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이없는 1회용 유찰제
<기자수첩>어이없는 1회용 유찰제
  • 정장희 기자
  • 승인 2005.03.1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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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민간제안사업 유찰제가 2월24일 차관회의에서 폐지됐다. 폐지되기 정확히 한달전인 1월24일까지만 해도 ‘폐지수용불가’였던 유찰제가 폐지됐다. 왜 그런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유찰제 시행을 천명했던 정부의 정책기조를 반영해보면, 이번 유찰제 폐지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투성이다.

2004년 5월 26일 기획예산처에서 발표한 04년 민자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사업자 모집에서 경쟁이 발생하지 않은 민간제안 사업은 유찰시키고 1차례 더 사업자 공개모집을 의무화(2005년 시행)한다”고 유찰제 시행방침을 밝혔다. 이후 10월 감사원은 ‘SOC 민간투자제도 운용실태’에서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경쟁을 촉구하는 방안을 촉구했고, 11월 12일 김병일 예산처 장관은 “단독 응찰된 사업은 유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명분으로 예산처는 폐지 한달전까지 ‘총사업비, 통행료 인하 등 사업시행조건 개선’등의 이유로 수용불가방침의 태도를 견지해 왔다. 사업지연 우려에 따른 방안으로 예산처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절차 단축 등의 방식으로 적극 보완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한달만에 바뀐 예산처의 유찰제 철회방안의 이유는 ‘유찰시킨다고 해서 추가 사업자가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음’이고, 총사업비 통행료 인하는 유찰제를 대신해 적격성심사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산처의 말 바꾸기는 최초이자 최후로 유찰제가 적용된 광명경전철 사업의 예를 보면 설득력을 상실한다.

2004년 12월6일 제3자공고를 발표한 광명경전철은 굳이 따지면 2005년부터 시행될 유찰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광명시는 ‘경쟁이 없을시 재공고’를 낸다는 조항을 달아 정부의 유찰제 시행 정책에 따랐고, 관련업계에서도 정부의 자유경쟁 의지를 반영해 이전까지 응찰하지 않던 관행을 깨고 총 4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결국 재공고는 나지 않았지만 유찰제 시행과 맞물려 업계의 능동적인 사업 참여가 가능했었다. 결국 3개의 추가 사업자가 경쟁하는 것을 보고도 예산처는 ‘추가사업자’가 나서지 않는다고 이유를 달았다.

총사업비, 사업시행조건 개선 부분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사업비가 조정된 광명경전철을 보면 시장원리에 의해 적격성부분은 원활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산처는 각 컨소시엄이 제시한 사업제안서를 살펴보면 시장원리에 따른 사업비 절감 사항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9개월 남짓 시행을 확신하고 순식간에 폐지로 선회한 정부의 유찰제 정책은 2005년 추진될 종합투자계획의 핵심인 민투사업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문제는 불과 몇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발표되고 폐지되었다는 점이다. 유찰제 폐지와 시행으로 나타나는 문제점보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문제점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이번 유찰제가 대변한다는 사실을 견지하기 바란다.


정장희(취재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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