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단계에서 사전공모 도입해 창의적 디자인 실행력 담보, 설계비․공사비 현실화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 재시동, 초고층 설계기준 마련 등 공공성 및 디자인 강화
네덜란드는 전 국토의 1/4이 해수면 아래에 있는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고자 '자유로움'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공공의 유연한 제도를 통해 민간이 보다 창의적인 설계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특히 로테르담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를 재건하면서 옛 모습을 살려내는 대신 현대적이고 새로운 도시계획을 선택, 해마다 새롭고 독특한 디자인의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도시로 거듭났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 디자인 혁신을 위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혁신적 디자인 건축물을 지역 명소화해 도시 이미지 개선과 가치 향상, 시민 여가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동안 서울은 높이, 건폐율, 용적률 제한 등 규제와 복잡한 심의 과정으로 인해 제대로 된 혁신 디자인 건축물을 건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불합리한 규제개혁과 행정지원 등의 개선방향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의 특색있고 상징성 있는 건축물을 조성, 서울이 세계의 도시․건축 디자인을 선도하는 도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번 혁신방안은 ▷창의적 설계 유도 ▷유연한 제도 운용 ▷신속행정의 3대 추진방향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세부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창의적 설계 유도
◇공공분야 = 공공건축물은 예술성과 상징성이 모두 필요한 바, 사전공모를 도입해 '先디자인-後사업계획' 방식의 디자인 우선 행정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표준화된 공사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혁신적인 건축설계안을 위한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해도 사전에 책정된 공사비의 한계로 특수공법을 도입하거나 비정형의 건축물을 건립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번 혁신방안은 사업 초기단계에서부터 '기획 디자인 공모'를 실시해 창의적인 디자인과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확정한 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적정 공사비를 책정해 실행력을 확실하게 담보하기로 했다.
◇민간분야 = 민간 또한 혁신 건축 디자인 제안(공모)을 통해 통합선정위원회(가칭)에서 사업 필요성, 디자인 적정성, 효과성 등을 검증하는 한편 사업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높이(층수), 용도 등 규제완화와 법정 용적률 120%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통합선정위원회는 도시, 건축, 교통, 환경 등 공공, 민간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대상지역의 선정과 사업 관련 자문, 부서 간 업무 조정 등을 통해 사업이 기획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서울시 건축상'의 상장 및 상금을 프리츠커상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심사위원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 및 전문가들을 초빙해 평가의 공정성과 심사의 질을 높이는 한편 수상자에게 설계공모전 참여 시 가산점 부여 등을 제공함으로써 건축가의 위상 강화와 건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 유연한 제도 운영
◇서울형 용도지역제 도입 = 서울시는 지난해 3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통해 서울형 용도지역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발표, 용도지역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혁신방안에서 그 세부 운용기준을 마련, 다용도 복합개발을 허용해 일자리, 주거, 여가,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이 혼합된 미래형 공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특히 지난달 6일 국토교통부가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도시․건축 규제완화, 용도복합화 등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등 이러한 용도지역제 도입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 현재 운영 중인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디자인 자유구역'으로 전면 개편한다.
특별건축구역은 주변과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을 이끌어내고자 특별히 지정하는 구역으로, 건축법에 따라 일조권 등 일부 규정을 배제·완화하는 등 지형과 어우러지고 주요 경관축을 확보하는 배치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열린 커뮤니티를 계획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창의적 설계안이나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하기보다는 단순히 아파트 일조권 등 규제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단독/한옥밀집지역 3개소, 공동주택 28개소 등에 지정되는 데 그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높이, 건폐율 등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해 각종 규제로 추진이 어려웠던 다양하고 개성 있는 건축물 건립을 유도하는 한편, 법정 용적률의 최대 120% 완화를 통해 설계비와 공사비 상승을 일정 부분 상쇄시키고 녹지공간, 공유공간 조성 등 공공기여와 통경축,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형성 등 디자인과 공공성을 종합 고려해 용적률 완화량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규제 없애기 = 일명 '서랍 속 규제'라고 불리는 전문가와 담당도 잘 모르는 지침, 불필요하거나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과 방침 등을 과감하게 정리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전면 개정해 연접부 경관 높이기준 폐지 등 경직적 규제를 없애고, 사업에 따라 유연한 디자인을 계획할 수 있도록 변경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디자인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발굴, 개정을 도시, 건축분야 등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 신속행정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이 마련됐음에도 각종 심의를 거치며 설계안이 변경․왜곡되거나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사례를 방지하고자 도시, 건축, 교통, 환경 등을 '통합심의'로 실시, 디자인이 우선시되는 시스템을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심의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관된 정책 시행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사업추진 중 혼선 방지, 사업시행 기간 단축과 혁신 디자인이 사업 준공까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 재시동 = 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디자인 특화설계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초고층 아파트의 건립을 허용,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등 도시경관 향상과 공공공간 제공 등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나선다.
아파트 저층부, 입면 특화, 한강변 및 수변 아파트 단지 계획 등의 우수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다채롭고 개성 있는 디자인의 공동주택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또한 주거지 면적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는 다세대‧연립주택 등 저층주거지는 더 살기 좋은 동네 '한층 더' 예쁜 집 만들기 프로젝트(가칭)를 통해 디자인 특화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주민 편익시설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 실행계획 : 9개소에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 추진
도시․건축 혁신 디자인 유도․확산을 위해 공공과 민간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먼저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을 제2세종문화회관, 성동구치소, 수서역 공영주차장 복합개발 사업 등 4개소에 추진할 방침이다.
민간 분야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 '도시․건축 혁신 시범사업' 대상지 5개소를 선정, 대상지에 용적률 120% 완화, 높이 및 건폐율 배제 등의 인센티브 제공과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사업 전 과정 행정지원을 통해 혁신 건축물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현재 노들섬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강예린+SoA ▷나은중․유소래 ▷신승수 ▷BIG ▷토마스 헤더윅 ▷위르겐 마이어 등 총 7명의 국내‧외 건축가를 초청, 창의적‧혁신적 디자인 구상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획 디자인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노들섬은 '자연과 예술, 색다른 경험이 가득한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목표로, 지금까지 조명되지 않았던 한강의 낙조를 비롯해 노들섬과 한강의 숨은 매력을 찾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벅찬 감동을 줄 수 있는 명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예술섬의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을 개선하고, 노들섬 동-서측을 연결하면서 한강의 석양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보행교를 신설하는 한편, 한강을 배경으로 한 수상예술무대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노들섬의 매력을 발굴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 규모, 공사비를 포함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구상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제안된 디자인안은 이후 작품전시와 포럼, 공청회 등을 거쳐 시민들과 사업 취지와 방향 등을 공유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시민들과 소통·참여를 통해 시민들이 원하는 최적의 계획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혁신 건축디자인은 도시문제 해결 및 삶의 질 향상과 도시경쟁력 제고가 주 목적으로,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 현장 방문을 통해 서울의 디자인 혁신이 필요함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이후 서울시에 혁신적 디자인의 건축물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글로벌 도시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획일적인 건축물이 서울을 뒤덮고 있다"며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을 통해 서울을 보다 매력적으로 꾸밈으로써 10년 내에 서울을 세계 도시 건축 디자인을 선도하는 도시, 도시경쟁력 5위, 3천만 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