뜻하는 ‘온전할 전(全)’으로 이루어지는 단어이다.
완전함이라는 것이 이상향일 수밖에 없기에 그런 것일까. 인류는 끊임없이 안전에 대한 위협을 받아 왔고, 건설현장과 건축물에서의 사고는 다른 안전사고에 비해 규모가 크고 잦았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더 크고 복잡한 기술을 활용해 건축물을 만들어왔고, 그에 따라 피해규모도 커졌다.
과학기술에 의해 발전된 건축물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다수의 전문가가 어우러져 오랜 경험과 합리적인 접근이 기본적인 바탕이 돼야 한다.
단순히 제도와 매뉴얼의 구축이 아닌 전문지식을 갖춘 해당 전문가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였을 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건설현장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모두가 안전을 철저하게 의식해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다양한 해결책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왔다. 절차를 개선하고, 주체를 명확히 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각종 설계·시공 등 기술 기준을 보완해 왔으며, 유지관리와 해체, 재활용까지 고려해 제도를 정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반복적으로 발생함이 문제이다.
얼마 전 발생했던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모든 실행 주체와 절차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되었다. 흔히 얘기하는 인재(人災)이다.
해당 건설사는 전면 재시공과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을 발표했고, 국토교통부는 위법사항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와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완벽한 법과 제도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언급되는 것이 인식 개선이다.
토마스 쿤은 정상과학이 심각한 이상 현상의 빈번한 출현을 설명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게 되면 과학 ‘혁명’이 불가피해진다고 말한다. 즉,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우리는 건설 사업과 공사를 기획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동시에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다양한 수요자의 요구, 가용예산, 자원 조달, 조성 기간, 운영 및 유지 관리적 사안, 돌발적 변수 등 다양하다.
이 다양한 요소들 간의 적정 균형점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사업과 공사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이 저마다 지닌 목표나 이익 또는 우선사항에 대한 인식적 판단이다.
‘안전’을 지향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우리가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의 틀을 뒤집는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은 그야말로 모든 요소와 분야에서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한건축학회는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한 건축물 안전 패러다임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대한건축학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건축물 안전 패러다임 전환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계획 및 설계, 구조, 시공, CM, 법제 등 건축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 토론을 진행했다.
또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AIK 월례세미나를 개최해 건축분야의 지식 발전과 공유를 통한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10월의 춘계학술발표대회(10월 26일~27일, 정선 하이원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는 학회가 그동안 수행해 온 여러 활동의 성과들을 종합한 《안전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 특별세션》을 개최, 유관기관과 정부부처 등 대외적인 협력을 도모할 예정이다.
이제 안전은 건축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자 원론적인 목표여야 한다. 그리고 건축안전은 국민의 모든 생활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범부처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획 단계부터 시공과정 및 그 후 안전까지의 건축 전 분야를 망라하는 역할을 수행할 상위 법과 기관이 필요하다.
따라서 건축안전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여부 시시비비와 대응 및 복구 차원이 아닌 전술한 원론적인 방안의 하나로서 예방과 대비 차원의 ‘범, 건축안전강화특별법’ 제정과 컨트롤 타워로서의 ‘대통령직속 건축안전보장위원회’, 기획단계에서부터 시공 과정 및 그 후 안전까지의 전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내 ‘건축도시안전청’의 설립을 이제는 진지하고 긴급하게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안전”의 또 다른 유의어는 “안녕”이다. 인식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우리 인류와 사회가 안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