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건교부가 망할수도 있다?
<낙지골에서>건교부가 망할수도 있다?
  • 승인 2005.03.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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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건설교통부가 망할 수 있을까?"
건설교통부가 망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단다. 건교부는 최근 과장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망하는 방법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건교부가 특별연수를 통해 ‘건교부가 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건교부가 최근 해괴한(?) 주제로 토론을 벌인 이유는 ‘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건교부가 망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일종의 훈련을 한 셈이다. 10명이 한조를 이뤄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참석한 간부들은 각자 건교부가 망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했다. 건교부가 망하는 유력한 상황으로 ‘혁신이나 주요 정책의 실패로 인한 국민불신 확산’과 ‘불합리한 인사운용으로 인한 직원들의 근무의욕 상실’ 등을 꼽았다.

무려 4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어떻게 하면 망할까?’에 대한 난상토론에서 건교부 간부들은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다.

‘정책개발 핵심주체인 과장급 주도로 민간전문가와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정책개발을 추진하자’ ‘정책실패 방지를 위한 조기경보체제를 가동하자’ ‘개인별 직무이력 관리를 위한 인적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자’ ‘전직원의 10% 이상을 항상 교육시키자’ 등 이런저런 묘안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토론에 참석했던 한 과장은 “정부부처가 망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정한 뒤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의 토론이 무척 신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랜 공직 생활속에서 한번쯤 경험해 봄직한 밀실행정과 탁상행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날 특별연수에서는 이 밖에도 고객과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역지사지’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건교부를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공무원의 모습과 동료나 부하가 바라본 자기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직접 평가하는 방식이다. 일부 간부들은 자신의 점수를 너무 높게 매겨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연수를 주관한 건교부 혁신기획단 정내삼 과장은 “대부분의 간부들이 천편일률적 교육이 아니라 살아있는 교육이었다고 평가했다”며 “심도있는 논의로 구체적인 혁신방안들이 쏟아져 나와 이를 일선행정에 적극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정부부처로써는 처음으로 팀제를 도입해 신선한 충격을 던진데 이어 건교부의 이런 토론이 정부혁신의 단초가 되기 기대해 본다.

건교부의 자기혁신 몸부림이 알찬 결과물로 이어져 행정에 신선한 변화가 있기 바란다.


윤경용(취재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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