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 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건축법, 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
  • 승인 2023.07.19 10:51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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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구조기술사, 안전확보 권한 없이 사고 발생시 책임만 부담
건축법 전면 개정으로 타 분야의 불평등한 법적 지위 개선해야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

■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의 법적 지위

대한민국 건축법 제23조에 따르면 건축과 관련된 설계 및 감리 행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건축주가 발주하는 용역에서도 건축사가 대표로 계약을 체결하고, 타 분야에 하청을 주는 것도 허용되고 있다. 
영업에서도 건축사에게 타 분야보다 우월한 계약 지위를 주고, 타 분야보다 높은 시장규모를 갖게 하며, 타 분야 보다 많은 자격자를 배출하도록 허용한다. (감리 분야를 제외한 설계분야의 시장규모. 건축사 : 건축구조기술사 = 30 : 1) 

그리고 건축사에게 부여된 이런 독점적 지위는 사고 시 건축사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도록 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그런데 건축사협회는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수행한 구조계산 및 구조계획의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호도하며 건축사의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재판과정에서도 PEB와 같은 특수한 구조는 건축사가 설계할 수 없다면서 책임을 면하려고 했으나 결국 설계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왜냐하면 독점적 법 지위뿐만 아니라, 계약 관계의 갑으로서 을에게 하청을 주며 결정한 용역 금액과 기간이 용역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건축사들은 모든 ‘설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는 법조항으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설계 용역을 수주하고, 진행하며, 구조‘설계’라는 용어도 못 쓰게 하면서 구조 안전을 확보하는 권한은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일절 주지 않으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건축구조기술사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그럼에도 건축사들은 그들이 독점하고 있는 권리를 유지하고자 건축설계와 건축구조설계를 분리 발주하자는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의 권한만 가지려고 하고 책임은 건축구조기술사들을 비롯한 관계전문기술자들에게 미루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건축사는 건축주에게 구조설계를 포함한 설계비를 받은 후 많은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최저가 입찰로 하청 업체를 선정하는 등 ‘갑’의 위치에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구조설계 대가기준 제정 등 현 제도의 모순을 개선해야 한다.

■ 사고의 근본 원인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 ‘설계 오류’는 사실 각 분야별 책임 한계가 모호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건축법에서 건축물의 설계를 오로지 건축사만이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도 건축사가 지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건축법과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관계자'와 '건축관계자등'의 법적 지위와 이에 따른 계약 관계 때문이다. 

더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려면 겉으로 드러난 법적인 지위 관계 이외에 계약 관계도 들여다봐야 한다. 왜냐하면 을은 갑과의 계약에서 독소 단서조항이 포함돼 있거나, 갑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암묵적 강요를 받으며 을로서의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까지 상세히 살펴야 비로소 문제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건축사와의 계약서에는 구조도면 작성과 구조계산을 업무범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구조도면을 건축사사무소가 지정한 하청 업체에서 작성하도록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에게 요구했고 이 하청업체에서 구조도면을 작성했다. 

그리고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는 구조도면 작성 용역비도 건축사에게 받아서 이 도면업체에 전달했다. 한 마디로 구조도면 작성은 자신들이 지정한 하청 업체에 시키면서 건축구조기술사를 책임자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건축사사무소는 사고가 발생하자 “구조도면의 작성 및 검토는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의 책임 하에 이루어졌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달라는 행태를 보였다.

■ 글로벌 스탠다드의 확립 필요

지금의 건축법은 지난 1962년 제정돼 지난해 ‘환갑’을 맞이했다.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법이 1인당 국민소득이 35,000달러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시대에 역행하며 사고의 원인조차 불분명하게 만드는 법적인 규제와 산업 구조는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건축법과 건축사법에서 건축사만이 설계와 감리를 하도록 한 독점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한참 벗어난 조항을 없애고, 타 분야도 건축과 관련된 설계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건축 전문분야가 독립성을 확보하고, 건축사의 불합리한 법적 지위와 계약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건축사만 설계할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돼야 하고, 구조 엔지니어링 분야의 계약 분리발주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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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규 2023-07-27 23:24:20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나도 2023-07-25 03:53:16
사업시행자 즉 건축주가 건축설계사와만 계약체결을 하는것이 문제의 요인이죠!

각 분야별 용역사와 건축주간에 분리발주가 되어야 제대로된 협력 관계가 동등하게 이루이집니다.

건축에서 일괄발주하는 방식이 고수되는한 영원한 갑을관계가 이어져 진정한 기술 협력은 불가능합니다.

배화 2023-07-22 21:46:23
건축학과 안나와도 건축사 시험 볼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유사 학과 나와도 시험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혹은 경력이 있으면 볼수 잇게 해야 합니다. 건물 사고 가 하루 이틀 입니까? 그만큼 실력이 없다는 거죠 아니면 일부로 건물 수명을 짧게 잡아 짓는건가요? 예전에 그러지 않앗나요?전자 가전 제품 핸드폰등 꼼수로 수명 짧게 해서 금방 소비 하게 하는 건물도 그런건 아닌지 의심이 자꾸 드네요. 35살에 자가 갔는다면 수명 50 년 건물이면 사람 기대 수명이 80?이면 딱 기대 수명 만큼 쓰고 죽네요

학도 2023-07-20 23:42:24
저는 학생이기에 프로들의 세계는 잘 모릅니다만.
계약상 갑과 을의 위치로 인해 부당한 일이 생기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모르는 학생인 제가. 이 기사의 내용을 봤을 때 결국 라이센스 대여인가? 구조기술사의 역활이 무엇이길래 설계를 직접 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건축사의 설계조항을 삭제하지 않더라도 설계와 분리 발주하는 것만으로도 건축구조설계의 독점지위를 확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 건축사의 설계가 구조검토와 구조설계를 통해 변경되어야 할 때. 이 상황에서 두 전문가들은 어떤 관계에 놓여지는 것인지.. 우선 큰 충격을 가져올 대격변이 아닌 현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구조를 포함한 각 전문분야의 전문성과 지위가 제대로 인정 받도록 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CMJ 2023-07-20 15:58:20
제대로 된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설계 기간이 필요하다. 현재 독점적인 발주처-건축사간 계약 후 협력사에게 하청을 주는 형태의 불합리한 계약체계때문에 협력사들은 최소 금액, 최소 기간의 바운더리로 주어진 인력으로 쥐어 짜내는 설계를 하고 있다. 이번 GS 사태는 사업 이익에 초점을 맞춘 살인적인 행정 스케쥴를 무리하게 소화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예견된 인재라고 생각된다. 건축사가 독점계약 후 단독으로 스케쥴을 정하고 협력사의 용역비를 정해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건축설계 시장의 웃픈 계약 시스템부터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