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대가 통해 건축물 안전 및 품질 끌어올려야”
“정당한 대가 통해 건축물 안전 및 품질 끌어올려야”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3.07.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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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축사협회, 건축설계 산업 정상화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공공 및 민간분야 건축사 대가기준 일원화 건의
적정대가・책임 소재 명확화로 ‘선순환’ 전환

현재 대한민국은 공공공사를 시행함에 있어 ‘공공발주사업 등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이하 대가기준)을 의무 적용하고 있으며, 민간에서도 그 대가기준을 참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민간 건축물의 경우 건축사업무대가기준에 대한 발주자의 인식 부족과 더불어 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저가 수주로 인해 설계·감리 품질 저하 및 부실시공, 안전사고 우려 등의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가 지난 12일 건축사회관에서 ‘건축사 대가기준 일원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건축설계 산업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도출을 목적으로 대가기준의 개정 이력과 현황을 살펴보고, 표준품셈을 기반으로 하는 대가기준 확립 및 제도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건축사 업무대가 문제는 건축사사무소 경영난·일자리 창출·우수인력 유치·경쟁력 강화·관련 기술 분야와의 협력 등과 더불어 건축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며 “건축물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피조물로, 민간 건축물 또한 공공성 확보·안전 및 각종 환경기준에 적합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공공에 비해 저가가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주제발표에서는 ▷표준품셈 기반의 건축사 대가기준 및 제도개선 방안(송복섭 한밭대 교수) ▷건축사 대가기준 개정이력과 개정방향(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 등의 발제가 진행됐으며, 이어 이광환 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겸 해안건축사사무소장을 좌장으로 ▷박기범 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장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 ▷윤정현 한국건축가협회 건축법제도정책위원장 ▷윤승현 前 새건축사협의회장 ▷차은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위원장 ▷박현진 서울건축포럼 이사 ▷서영상 헤럴드경제 건설부동산부 기자 등이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 표준품셈 기반의 건축사 대가기준 및 제도개선 방안

표준품셈이란 산업계 각 분야에서 예산 또는 대가 산출을 위해 일반화된 공종·공법·자재·투입인력 등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을 정한 기준이다.

특히 건설공사에서는 공정 및 공법을 기준으로 공사에 소요되는 자재 및 공량 비용을 정하며, 건축설계에서는 건축사의 건축설계 업무를 세분화해 업무별 작업 기간 및 투입인력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을 정한다. 현재 건축설계에서는 ▷공사비 요율 방식 ▷실비정액가산 방식 등 2가지 방식으로 대가를 산정하고 있으며, 공공공사에서는 주로 공사비 요율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건축사사무소마다 실비정액가산방식 대가산출 방식에서 직접인건비 산정 기준을 서로 다르게 잡으면서 현장에서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엔지니어링·건설공사·디자인 등 국내 타 분야와 더불어 일본·프랑스·독일 등 해외 주요 선진국들이 표준품셈을 통해 건축물의 기본적인 품질 및 안전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직접인건비 산출근거 부재·민간대가 부재 등으로 인해 특히 민간부문의 건축물 안전 및 품질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며, 이는 곧 건축설계 분야의 인력 이탈 및 건축학과 졸업자들의 관련 직종 기피로 이어진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송 교수는 74건의 공사비 요율 대가 사례를 참고, 직접인건비와 직접경비를 합산한 직접비와 제경비, 창작 및 기술료를 합산한 ‘실비정액가산식’을 제안했다. 델파이 기법을 통해 업무별 투입비율을 설정하고, 실비정액가산식으로 치환해 표준 항목별 기준일 일수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또 이를 1종(가설건축물·창고시설 등)·2종(공작물·단독주택·1/2종 근린생활시설·업무시설 등)·3종(문화 및 집회시설·교육연구시설·숙박시설 등) 각기 상이한 건축물용도에 따라 각각 0.9배, 1.0배, 1.1배의 보정계수를 갖고, 총공사비 20억원을 기준으로 그 미만은 (총공사비/2,000)의 0.637제곱, 그 이상은 0.957제곱으로 산정한다.

