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책임체제 바로 서야 건설이 바로 선다
안전 책임체제 바로 서야 건설이 바로 선다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3.07.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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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안전학회, 2023 2차 건설안전혁신포럼 개최
잇따르는 건설사고, 해결책은 없는가
각 공사주체별 책임소재 명시 필요

최근 건설산업 내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잇따르면서 그렇지 않아도 무더위와 장마에 지쳐 있는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경우 밤 11시 30분, 그것도 입주가 진행되지 않은 공사현장에서 발생해서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일 뿐, 자칫하면 지난 1995년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대참사가 반복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발표한 붕괴사고의 원인 조사 및 현장 점검 결과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홍건호 호서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결성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최종화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건설안전국장을 단장으로 한 특별점검단 또한 ▷정기 안전점검 미실시, 안전관리비의 용도 다른 사용 등 안전관리 미흡 ▷품질관리 계획 미흡 ▷구조계산서와 설계도면의 불일치 및 설계와 다른 시공 등의 미흡사항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한국건설안전학회가 지난 3일 일산 킨텍스에서 ‘2023 2차 건설안전혁신포럼’을 개최, 건설안전 관련 산·학·관·연구 전문가들과 함께 건설현장에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건설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고들은 우리나라의 건설안전제도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하며,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제와는 다른 차원의 혁신적 대책과 더불어 건설산업의 특성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건설안전전문가 역할의 실태와 혁신의 필요성(조재환 서울시설공단 안전전문가) ▷CM의 안전감리 실태와 역할 강화 방안(정민 한미글로벌 전무) ▷PMC 기능에 의한 국가책임체계 확립 한계와 장애(손영진 한국건축산업진흥원 국가계약법 개혁추진단장) ▷건설사업 총체적 안전관리의 발주자/Safety Coordinator 안전책무 정비방안(산업안전보건법을 중심으로)(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발제와 더불어, 유정호 광운대 교수를 좌장으로 ▷박찬정 건설안전임원협의회 고문 ▷조춘환 DL이앤씨 상무 ▷천병조 ㈜태일씨앤티 상무 ▷윤종호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 서기관) 등의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 건설안전전문가 역할의 실태와 혁신의 필요성

최근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에 따른 안전관리의 변화를 겪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 및 관심도 하락, 각종 대관, 대내 안전점검 증가로 인한 피로감 증대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후진적 관행의 공사 발주형태를 이어오고 있는 발주자, 저가수주 및 저가 하도급을 고수하고 있는 시공자, 낮은 안전의식 및 안전불감증으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현장 노동자들이 맞물려 발생한 결과로, 지금의 안전법규 및 제도가 그저 사고 발생 후 책임자 색출과 처벌에만 치중해 안전사고 및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에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특히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시행 중인 안전관리자 제도의 경우 ▷‘관리자’라는 명칭에서 오는 낮은 위상과 종사자들의 보임 기피 ▷실질적 안전조치 비용 부족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 ▷건설기술 역량 부족으로 인한 보좌의 한계 등의 문제점에 직면해 미국보다도 많은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효율적인 공사 진행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조재환 전문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업계 종사자의 기본역량 및 안전관리 역량 강화 ▷건설산업 단위의 통합 안전관리체제 구축 ▷안전관리자의 역할·책임·권한 명확화 ▷불필요한 행정업무 축소 등을 통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외부(왼쪽)와 내부 모습.

◼ CM의 안전감리 실태와 역할 강화 방안

대한민국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134명에서 828명으로 낮아지고 있으나, 이 중 건설업은 같은 기간 동안 증감을 반복하며 461명에서 417명으로 변화하는 등 제조업·서비스업·운수창고통신업 등 타 산별과 달리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공사의 발주자는 공사의 자금 집행자, 의사결정자로서 해당 공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령들은 발주자에게 공사기간 중 해당공사 또는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이러한 풍조가 발주자로 하여금 공사의 안전 관리 및 감리 현황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게 정민 전무의 설명이다.
반면 영국은 CDM(Construction Design Management Regulation) 제도를 도입, 건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30일 이상 공사 ▷동시 작업자 20인 이상 ▷연 인원 500인 이상 등의 조건을 발주자 및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각 주체의 안전책무를 부여하고 프리콘 단계에서부터 완공까지의 안전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제도는 발주자에게 포괄적·명시적 안전책무를 부여하고 충분한 안전관리 역량을 갖춘 자만이 설계 또는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한편, 발주자의 안전관리 책무를 대행할 유자격 안전전문가를 고용해 각 주체가 법적 책무를 자각도록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정 전무는 우리나라의 현행 건설안전 관련 정책에 ▷발주자 안전보건조정자의 역할 실효성 부재 ▷발주자 안전보건대장 운영의 현실성 부재 ▷지나치게 광범위한 감리업무와 처벌 ▷전문성이 낮은 자격 위주의 감리 배치 ▷자격경쟁에 의한 최저가 낙찰 선정 성행 ▷불균형 감리인원 투입 구조 발생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英 CDM처럼 발주자의 안전의무·책임 명확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에서 발주자 소속 안전보건조정자 직접 선임 의무화 ▷세계 기준에 맞춘 제도 정비 ▷감리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인력운영 ▷부실 감리업체 유입 방지대책 마련 ▷사고 위험도를 고려한 감리원 배치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PMC 기능에 의한 국가책임체계 확립 한계와 장애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경제질서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발주자인 공공공사의 경우 시장 논리 존중이라는 명목으로 원도급자에게 사업을 진행할 권한 및 책임을 그대로 떠넘기면서 최소한의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않으며, 이것이 곧 공공조달의 투명성, 공정성 및 안전성 저해로 이어지면서 공사 현장에서의 불공정 및 안전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외국은 지난 1980년대 이후 급격한 건설산업 구조 및 철학의 변화를 겪으며, 계약 자유가 아닌 계약 공정(Vertragsg-erechtigkeit)의 원칙 아래 국가가 나서서 불법·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규제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시장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손영진 추진단장은 대한민국의 건설산업 구조가 사유적 후진국형 사익 취득에 경도된 나머지 정부조차도 이를 좇아 부정부패와 갈등을 제지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가 나서서 국가·지방계약법을 개혁해 공익적 질서유지에 힘쓰고, 현재 만연해 있는 안전 관련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한편 발주부처와 행정부처 내 업역 조정 및 계약관련 법규를 전면 통합한 통합 법체계 단일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건설사업 총체적 안전관리의 발주자/Safety Coordinator 안전책무 정비방안(산업안전보건법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이후 건설사업의 총체적 안전관리 추진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9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보다 확실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발주자, 안전보건조정자 위주의 안전책임체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발주자의 산업재해예방 조치 범위를 50억원 이상의 공사에서 기본, 설계, 공사안전보건대장 작성 및 확인으로 국한하고 있으며, 안전보건조정자 지정 또는 선임 대상도 동일 장소에서 2개 이상 발주한 공사로 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노동부가 제작한 안전보건매뉴얼에 명시돼 있는 본연의 의무 및 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홍성호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주자의 권한에 맞는 안전보건관리 역할 확대 ▷시공 이전단계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선정 ▷각 산업별 특성에 맞는 하위 법령 도입 검토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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