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19650 표준 인증 취득,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ISO 19650 표준 인증 취득,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 문현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BIM클러스터 센터장
  • 승인 2023.07.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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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인증 도입 취지 따른 목표와 전략 수립, 전문인력 관리 필수
문현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BIM클러스터 센터장.

요즘 BIM과 관련된 많은 회의를 다녀보면 새삼 BIM이 실무 깊숙이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기업들은 불안함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국토부가 발표한 스마트건설활성화 방안을 보며, BIM의 의무화와 함께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필요한 중장기적인 액션 플랜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그 많은 전략들 중 대부분이 동시에 실행되고 있다. 
이미 지침 마련 등이 완료된 과업도 있다. 물론 너무 서두른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건설의 체질을 혁신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게 된다. 기업들은 BIM이라는 기술을 수용하고 기업자체의 업무 방식을 혁신해야 하지만, 인력, 비용 등의 문제로 그 혁신에 가로막혀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BIM이 단순 시범사업 수준이 아니라 건설사업의 새로운 기술로 자리잡고 있으며, 네옴시티와 같은 경우에는 BIM 뿐만 아니라 CDE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높은 수준의 BIM 기술력과 사업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요소로서 이미 해외의 건설 입찰문서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ISO 19650이라는 표준 인증이 유일한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제적인 시류와 해외 사업 참여기획 확대 및 자체 BIM 수행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ISO 19650 인증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2019년 한국공항공사를 시작으로 현재 11개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에서 인증을 취득하고 있다. 기관의 BIM 수행 능력 확보 및 BIM 기반의 업무 체계 전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인증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ISO 19650 인증 취득 뒤에 기업들의 숨겨진 고민도 함께 들리고 있다. 물론 ISO 19650 인증은 기업의 BIM 수행능력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으로 하나로 현재 고려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활용 효과에는 의문점을 갖는다. 
또한 여전히 비용과 사후 관리 측면에서 고민이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ISO 19650 인증 취득에 따른 이슈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증 취득을 위한 컨설팅, 인증 비용 등 초기 투입 비용과 기술적 요구사항에 많은 부담을 갖는다. ISO 19650 도입을 위해서는 인증 유형(Verification, Kitemark)에 따라 조직 내의 인프라, 조직구성, 업무 프로세스 및 기술 준비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전문 컨설팅과 인증 비용 및 BIM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후관리에 대한 비용 증가도 취득 비용만큼 소요된다. Kitemark 인증의 경우 3년 단위로 심사를 받지 않으면 인증이 취소되며, 이에 대한 충분한 투자와 관리가 필수이다.
둘째, 기존의 업무절차와 업무 수행조직 문화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ISO 19650은 기업의 전통적인 문서 중심의 업무 수행 방식에서 BIM 기반의 디지털화된 프로세스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업무 절차를 BIM 수행방식에 맞도록 변경해야 하고, 이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학습, 훈련 및 적응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내부에 반드시 전담인력을 지정해 지속적인 교육,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효과 등을 검증해야 한다.
셋째, 국내 인증서가 해외에서 직접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국내의 ISO 19650 인증은 한국만의 업무 프로세스, 문화 등을 고려한 인증이므로 해외 사업을 위해서는 현지 국가의 특성에 맞게 새로운 ISO 19650 인증으로 갱신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물론 현지 법인이나 지사 등이 있다면 현지화를 고려한 손쉬운 갱신이 가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한국에서의 취득 과정처럼 새로운 절차를 따라야 하므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ISO 19650 표준 인증은 내부 프로세스의 변화뿐만 아니라 협업과 통합을 위한 플랫폼의 구축도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건설사 및 엔지니어링 기업의 경우 프로세스를 변환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협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반쪽짜리 인증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ISO 19650 인증 취득을 단순히 기업의 홍보성 전략으로 가져가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 ISO 19650 표준 인증 취득이 과거 ISO 9001처럼 형식적인 인증이 양산돼 그 효과가 불분명해진다면 인증 취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해당 기관을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에 많은 품을 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BIM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내재화, 역량 및 수행능력 전환을 목표로 한다면 투자 관점에서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여섯째, 국내에는 ISO 19650 인증과 컨설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다. 현재 ISO 19650 표준 인증 준비를 위해 기업에 컨설팅을 수행하는 민간기업의 수가 3~4개에 불과하다.
또한 BIM의 전문성을 갖고 인증 컨설팅을 수행하기보다는 기존에 타 ISO의 인증 경험을 기반으로 수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리고 현재의 인증은 bsi Korea에서만 담당하고 있어 독점적인 인증을 수행하고 있어 기업의 선택에 대한 여지가 없다. 

기업들 또한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나,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ISO 19650 인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발주처들이 인정해주고 있지는 않다. 언젠가는 발주처들도 국제표준 인증 취득 기업을 우대하고 평가 가점 등에 반영할 수 있는 시기는 올 것이다.

스마트건설활성화 방안을 보면 국제표준인증 지원이라는 전략이 포함돼 있다. 이는 국가가 이러한 ISO 19650 표준 인증 취득을 위해 관련 비용과 기술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들 또한 현재의 ISO 19650 인증 취득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향후 기업의 조직 내에서 ISO 19650 도입에 따른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전문성을 갖는 인력이 충분한 내재화 리더십과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자의 의지이고, 그에 따른 투자이다. 

이제는 BIM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기존의 업무 수행방식을 디지털화한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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