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R&D와 국가 정책의 상관성
철도 R&D와 국가 정책의 상관성
  • 사공명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 승인 2023.07.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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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기술, R&D 통해 상호 융합적으로 보완 발전해야
철도의 건설 및 운영에서도 탄소배출 저감 노력 필요
사공명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지난 2011년, 아이패드 2(iPad 2) 출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It's in Apple's DNA that technology alone is not enough — it's technology married with liberal arts, married with the humanities, that yields us the results that make our heart sing."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인문학과의 결합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애플의 DNA입니다.) 
잡스는 이 문장을 통해서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하고 자사의 제품 개발 철학을 나타냈으며, 그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하며 그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는 결국 사람이 사용하므로 제품의 개발에 있어 기술 자체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특히 최근 Chat-GPT나 Bard와 같은 생성형 AI의 사용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는 기술의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관점을 우리나라 철도 산업으로 돌려보면, 내년이면 대한민국 고속철도 개통 2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철도 산업은 양적으로도 그리고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해 왔다. 필자가 보기에는 지난 20여년간 고속철도 산업의 성장 기반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다.
첫번째는 당시 최고속도 140km/h의 새마을호가 운행하던 시기에 최고 속도 300km/h의 고속철도 운행을 목표로 설정한 당시 정책 결정자들의 과감한 결단력과 혜안, 그리고 두번째는 고속철도 기술의 불모지에서 외국기술을 배워서라도 국산화하고자 노력했던 고속철도 사업 참여 연구진들의 불굴의 열정과 헌신일 것이다.
고속철도 기술은 이 두 가지 핵심 요소의 산물이며, 현재 전 국민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잡스의 인문학과 기술의 관계처럼, 공공 교통인 철도의 발전은 정책과 기술이 상호 융합적으로 보완 발전해야 하며, 그 결과의 사회적 파급효과도 상당함을 과거 사례로부터 알 수 있다. 

2023년은 철도 R&D 관점에서 특별한 한 해이다. 올해 국토교통부는 처음으로 철도 R&D 중장기 로드맵 추진 계획을 수립, 철도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비전으로 5대 전략분야 10대 핵심기술분야에 총 18개 과제를 선정했다.
철도 R&D 로드맵은 중장기적으로 철도 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해 국내 철도 기술을 한 단계 재도약을 하는데 견고한 기초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과 연계된 기술 개발은 실효성과 지속성이 있으며 단기적인 효과도 확실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필자는 정책과 기술은 상호 융합적으로 보완 발전해야 한다고 했는데, 중기적으로는 정책 혹은 산업의 요구사항을 고려한 R&D의 추진이 적절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으로 혁신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철도 R&D 중장기 로드맵내에 있는 다수의 과제들은 중기적인 관점에서의 R&D 수요이다. 장기적인 관점의 R&D의 대표적인 예가 하이퍼 튜브 기술이다. 하이퍼 튜브 기술의 확보로 이동의 패러다임이 극적으로 변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며, 이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도시 국가로 전환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근(近) 미래는 정책이 기술을 리드하고 원(遠) 미래는 기술이 정책을 선도해 기술과 정책이 산업내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철도산업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작년에 발표한 12대 국가 전략 중 철도와 관련된 분야가 첨단 모빌리티 분야인데, 여기에 철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래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빨리 이동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고속철도의 기술개발 수요는 늘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 고속철도기술이 국가전략 기술에서 빠져 있으므로 신속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우리의 고속철도 기술은 사우디의 수직도시 더 라인 건설에서도 협력을 요청할 정도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내 다양한 교통기술과 철도기술의 연계를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 모빌리티 기술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는 파리협정 이후 각 국가별 탄소중립 요구는 거세지고 있으며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상향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1항에 따라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이상의 범위에서 감축하는 목표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각 국가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국제적으로는 탄소저감 뿐만 아니라 탄소의 저장 및 재사용 분야를 포함한 폭넓은 R&D가 수행되고 있으며, 철도의 건설 및 운영 단계에서도 탄소의 저감, 저장, 재사용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년을 맞이하는 국내 고속철도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며 다음 20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세를 떨칠 수 있는 유니콘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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