송 교수는 현재 운용 중인 대가기준에 건축설계업무 표준품셈을 신설 고시토록 하고 심의위원회·품셈 등의 확정, 관련 사업비의 지원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대가수준 정상화·건축산업 평가기반 마련·설계도면 품질 향상 등을 유도함으로써 건축설계 산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건축사 대가기준 개정이력과 개정방향

건축산업의 매출액은 지난 2019년 기준 약 361조원으로, 이는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189조원)·반도체(129조원)·석유화학(107조원) 등이 같은 해 벌어들인 매출의 약 85%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같은 해 건설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8.36을 기록해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평균인 6.87뿐만 아니라 조선업(6.48)·자동차(6.24)·반도체(1.77) 등을 크게 웃돌았다.

그리고 그 건축산업 종사자들의 대가를 산정하는 건축설계 대가기준은 지난 1966년 7월 대한건축사협회가 작성한 ‘건축사업무 및 보수기준’을 당시 건설부 장관이 인가해 최초 제정된 것으로, 설계·공사감리·건축물 조사감정·절차이행 대리 등 4가지의 업무로 구분했다.

특히 지난 1975년 12월 15일 실시된 제3차 개정에서는 1차 개정(1968년 11월 27일)과 2차 개정(1971년 1월 16일)에 이어 설계와 공사감리의 보수요율을 ‘설계감리 보수요율’로 단일화, 건축물 종류 5종과 500만원 이하~35억원 이상의 공사비에 따라 2.45~ 11.44%까지의 요율을 책정하는 한편 조사감정업무, 특별업무 보수는 실비보상가산식에 의하도록 하며 절차이행 대리 보수율을 폐지했다.

또 1993년 12월 13일 제6차 개정을 통해 건축사의 업무 및 보수기준을 인건비 승수방식으로 변경했으며, 공사비 규모에 따라 인·월수를 규정하고 직접인건비를 곱해 대가를 산출하는 한편 건축물 종류를 3종으로 축소했다.

이후 ▷건축사업무 및 보수기준 폐지(1999년 2월) ▷건축사 용역의 범위 및 대가기준 제정 및 개정(2002년 6월 5일 제정, 같은 해 10월 21일 개정)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 제정 및 개정(2009년 3월 27일 제정, 2011년 12월 8일, 2020년 9월 14일 개정)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대가기준 적용 의무화(2017년 12월 26일)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건축설계 산업은 저렴한 대가로 인해 노동시간의 장기화로 직결, 이로 인해 기술력과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적정한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근무여건을 향상시켜 높은 품질의 기술력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설계나 공사감리 등의 업무에 대한 보수를 산정함에 있어 국가가 고시로서 업무보수기준을 지정, 건축사법의 취지나 설계 등을 독점 업무로 두고 있는 사회적 의의 등에 비춰 타당한 수준으로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업무보수 역시 당사자 간의 계약에 근거해 개별적 사정에 따라 산정하는 것이지만, 과도한 비용 감축 등으로 현저히 낮은 보수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업무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지 않도록 지난 2014년 건축사법을 개정, 업무보수기준의 방향에 부합하는 수준의 대금으로 계약을 체결토록 함으로써 계약 당사자의 노력 의무 실천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 및 설계 업무의 품질 확보를 꾀하고 있다.

이에 염철호 부원장은 제대로 된 건축물을 조성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설계도서를 작성할 여건을 마련하고, 가격이 아닌 기술력과 서비스 위주의 수주 경쟁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법률상 민간 대가기준이 공공 대가기준 의무화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건축서비스(건축설계)에 대한 계약기반의 업무수행 원칙 및 공정계약 준수 근거 마련 ▷기본업무와 그 외 업무(추가대가 필요) 구분의 명확화 ▷상급·중급·기본 등 도서작성 구분 단일화 및 물가상승률(생산자 물가지수)을 반영한 대가기준 현실화 등을 통해 명확한 책임과 적정 대가를 기반으로 한 공정한 계약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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