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C와 스마트건설
CIC와 스마트건설
  •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3.07.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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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다양한 전문분야와 프로세스의 결합의 연속
스마트 기술의 효율적인 도입 위한 방향성' 설정 필요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건설산업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에 개인용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인터넷도 1990년대 후반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길어야 30년밖에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이동하면서 인터넷과 영상 등 미디어를 즐기고 있는 이런 상황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1990년 초 필자가 건설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에는 대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인당 1대의 PC가 지급되어 일을 한 기억이 있다. 그나마 본사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지, 현장에서는 여전히 컴퓨터 없이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PC가 보급되고 인터넷에도 적응하면서 건설산업에서도 디지털기술의 적용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건설업무는 다양한 전문분야가 각자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프로세스의 결합에 의해서 진행된다. 문제는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정보가 다른 분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중복업무와 정보충돌현상 등이 발생하는 일이 잦았다. 
선행업무에서 컴퓨터로 작업한 결과물을 종이에 출력해서 전달하면 후행업무가 그 자료를 받아서 다시 그들의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도 잦았기 때문에 입력과 검토 작업이 빈번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디지털 데이터를 전달하고자 해도 각 어플리케이션 간의 데이터 입출력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종이에 적힌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 인식하던 때였다. 이런 문제는 데이터/정보 통합(Integration) 필요성을 제기하게 되고, 연관되어서 프로세스 통합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하게 됐다. 

많은 실무자들과 연구자들이 통합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CIC(Computer Integrated Construction)라는 분야가 1990년대의 건설산업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생애주기 단계별 업무/데이터 통합, 토목/건축/기계/전기 등 공종간 통합 등 건설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업무와 데이터/정보의 통합에 대한 이슈가 다루어졌다. 
궁극적으로는 건설의 출발점인 설계데이터를 어떻게 전 업무영역에서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식이 나타났고 그 결과물로서 2000년대 초반에 BIM이 등장하게 되었다. 초기에 BIM을 3차원 설계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BIM을 건설정보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90년대 CIC의 총아가 BIM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용어가 확산되었고, 이때부터 모든 디지털기술들은 그 선진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스마트라는 접두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건설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 등에도 스마트가 붙었다. 
이런 용어의 정의에 대해서는 한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마트”이전에 “유비쿼터스”라는 접두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u-city나 u-home 등 ubiquitous의 u가 앞에 붙으면 첨단 기술이나 상품이 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가 그렇다. 자칫 한때의 유행처럼 이런 용어가 소비되고 말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CIC는 산업 내에서의 명백한 이슈와 목적이 있었고, 이를 둘러싼 많은 논의와 연구가 다양하면서도 일관되게 진행된 바 있다. 스마트건설은 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인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지난 30년간 쫓아가기도 힘들 정도로 그 속도가 엄청나다. 그 덕택에 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했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금방이라도 해결해줄 것 같다. 과연 그런가?
지난 30년간의 경험으로 보면 새로운 기술이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클라우드컴퓨팅 등의 신기술들이 우리 문제를 푸는데 분명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문제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그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와 주체별 역할과 구도 등을 신기술들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다.
왜 이런 스마트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있으니 그걸 어떻게 사용할까라고 접근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도해서 스마트건설얼라이언스라는 전산업적인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있다.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참여자들이 스마트건설에 대해서 논의하고 방향성을 찾아나가기 위해서 의지를 모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갔으면 한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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